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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5639
    작성자 : 할매검
    추천 : 12
    조회수 : 1984
    IP : 124.56.***.6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9/30 02:09:04
    http://todayhumor.com/?panic_95639 모바일
    [단편] 사랑하는 그녀를 죽이던 날
    옵션
    • 창작글
    <p><br></p> <p>" 사랑해요.. 사랑해요 .."</p> <p><br></p> <p>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 앞에 누워 시퍼런 칼을 든 내 오른손을 양손으로 꽉 붙잡으며 그녀가 계속 말하고 있다.</p> <p><br></p> <p>그 칼은 천천히, 하지만 지속적으로 그녀의 목을 향하고 있다. </p> <p><br></p> <p>그렇게 되면 과다출혈로 그녀는 내가 그자리를 떠나기도 전에 죽게 되겠지. </p> <p><br></p> <p>상관없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오늘 죽일 것이다.</p> <p><br></p> <p><br></p> <p><br></p> <p><br></p> <p><br></p> <p>" 가엾은 연인을 죽인 OOO씨는 평소에 주민들로 부터 평범한 청년으로 보였다고 하며 핸드폰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평소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 거래처에도 욕설을 하며.... "</p> <p><br></p> <p>- 가명 : 김모씨 " 아니, 그 청년이 그럴줄은 아무도 몰랐지.. 효자였는데, 효자 "</p> <p><br></p> <p>"이처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자 여성 단체는 남성 살인범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라는 주장도 .. "</p> <p><br></p> <p><br></p> <p><br></p> <p><br></p> <p>시끄러운 기자들의 소리와 눈이 부신 카메라의 플래시들 사이에 서니, </p> <p><br></p> <p>그 빛들보다 선명하게 그녀와 처음만난 날이 떠오르고, 그 소란스러움보다 크게 울리던 그녀의 첫마디가 생각난다. </p> <p><br></p> <p> " 배 안고프세요 ? 저 빵이 좀 있는데, 소시지빵 좋아하세요 ? "</p> <p><br></p> <p>겨우 구한 2인실에 어머니와 함께 와서 어머니를 침대에 눕혀드리고, 그러느라 어느덧 점심때조차 훌쩍 넘었음을 몰랐을 때 그녀를 처음 만났다.</p> <p><br></p> <p>슬쩍 보니 그녀 역시 어머니처럼 보이는 분과 있었고, 이 병원에 많은 시간 있으면서 간호사 말고는 내 또래를 보지 못했던 나에게 그녀는 뭔가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p> <p><br></p> <p>고생이라고는 모를 것 같은 하얀 피부와 큰 눈, 화장을 하지 않은 수수한 모습속 더욱 빛이 나던 순수함과 한편으론 고결한 아우라를 느끼면서 알게 모르게 눈치챘던 그녀의 강인한 심성. </p> <p><br></p> <p>어쩌면 그날부터 난 그녀를 사랑했는지도 모른다.</p> <p><br></p> <p>그날부터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p> <p><br></p> <p>친족이라곤 어머니밖에 없던 나는 어머니가 간암 말기라는 말에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의 병간호를 도맡았다.</p> <p><br></p> <p>교도소를 들락달락 했던 아버지, 그 탓에 나름 좋은 공부머리를 가졌음에도 아예 고등학교때 부터 그림쟁이, 글쟁이라는 프리랜서의 길을 택할수 밖에 없던 나,  </p> <p><br></p> <p>하지만 그처럼 살아날 구멍은 있듯 랩탑과 태블릿만 챙겨서 다닌다면 어디서든 틈틈히 일할수 있어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p> <p><br></p> <p>하늘은 어쩌면 나라는 캐릭터를 골라서 하드코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p> <p><br></p> <p>나는 현질조차 할수 없는 형편이었으니.</p> <p><br></p> <p>이런 배경 탓에 결혼이라는 문제를 떠나 나란 사람의 씨앗 자체에 커다란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그녀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깨우치게 해주었다. </p> <p><br></p> <p>평범한 집안, 평범한 가정, 내가 죽도록 원하고 바랬던 것들,</p> <p><br></p> <p>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그것에 전혀 고마움을 느끼지 않지만, 그녀는 그녀가 그런 가정에서 자란것에 언제나 영혼을 담아 감사하고 있음이 보였다.</p> <p><br></p> <p>5년전 건축현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는 본인 과실로 인정되어 한푼도 받지 못하셨다고 한다. </p> <p><br></p> <p>그에 그녀의 어머니는 하루가 멀다하고 건축현장으로 가 1인시위를 하셨지만, 얻은 것은 비참하게도 폐암 뿐이셨다 한다.</p> <p><br></p> <p>지금도 비록 초기이지만 어머니를 보살피고자 무리해서 2인실을 얻었다는 그녀. </p> <p><br></p> <p><br></p> <p>자연스럽게 그녀와 하루가 멀다하고 있게되었고, 치료를 받으시는 어머니들은 거의 주무시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p> <p><br></p> <p>그녀와 나누는 대화는 하루중 가장 즐겁고 알찬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p> <p><br></p> <p>그녀는 내 생각이상으로 밝고, 박식했으며, 굳은 심지를 보완하는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 </p> <p><br></p> <p>신기하게도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를 물었을때 파울로 코엘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연금술사라고 답했다.</p> <p><br></p> <p>참 우습다.</p> <p><br></p> <p>그녀는 놀랍도록 나와 닮아있었다.</p> <p><br></p> <p>다소 어두웠던 나의 성격조차 그녀를 사랑하며 조금씩 밝아지는 듯 했다.</p> <p><br></p> <p><br></p> <p><br></p> <p><br></p> <p><br></p> <p>입원한지 3개월 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p> <p><br></p> <p>예견했던 일이라 생각하고 담담할 것이라.. 몇달을 스스로 생각했건만 </p> <p><br></p> <p>그냥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p> <p><br></p> <p>일주일을 울기만 했고, 먹지도 못하였다.</p> <p><br></p> <p>그녀가 찾아와 나를 간호해주지 않았다면 정말 나 역시 죽었을지도 모른다.</p> <p><br></p> <p><br></p> <p>그 뒤로 우리는 같이 살게 되었다.</p> <p><br></p> <p>어머니와 내가 살던 전세집의 계약이 아직 반년은 남아있었다.</p> <p><br></p> <p>하루의 절반은 어머니가 생을 마쳤던 병실로 가, 그녀와 같이 그녀의 어머니와 수다를 떨고, 전세집으로 둘이 같이 와서 자는 시간은 어느 연인들처럼 보냈다.</p> <p><br></p> <p>나의 아픈 마음은 그렇게 치료되는 듯 했다.</p> <p><br></p> <p>하지만 어느날 부터 그녀는 내 핸드폰에 손대기 시작했다.</p> <p><br></p> <p>그냥 메시지를 보는 것이라면 괜찮았다.</p> <p><br></p> <p>내 거래처라고 할수 있는 광고회사들의 고위직들에게 욕지거리를 하고 - 내가 그새끼들에게 먹여준 돈이 얼마인데...</p> <p><br></p> <p>이런일이 반복되자 나는 그녀에게 문자로 화를 내곤 했다. </p> <p><br></p> <p>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집에서 일을 하는 시간동안 말이다.</p> <p><br></p> <p>하지만 갈등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p> <p><br></p> <p>그 절정은 그녀가 어울리지도 않게 술에 취해 들어온 날이었다.</p> <p><br></p> <p>"뭐야 , 어디서  술을 마신거야 ? "</p> <p><br></p> <p>"헤헤,, 그냥, 그냥.. "</p> <p><br></p> <p>그녀는 이미 얘기 할만한 상태가 아니었다.</p> <p><br></p> <p>하지만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할수는 있었다.</p> <p><br></p> <p>" 자기야 "</p> <p><br></p> <p>" 뭐야 갑자기 ? "</p> <p><br></p> <p>그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자기야라는 말에 당황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 다음 이야기에 더 당황할수 밖에 없었다.</p> <p><br></p> <p>" 울 엄마, 이식 받으면 살수 있데. 나 이식 해주려고. "</p> <p><br></p> <p>" 어,, 그래 ? "</p> <p><br></p> <p>"근데, 울 엄마 사실 위암이야. "</p> <p><br></p> <p>망치를 얻어맞은듯 했다. 위는 한개밖에 없는 것 아니었나.</p> <p><br></p> <p>"자기야, 사랑해."</p> <p><br></p> <p>"뭐야 갑자기... "</p> <p><br></p> <p>"이 정도 위 이식은 .. 살아있을때 못해.. 그리고 내가 상담한 선생님이 부른 가격도 나 첨 만져보는 돈이더라. 이런식으로 하면 불법이라나... "</p> <p><br></p> <p>가면 갈수록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술취해 지껄이는 헛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녀는 갈수록 또렷하게 이야기 했다.</p> <p><br></p> <p>"자살하면.. 보험금이 안 나온데.... 오빠.. 나를 죽여줘. 나 죽으면,, 간신히 엄마가 살아... "</p> <p><br></p> <p>.... 어쩌면 그 순간의 적막은 내 인생에서 가장 못잊을 조용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p> <p><br></p> <p>이미 나 역시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그녀만이 삶의 이유였다. </p> <p><br></p> <p>나는 그녀에게 물었다.</p> <p><br></p> <p>"진심이야 ?"</p> <p><br></p> <p>"응, 돈으로 죽음을 미룰 수 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않은 거잖아."</p> <p><br></p> <p>연금술사의 명대사였다. 그 의미는 지독하게도 반대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p> <p><br></p> <p>이미 나의 경력은 단절된지 오래.. </p> <p><br></p> <p>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방법이 무엇인지만 끝없이 골몰하던 나에게 </p> <p><br></p> <p>어쩌면 그녀는 나의 인생에 있어 평생 고민하던 문제를 알렉산더가 매듭을 푼 방법처럼 해결해 주었던 것이다.</p> <p><br></p> <p><br></p> <p><br></p> <p><br></p> <p>나는 결심 하였다.</p> <p><br></p> <p>그녀 역시 나의 눈동자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p> <p><br></p> <p>" 사랑해. 정말 사랑해.. "</p> <p><br></p> <p>왜 이렇게 눈물이 흐르는 걸까...</p> <p><br></p> <p>" 사랑해요.. 사랑해요 .."</p> <p><br></p> <p>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 앞에 누워 시퍼런 칼을 든 내 오른손을 양손으로 꽉 붙잡으며 그녀가 계속 말하고 있다.</p> <p><br></p> <p>그 칼은 천천히, 하지만 지속적으로 그녀의 목을 향하고 있다. </p> <p><br></p> <p>그렇게 되면 과다출혈로 그녀는 내가 그자리를 떠나기도 전에 죽게 되겠지. </p> <p><br></p> <p>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p> <p><br></p> <p>그녀 역시 그럴 것이라 믿는다..</p> <p><br></p> <p>"사랑해. 하늘에서 다시 만나자."</p>
    출처 my head
    할매검의 꼬릿말입니다
    사랑해, 믿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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