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의도했든 아니든 암전게임은 기본적인 틀이 라이어게임 만화의 밀수게임과 매우 흡사합니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라이어게임 만화와 유사한 점도 상당히 많구요.
그런 면에서 볼 때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단순히 게임의 틀이 비슷한게 아니라 제작진이 만들어낸 상황도 만화와 비슷하단 점이죠.
라이어게임에서 밀수게임은 아키야마라는 남주가 최초로 막강한 상대인 요조키를 만나 치열한 혈투를 벌이는 게임입니다.
분량도 어마어마하게 먹었죠.
지니어스 4화에서도 제작진은 이와 비슷한 상황을 의도하였습니다.
3화 마지막에 투표를 하여 사람들이 생각하는 투톱을 뽑게 한 것이죠.
그 결과로 콩과 임윤선 변호사가 선택되었습니다.
여기에 드래프트 방식으로 투 톱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채택하도록 하였습니다.
지금까지의 팀 선정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죠.
요약하자면, 제작진도 마치 라이어게임의 밀수게임처럼 두 막강한 경쟁자가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기를 기대했던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버렸습니다.
그건 바로 임윤선 변호사가 리더로서는 영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이상민도, 이은결도 모두 자기 팀에 대의 승리를 불투명하다고 느끼게 되었단 점이 그 증거죠.
결국 제작진이 원했던 치열한 투톱간의 싸움은 한쪽이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였음이 밝혀지면서 초장부터 무너져내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4화의 게임은 간략화를 거치다보니 밀수게임과는 확연한 차이가 하나 발생하였습니다.
그건 바로 확률이 50 대 50 이었다는 점이죠.
밀수 게임의 경우 액수까지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두 사람의 수 싸움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정보력 싸움이 펼쳐졌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는 바보가 나간다면 밀수 게임에서는 그냥 손해를 보고 적에게 이득을 공짜로 넘겨주는 셈이죠.
반면, 암전게임은 기본 확률이 50% 입니다.
물론 몇 포인트를 주느냐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위와 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는 바보가 나간다 할지라도 50%라는 높은 가능성을 갖죠.
이런 이유로 정작 초반부터 충실하게 배신하고 협력한 이은결의 존재감이 확 떨어지게 됩니다.
밀수 게임의 경우 정보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상대방으로부터 배신자를 포섭해내는 능력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암전 게임은 라이어게임 만화와는 다르게 정말 초반부터 충실하게 배신한 이은결이 있었음에도,
정작 그 도움을 받은 조유영 입장에서는 대체 뭐가 도움을 줬단거지? 라는 느낌을 받게 할 정도로 정보력의 힘이 약하게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는 정보력이 있냐 없냐가 가볍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종의 착시를 일으킨다는 의미죠.
똑같이 승리를 이끌어 준 배신자가 존재하더라도 밀수 게임에서는 지극히 낮은 확률을 높혀줬기에 매우 크게 작용하지만
암전게임에서는 그래봤자 50%였던 확률이었으므로 크게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이죠.
조유영이 빨강 버튼을 눌렀기에 게임을 확실하게 0점으로 끝낸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 50%라는 확률을 참가자 혹은 시청자 개인이 크게 느끼는가 작게 느끼는가에 의해 이은결에 의한 평가가 갈려버린겁니다.
조유영은 여기에서 자기는 이은결의 도움이 없었어도 빨강을 눌렀을 생각이었고 그렇기에 이은결의 도움이 별 거 아니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반면 홍진호나 유정현의 경우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 도움은 충분히 컷다고 생각한거죠.
게시판에서 도움이 컷냐 작냐로 싸우는 다른 시청자분들도 이런 기준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밀수 게임처럼 정보의 존재유무가 확실하게 도움인지 아닌지 분명하지가 않았으니까요.
만약 몇 명인지까지 예상해야 했는데 이은결의 도움으로 그 수까지 맞췄다면 논란의 여지도 없이 이은결 덕분인거죠.
그러나 게임 자체가 너무 단순하여 참가자 혹은 시청자에게 이은결의 배신의 경중을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리 느끼도록 할 여지가 생겨버린 것입니다.
한가지를 더 짚어보자면 이 또한 제작진의 의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어게임과 지니어스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탈락이 좋은것이냐 나쁜것이냐로 극단적으로 갈리죠.
라이어게임의 경우 자기가 협력해서 탈락하는 대신 충분한 보상금을 얻는다면 그게 실질적인 승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남주, 여주처럼 게임에 계속 참가하는게 목적인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말이죠.)
하지만 지니어스 게임은 탈락이 최악의 경우입니다.
제작진도 이를 알기에 이 게임에선 최대한 두 그룹에서 배신자가 나오지 않도록 의도했다고 봅니다.
바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거죠.
데스매치 종목이 해,달,별이라는 인맥게임이란 점은 어느정도 배신자를 위한 안전장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어떤 출연자도 데스매치 종목이 무엇인지 모르며 매 화마다 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데스매치에 가도 내가 이겨서 올라올테니 협조하겠다는 플레이어는 볼 수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재경이죠.
따라서 제작진이 원한 투 톱 대결을 위해 설마 이런 악조건에도 배신을 할 사람은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구성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무려 두 명이나, 심지어 홍진호가 먼저 접근한 것도 아닌데 먼저 접근해 올 정도로 임윤선의 팀은 콩가루가 돼 버렸죠.
결국, 어느정도는 의도적으로 배신자의 탄생을 막으려 한 제작진은 극악의 확률로 진짜 배신자가 탄생할 경우에 대해 마지막 안전장치를 두었습니다.
배신자가 나오면 지금까지의 암묵적인 규칙대로 최대한 승자팀이 이를 살리기 위해 협력을 해 줄거다.
그러니까 해,달,별로 진짜 데스매치에 배신자가 가는 상황이 나오더라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하자 까지 말이죠.
여기에서 제작진이 생각하지 못 한 두번째 변수가 발생한 것입니다.
조유영과 노홍철, 그리고 이두희가 완전히 적으로 넘어가버린거죠.
중립조차 아니고 완전히 반대편으로 넘어가버린겁니다.
룰 브레이커라는 부제랑 일맥상통 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제작진의 의도하고 예상하면서 준비해둔 시나리오와 실제 내용이 전혀 달랐습니다.
짜고치는 프로는 아니지만 게임의 흐름 자체를 어느정도 제작진이 반강제할 요소를 여기저기 넣어놨는데 출연자들은 여기에 따르지 않았던겁니다.
PD 가 4화를 좋아했다고 하던데 이런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100% 자유같지만 제작진은 어느정도 플레이 스타일을 강제하려고 몇몇 요소들을 설치해두었습니다.
그러나, 출연자들은 제작진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마치 한 방 맞은 기분이 들기도 했겠죠.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제작진 입장에선 그게 흥미로웠을지 몰라도 하나의 게임이자 프로그램으로서 이를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맘에 안 들 여지도 있었을 법 합니다.
에를 들어 지난화에 깨진 지니어스 게임의 몇가지 암묵적 규칙들에 대해 굉장히 아쉬움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은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관점에 따라 그런 암묵적 규칙들조차 지킬 이유가 없다고 보는 사람들에게는 반감을 갖는게 이해가 안 되는거구요.
아무래도 단순히 참가자들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방송되기 위한 쑈 프로그램이라는 근본적인 뿌리가 있기에 발생한 불협화음이겠죠.
제가 보기에 제작진쪽은 후자의 입장이라고 봅니다.
그런 암묵적이었던 룰 따위 깨지는거 뭐 어떠냐 라는 입장이 아닐까인거죠.
배신을 통해 자신을 도운 사람에 대해서는 보답한다, 가넷거래의 힘은 막강하다 같은 암묵적인 룰 따위 제작진도 깨는 모습이 더 재밌다고 느꼇고, 그래서 룰 브레이커라고 부제를 붙인것이 아닐까요?
전체적으로는 비난 여론이 좀 더 강해보이는걸로 봐서 아마 제작진과 시청자의 입장에서 차이가 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은 이미 시즌2는 촬영이 돼 있으니 앞으로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구요.
시청자들 반응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때, 시즌3가 제작된다면 아마 그런 룰을 깨는것을 너무 흥미롭게만 바라본 제작진도 좀 더 신중하게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겠죠.
(혹은 시즌2가 끝날 즈음에는 시청자들도 그런 제작진의 입장에 동의하거나요.)
아무튼 어느때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음 5화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