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저는 달동네에 살았습니다.<br><br>동네 사람들은 형편이 다들 좋진 않았지만, 서로 도우면서 가족같이 지냈습니다.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저희 동네로 이사 왔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이사를 오게 되었다고 들었죠. 그 아주머니는 이사를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방에 거울을 잔뜩 넣고 돌아다니면서 거울을 팔았습니다. 생계유지를 위해선 거울이라도 팔아야 한다면서 말이죠.<br><br>매일 같이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달고 다니셔서 아이들은 그 아주머니를 행복한 아주머니라고 불렀습니다. 곧 그 아주머니는 동네사람들하고 아주 많이 친해졌습니다.<br><br>어느 날 엄마의 심부름으로 근처 구멍가게를 향하던 나는 행복한 아주머니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으며 막 심부름거리를 사고 나오는 저에게 다가왔습니다.<br><br> "안녕 꼬마야. 거울을 하나 살래?"<br><br>우리 집엔 거울도 있었고, 어린 저에겐 그런 돈도 없었기에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br><br>순간 너무나도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가 사지 않겠다고 고개를 흔드는 순간 아주머니의 얼굴이 불쾌한 걸 봤다는 표정으로 일그러졌기 때문입니다.<br><br> "나중에 필요하면 꼭 사렴."<br><br>생각해보면 돈이 없어 보이는 꼬마인 저에게 거울을 사라고 이야기한 것도 이상한 거죠. 그 날 이후로 저는 아주머니가 조금 무서워져서 두 번 다시 마주치지 않기 위해 피해 다녔습니다.<br><br>며칠 뒤 저는 이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br>제 친구와 놀다가 들은 얘기였습니다.<br><br> "나 요즘 너무 무서워."<br> "뭐가?" <br><br> "며칠 전에 엄마가 이상했어."<br> "왜?" <br><br> "아빠가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br> "괜찮아. 비밀로 해줄게 말해봐." <br> "아, 정말로 안 되는데……. 그럼 꼭 비밀 지켜야 돼?"<br><br>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br>어느 날 행복한 아주머니가 친구의 집으로 찾아와서 친구의 어머니에게 거울 사기를 권했다고 합니다. 마침 거울이 필요했고 다들 힘들게 사는걸 알기에 친구의 어머니는 거울을 사셨다고 하네요. 티비 옆에 거울을 세워뒀다고 합니다.<br><br>그런데 그 날부터 친구 어머니께서 손거울을 수시로 보시면서 웃고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br><br> "엄마……. 엄마…….왜 자꾸 거울만 봐…….응?"<br> "엄마 정말로 예쁘지 않니?"<br><br> "응?"<br> "참… 곱다……. 참… 예쁘다……."<br><br>참다못한 친구 아버지께서 거울을 부셔 버리셨다고 하네요.<br><br>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며칠 전 저에게 신경질 내듯한 아주머니를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랑 헤어지고 집에 돌아갔는데, 저희 어머니는 그 아주머니의 손거울을 들고 계셨습니다. 저를 보고 거울로 시선을 옮긴 엄마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br><br> "참… 곱다……. 참… 예쁘다…….“<br><br>순간 이성을 잃어버린 저는 어머니의 손거울 뺏어서 마당에 던져버렸습니다. 왜 그랬냐고 엄청 혼났지만, 당시 저는 어머니를 기이한 무언가에서 지켜냈다고 뿌듯했습니다.<br><br>혹시 우연의 일치로 친구 어머니와 저희 어머니께선 비슷한 말을 한 걸지도 모릅니다만, 얼마 후에 동네어르신들이랑 행복한 아주머니랑 싸우고 이사 가신걸 생각하면 역시 기이한 무언가가 있었던 건 아닐련지요.<br><br> [투고] 어두운 아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