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동자승이 길을 걷고 있었다.
여름철이라 찌는듯한 더위에 지쳐 동자승이 힘겨워 하는듯 하자
스님은 적당한 나무그늘을 찾았다.
"얘야 좀 쉬어 가자꾸나."
동자승은 겨우 살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나무그늘에 드러누웠다.
스님은 가부좌를 틀고 지그시 눈을 감고 이따금씩 부는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몇분이 흘렀을까....
모기 한마리가 동자승의 팔에 앉아 뾰족한 침을 들이밀고 있었다.
동자승은 다른 쪽 팔을 치켜올려 모기를 내리치려 하자 스님은
"훠이~ 훠이~"
하고는 손바닥으로 바람을 일으켜 모기를 쫓아냈다.
동자승은 스님을 쳐다 보았지만 스님은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을 뿐 아무말이 없었다.
"이제 다시 슬슬 가보자꾸나"
라는 말과 함께 스님은 다시 옷을 털며 일어났다.
동자승도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몇 리를 걸었을까....
1베충 한마리가 그냥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동자승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가던 길을 가려했으나 스님은 그 벌레에게 다가가
"이런 육시럴!! 빌어먹을!! 나무관세음보殺!!"
등을 외치며 1베충을 마구 밟기 시작했다.
동자승은 스님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스님 아까 저의 피를 빨아 먹으려던 모기는 살려주시더니 그저 가던 길 가는 1베충은
입에 담지 못할 말과 함께 살생을 하시는 겁니까?"
격분했던 스님은 양손을 모으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염주를 만지작 거렸다.
몇분이 흘렀을까 스님은 다시 차분한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동자승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해충이지 않느냐"
동자승은 의아해 했다.
"아니 스님 모기도 해충이고 1베충도 해충이라면 모기는 왜 죽이지 않으신겁니까?"
스님은 답을 해주는 대신 오히려 동자승에게 물었다.
"작년에 너를 특별히 아프게 한 모기가 있느냐?"
동자승은 곰곰히 생각해보았으나 딱히 떠오르는 모기는 없었다.
"그냥 모기는 다 똑같은 모기였지 특별히 저를 아프거나 괴롭힌 모기는 없었습니다."
"그렇다 모기는 다 똑같은 모기고 어차피 그날 지나면 너의 기억속에서 사라지는 해충이다.
게다가 그 모기도 다 자신들의 종족번식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뱃속에 아이들을 위해
피를 빠는것이다. 그것이 만물의 이치이니라"
동자승은 고개를 끄덕이는듯 했다. 하지만 다시 무언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표정을 짓자
스님은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저 1베충을 보아라. 표현의 자유라는 거창한 이유를 대고 사람들의 정신을 갉아 먹는다.
한번 빨린 피는 다시 재생될 수 있으나, 한번 빼앗긴 정신은 회복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빼앗긴 정신은 하루가 지나도 일년이 지나도 너의 기억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자리잡아 너의 영혼을 빨아먹을 것이다."
그제서야 동자승의 표정이 밝아지는듯 했다.
스님은 가볍게 동자승의 머리를 스다듬고 다시 가던 길을 제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