<div>초등학교 무렵, 해바라기반이라는 장애 아동 특수반이 있었다.</div> <div><br></div> <div>거기에는 땅딸막한, 가벼운 지적장애를 앓는 A라는 남자아이가 있었다.</div> <div><br></div> <div>해바라기반은 일반 학급과는 다르게 일과가 진행되었기에, 평상시 해바라기반 아이들을 볼 일은 거의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기에 평범한 학생들은 해바라기반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이 A만은, 학교의 명물이라 불릴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이유는 A의 장애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A는 눈에 들어오는 게 전부 좌우 대칭이어야만 기분이 풀리는, 중증의 강박장애 환자였다.</div> <div><br></div> <div>그는 비정상적으로 대칭에 집착해, 좌우가 비대칭인 것을 보면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거기 달라붙어 어떻게든 대칭으로 만들어 놓곤 했다.</div> <div><br></div> <div>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한번은 수업 중에 A가 목이 째지도록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중에 창가에 앉았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A가 안뜰 나무의 가지를 꺾다가 선생님에게 저지당했다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선생님이 말리는데도, A는 째지는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나머지 가지까지 다 꺾어버리려 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며칠 후, 안뜰 나무는 가지가 다 사라져, 마치 나무막대기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A의 집념이 얼마나 강했는지는 이 정도면 알 수 있으리라.</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div> <div><br></div> <div>어디까지나 A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난 비대칭에만 관심을 보였을 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사실 다른 나무들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고, 인체모형이나 건물 같은 건 비대칭이어도 무시해버리는 듯 했다.</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날, 우리반의 H라는 여자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div> <div><br></div> <div>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불행히도 오른쪽 정강이부터 아랫부분은 절단해야만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몇개월 지나 학교에는 다시 나오게 되었지만, 재활훈련이나 이런저런 일로 종종 늦게 등교하거나 조퇴하는 일도 잦았다.</div> <div><br></div> <div>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다, 어느날 사건이 터졌다.</div> <div><br></div> <div>H가 재활훈련 떄문에 조퇴를 하게 되어, 다른 여자아이가 부축해 교실에서 나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잠시 뒤, 갑자기 복도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div> <div>나는 복도 쪽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무슨 일인지 살짝 복도 밖을 내다보았다.</div> <div><br></div> <div>A가 H를 밀어 넘어트려, 왼발을 잡고 마구 잡아당기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깜짝 놀라 뛰쳐나가, 다른 남자아이들과 함께 A를 억지로 떼어냈다.</div> <div><br></div> <div>선생님도 뛰쳐나와 어떻게든 사태는 수습됐지만, H는 끌려가며 긁혔는지 다리 여기저기에 피가 배어있었다.</div> <div><br></div> <div>옆에서 부축해주던 여자아이도 얼굴을 얻어 맞았는지 울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둘 다 상당히 겁에 질린 듯 했다.</div> <div><br></div> <div>한편 A는, 붙잡힌 와중에도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미친듯 날뛰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때, 처음으로 집착하고 있는 A의 모습을 보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눈을 치켜뜨고, 침을 질질 흘리며 신음소리를 내는 그 모습은, 정말로 무서워 뭐라 말조차 할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결국 세 사람 모두 선생님이 데려가, 수업은 중단되었다.</div> <div><br></div> <div>그 후, 돌아온 선생님은 자습하라고 말했고, 그날은 오전 내내 수업이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A는 그 후로도 H에게 계속 집착을 보여, 우리 학년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거나 교실 안을 들여다 보는 일이 종종 있었다.</div> <div><br></div> <div>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때 이미 A는 학교에서 자택 근신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그런데도 부모 몰래 집을 빠져나와, 학교에 들어와 여기저기를 살피고 다닌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때문이었을까, H가 다시 학교에 나오기 시작한 건 A가 전학인지 무슨 다른 일인지로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고나서도 한참 후였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아무 일 없이, H는 졸업하고 다른 학교에 진학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세월은 흘러 나는 성인이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재회를 기뻐할 무렵이었다.</div> <div><br></div> <div>친구들과 술잔을 나누며, 여러 추억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div> <div><br></div> <div>그러던 도중, 문득 나는 A를 떠올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 생각하면 술자리 이야기로도 적절치 못한 이야기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술기운이었는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반가워서였는지,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A 이야기를 화제로 꺼냈다.</div> <div><br></div> <div>그러자 실실 웃고 있던 친구들 중 몇 놈이 꾹 입을 다물더니 침묵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너, 못 들었냐?]</div> <div><br></div> <div>이상한 얼굴로 내게 물어온다.</div> <div><br></div> <div>순간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싶었지만,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에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자세히 물어봤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친구가 말하길, H가 중학교 2학년 때 괴한에게 습격당해 죽었다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당시 현지 신문에도 톱뉴스로 다뤘었다는 것 같다.</div> <div><br></div> <div>H는 왼발이 잘린채,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왼발은 길가에 버려져있었고, 어째서인지 오른쪽 다리의 의족도 떼내어져 있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왕래가 적은 길에서 일어난 범행이라 목격 정보는 없었고, 범인도 아직 잡히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다만 사건 발생 몇달 전부터, 현장 부근에서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웬 남자가 배회했다는 소문만 있을 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A의 행방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div><br><br>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902?category=348476" target="_blank">http://vkepitaph.tistory.com/902?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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