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선배와 둘이서 숙직하던 날, 선배가 들려준 이야기다.</div> <div><br></div> <div>선배 왈, [친구를 만날 수 없게 되었지 뭐냐.] 라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그냥 일이 바빠서 그런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런게 아닌 듯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사정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긴 이야기였다.</div> <div><br></div> <div>이야기는 선배가 전문대를 다닐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div> <div><br></div> <div>어느날,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이 좋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 아르바이트 시작하기로 했어!]</div> <div><br></div> <div>그러면서 [괜찮은 일인데 너도 같이 안 할래?] 라며 선배에게 권유해왔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선배는 그 무렵 매일 과제에 치여살던 터였기에 일단 거절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친구의 즐거운듯한 목소리에, 어떤 곳에서 일하는지 궁금해져 면접 보러가는 날 따라가기로 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면접 당일, 친구와 만나 함께 아르바이트 장소로 향했단다.</div> <div><br></div> <div>익숙한 거리로 나아가다 몇군데 처음 보는 길로 들어서기도 했지만, 대략 어디쯤인지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20분 정도 걷자, 친구는 멈춰서서 [저 가게야!] 라고 앞을 가리켰다.</div> <div><br></div> <div>거기 있는 것은 눈에 띄지 않지만 아주 평범한 헌책방이었다.</div> <div><br></div> <div>친구가 [면접 보러 왔습니다.] 라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걸 뒤로 하고, 선배는 가게 앞에 늘어서 있는 책장에 꽂힌 책들을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문득 가게 유리문에 시선을 돌리자, 아르바이트 모집 벽보가 있었다.</div> <div><br></div> <div>이런 가게에서도 벽보를 붙이고 모집하구나 싶었을 뿐, 그리 신경은 쓰지 않았단다.</div> <div><br></div> <div>그날은 그대로 친구와 함께 아르바이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왔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며칠 뒤 쉬는날,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div> <div><br></div> <div>[아르바이트 합격해서 오늘부터 일한다! 뭐라도 하나 좀 팔아주라고.]</div> <div><br></div> <div>선배는 마침 할일도 없겠다, 지갑을 들고 길을 더듬어 헌책방으로 향했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가게가 있던 곳에는 가정집만 있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없었다.</div> <div><br></div> <div>선배는 큰맘먹고 헌책방이 있던 자리에 있는 집을 찾아가 주변에 서점은 없냐고 물었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주변에는 역 근처에나 있어요.]</div> <div><br></div> <div>그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그 후로도 친구에게 전화는 걸려왔고, 평범하게 통화도 하고 연말이면 연하장도 날아왔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어째서인지 얼굴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그러는 사이 관계도 소원해져, 지금은 전화를 걸어도 없는 번호라는 안내만 들려온다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꽤 세월이 지나, 선배는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운 친구들도 만나고, 혹시 잃어버린 친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달음에 나섰단다.</div> <div><br></div> <div>선배가 동창회장에 도착하자, 옛 친구들의 그리운 얼굴이 줄지어 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한눈에 슥 봐도 잃어버린 친구의 모습은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동창회 간사였던 친구에게 [그 녀석은 안 왔냐?] 라고 물었더니,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div> <div><br></div> <div>[뭐? 저기서 술 마시고 있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넌.]</div> <div><br></div> <div>하지만 그가 가리키는 건 완전히 다른 친구녀석이었다고 한다.</div><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