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61354.html 박노자 칼럼이 화제네요. 저도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저 칼럼 자체를 반대하고 찬성하고를 떠나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사람이 적은듯 합니다. 저 칼럼은 단순히 생계형으로 저지른 범죄는 용서해줘야 된다 그런 차원의 글이 아닙니다. 생계형 강간이라니 ;; 그 정도의 수준에서 나온 글이 아닙니다. 이는 그만큼 여기에 좌파적 사고를 가진 이가 적다 보니 박노자의 생각을 이해 못하는 거라고 봅니다.
이 글은 자신의 좌파적 사고의 근본을 드러냄과 동시에 약간의 현실적 사고를 겸한 글로 보입니다.
우선 좌파적 사고방식을 보면 국가적 정체성만큼, 혹은 그 이상 계급적 정체성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즉, 우리와 인질 간의 동질성만큼 인질들과 소말리아 해적의 동질성이 큰 거죠.
가난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 위험천만한 아덴만으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국내 선원이든, 아이를 먹여주려고 호구지책으로 해적선을 타는 소말리아 어민이든 그 생명은 똑같이 귀한 것이고, 똑같이 해치면 안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한국인은 소속 국가 중심으로 한 사람을 바라보지만 좌파적 입장에서는 그도 어쨌든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같은 가난뱅이라면 국경에 따라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 소말리아 어민이든 국내 선원이든 동등한 거고 생명은 똑같이 귀한 거죠. 물론 용서 안 되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걸 외국인이 저질렀다고 죄의 가치를 다르게 보지 않는 거죠. 내국인이 내국인에게 했든 외국인이 외국인에게 했든 범죄에 있어 국적보다 그 사람이 어떤 계급적 상황에서 그런 일을 했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겁니다. 칼럼에 나오는 '보편적인 인류애의 차원에서는 비록 국내인을 상대로 범죄를 벌인 외국인이라 해도 같은 시각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와 같은 질문이 나오려면 국가와 민족 관념에서 자유로운 사고를 가져야 가능합니다. 인간을 더 보편적으로 바라보는 거죠. 국가, 민족 구분보다 계급 구분이 더 넓고 보편적이니까요..
여기에 더해서 다소 현실적인 얘기도 곁들였네요
차후에 언젠가 아덴만에서 복수를 당할지도 모를 무고한 해운업 노동자들의 생명에 대해서 약간이라도 신경을 써주기나 하는가
우리 국민들이 현실적으로 복수를 당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말했고 그 뒤는 '피는 피를 부른다'고 써있네요. 이 부분도 이해 안 갈 수밖에 없는 게 그 밑바탕에 평화주의 신념이 깔려 있거든요. 왜 이 글 뒤에 도덕경이 인용돼 있겠습니까? 그건 박노자 본인의 평화주의 신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한국인이라면 저렇게 말하고 우리 군이 더 활약해주기를 바라겠지만 근본적으로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박노자로서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죠. 군대가 살인집단이라는 말에 남자들이 다같이 흥분하는 이런 곳에서 저런 말이 받아들여질 리가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글은 생계형 범죄니까 봐주자는 온건한 얘기가 아닙니다. 국가나 계급, 인간을 건드리는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제기입니다. 소말리아의 해적을 죽였다고 다들 기뻐한다, 하지만 그 소말리아 해적들은 본질적으로 인질과 다른 존재인가? 국가적 관점에서는 다를지 몰라도 하나의 인간으로는 동등한 존재라는 거죠. 소말리아 해적들을 인질과 이질적인 존재로 보지 않아야 저런 사고방식이 가능합니다. 즉 사회체계에서 파생된 빈곤함이 낳은 똑같은 존재들이라는 거죠 그런 점에서 과연 우리와 존재적으로 별로 다를 것 없는 인간을 죽여놓고도 모자라 기뻐하기까지 해서야 우리가 같은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보통 인간의 생명을 중시한다는 말은 쉽게 하지만 그 인간의 범위는 '합법적이고 선량한 활동을 한 자국 시민'입니다. 그 외의 인간에 대해서는 생명의 가치에 차이를 두는 게 대부분의 한국인입니다. 근데 박노자가 하는 말은 어느 국가건 어느 민족이건 무슨 범죄를 저질렀건 인간 자체의 생명 가치는 훼손될 수 없다는 거죠. 이런 건 사이코패스들 처형하라는 여론이 우세한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금기시되는 주장이죠.
제가 보기에 이 현상은 좌우 스펙트럼을 노무현-이명박 정도에서 설정해 놓은 사람들이 그 스펙트럼을 벗어나는 진짜 급진적이고 좌파적인 글을 이해 못 해서 생기는 현상 같습니다. 보니까 전혀 엉뚱한 소리들만 하고 있어서 말이죠. 어차피 박노자 같은 사람 생각은 여기 오유에서 설정된 우파들에게는 절대 못 받아들여지고 그나마 좌파로 설정된 사람들도 보면 대부분 해석을 최대한 온건한 방향으로 합니다. 그 온건한 방향의 해석이 생계형 범죄 정도죠.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의 범위가 그 정도니까 거기까지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 너머는 금기의 경계선을 쳐버리고 말이죠.
이 글이 맞다. 틀리다를 평가하는 건 무의미할 겁니다. 어차피 자기 가치관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는 거고 판단은 알아서 하는 거니까요. 중요한 건 이 글에 대한 이해도를 통해 얼마나 여기가 보수적인 사이트고 진짜 좌파는 거의 없는지가 뒷받침이 된다는 점입니다. 좌파적 사고가 보통의 한국 사람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사고방식이니까요... 아무튼 재밌네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제가 사회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박노자의 책이고 틈틈이 그의 글을 읽는 터라 박노자 편향적인 건 숨길 수가 없습니다. 한겨레까지는 모르겠는데 박노자는 지켜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