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결혼한지 5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저는 남편을 도통 모르겠습니다</div> <div> 그러다 지난 주말을 계기로 저는 왜 남편이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아주 약간은 알겠더군요</div> <div><br></div> <div> 지난 주말, 토요일엔 친정부모님이 일요일엔 시어머님이 다녀가셨어요</div> <div> 원랜 그럴려던게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고요 뭔 일이 있던건 아니에요</div> <div> 양가 다 점심식사 후 귀가하셨는데</div> <div> 그 짧은 과정에서 참 여러가지를 느꼈더랬죠</div> <div><br></div> <div> 저희 집은 아주 예민합니다 특히 엄마가요</div> <div> 사소한 거 하나하나 그냥 넘기질 못하고 다 신경쓰고 케어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입니다</div> <div> 그렇다보니 결정을 잘 못 내립니다</div> <div> 결정을 내려놓고도 다음날 바꾸고 또 바꾸고.. 나이 드시더니 그게 요즘엔 더 하세요</div> <div> 저는 엄마의 이런 성격이 피곤해서 저는 엄마랑 오래 붙어있으면 있을수록 정신적으로 시달림을 느끼는데</div> <div> 문제는 저도 언제부턴가 나이들면 들수록 엄마의 이런 성격을 닮아간다는 점입니다(가장 스스로에게 소름끼치는 순간)</div> <div><br></div> <div> 그리고 군인 집안에서 자랐다보니 예의범절에 굉장히 엄격하시고요</div> <div> 아빠도 그건 좀 고지식하게 따지는게 있죠</div> <div> 사소한 거.. 물컵 따를 때 두손으로 받치는 거, 어른에게 받을 땐 무릎 꿇고 받는거라는 둥, 먼저 수저 들거나 자리에 앉으면 안 된다는 둥...</div> <div> 아주아주 사소한 걸로 트집 잡듯이 그러는데 제가 하도 지랄지랄해서 요즘은 좀 덜 그러십니다</div> <div><br></div> <div> 그런데 남편 집안은 아주 엄청 쿨해요</div> <div> 그리고 어르신들도 격이 없고 이모님들도 신랑이랑 가끔 말 놓고 수다 떨고 같이 술 마시고 까불거리며 뒹구는 타입...</div> <div> 저는 처음 결혼하고 방문했는데 너무 문화 충격을 받아서... 거의 영혼이 빠져나간 수준이었죠</div> <div> 저희 집은.. 명절에도 다들 엄청 차분하고 조용하고... 할아버지 기준으로 자기 자리가 정해져있고... 대화도 잘 없고요</div> <div> 할아버지께서 으레히 6.25 전쟁부터해서 남북통일까지.. 여러 이야기를 하시면 자식들은 그걸 듣고 끄덕끄덕.. 그러다 뉴스 보면서 현 정세에 대해 얘기하고...</div> <div> 삼촌들은 신문 펼쳐 읽으시고... 여자들은 뒤편에 따로 앉아서 과일 깎아먹으면서 조용조용 수다 떨고...</div> <div><br></div> <div> 이런 집에서 살다가 명절에 갔더니 할아버지 할머님은 대화의 절반이 육두문자.. 어르신들 이미 술 반쯤 취해서 헤롱거리고</div> <div> 깔깔거리고 목소리 엄청 크고.. 신랑 사촌들도 왔는데 신랑하고 치고 받고 장난치면서... ㅎㅎ 너무 친해서 친구랑 하듯이 그러더라고요</div> <div> 저는 익숙치는 않았지만 집안간의 문화 차이고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div> <div> 그리고 사실 저희 집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고요-_-;</div> <div><br></div> <div> 어머님이나 신랑이나 이런 환경에서 사셨다보니 본인이 원하는 건 아주 직설적으로 딱 요구하세요</div> <div> 그리고 결정 질질 끄는거 딱 질색이고 누구 하나 목소리 큰 사람이 이거 하는거다 하면 다들 군말없이 예~ 하고 따라가고요</div> <div> 그 목소리 큰 사람이 우리 신랑이에요</div> <div> 어머님도 한 목청 하시는데 신랑이 성인 되고부터는 신랑한테 완전히 기죽어서 하자는대로 하세요</div> <div><br></div> <div> 자, 이런 상황이었는데</div> <div> 지난 주말은 굉장히 더웠죠</div> <div> 그리고 저희 부모님은 결정을 잘 못 내리십니다</div> <div> 저희 신랑은 엄청난 더위에 그날 엄청 짜증이 나 있었고 그래서 당장 어디든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싶었죠</div> <div> 마침 눈에 저희가 자주 가는 고깃집이 보입니다</div> <div> 날도 더운데 저기 가서 모처럼 고기를 사드려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div> <div> 바로 그리로 가더군요</div> <div><br></div> <div> 그때 상황이 신랑이랑 아빠가 앞서 걷고 엄마랑 제가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는데</div> <div> 갑자기 고깃집으로 막 걸어가길래 제가 어디가는거냐고 물었더니 신랑이 고깃집 하고 손으로 가리키더군요</div> <div> 아, 하나 빼먹었군요</div> <div> 저희 친정부모님 특히 엄마는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십니다...</div> <div><br></div> <div> 엄마가 표정이 안 좋더군요</div> <div> 엄마한테 다른데 가자고 할까? 하니 엄마는</div> <div> 아냐~ 더운데 사위가 고기 먹고싶은가보다 하고 그냥 따라가시더라고요</div> <div> 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죠</div> <div> 그래서 신랑한테 카톡을 보내려는데</div> <div> 이미 앞선 두 남자는 고깃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더군요</div> <div> 엄마 에어컨 바람 피부가 아리다고 싫어하는데 에어컨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아서요</div> <div> (추가: 제가 이유 얘기하고 바로 자리 바꿨어요 오해하지 마세요)</div> <div> </div> <div> 태연하게 삼겹살 4인분을 시키고</div> <div> 엄마는 몇 점 안 드셨고</div> <div> 아빠는 눈치를 보다가 나라도 잘 먹어야겠다 싶었던지 엄청 드시더군요</div> <div> 고기 추가하라고 해서 항정살 2인분 추가하고</div> <div> 여전히 엄만 나물이나 겉절이만 조금씩 드시고 아빠랑 신랑은 대낮부터 쏘맥 말아가며 신나게 드시더군요</div> <div> 저는 엄마가 신경쓰여 죽겠고요</div> <div><br></div> <div> 고기를 다 먹고 나서서 커피 한잔 잠깐 하다가 부모님은 집으로 돌아가셨고</div> <div> 저는 너무너무 화가 나는겁니다</div> <div> 우리 부모님이 우습나? 왜 묻지도 않고 지멋대로 고깃집에 그냥 막 가는거지?</div> <div> 화가 끓어오르는데 신랑 입장은 뻔해요</div> <div> 분명 못 정하고 그냥 아무데나 가자고 할거 뻔한데 간만에 내 덕에 고기도 드시고 좋지 않냐고</div> <div> (추가: 사실 엄마가 건강이 계속 안 좋은데 의사가 너무 고기 섭취가 부족해서 영양밸런스가 안 맞는다고 고기 좀 드시라고 권했대요. 그래도 잘 안 드세요)</div> <div> 그렇게 분명하게 자기가 왜 그걸 선택했는지를 자기 기준에서 딱 얘기할겁니다</div> <div> 제가 단정할 수 있는 이유는 이걸로 초반에 여러번 싸웠었거든요</div> <div> 그때마다 저렇게 말하더라고요</div> <div> 자기라도 결정을 딱 내려서 시간을 절약해야지 전부 다 결정 못하고 헤매면 어떡하냐고요</div> <div><br></div> <div> 그때 제가 했던 말은</div> <div> 우리 부모님을 직장 상사 대하듯이 하라고</div> <div> 당신 회사에서 상무님하고 식사하는데 상무님 취향 묻지도 않고 당신 먹고싶은데로 모시고 가냐고</div> <div> 그러니 어떻게 가족과 회사 상사랑 같냐면서 비교급이 아니라고 하더군요</div> <div> 자긴 장인장모님도 내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서요</div> <div><br></div> <div> 그리고<span style="font-size:9pt;"> 일요일에 시어머님이 오셨는데</span></div> <div> 어머님도 고기를 잘 못 드십니다 소화를 잘 못 시키시거든요</div> <div> 근데 어머님은 아들이 워낙 쎈 걸 아니까 차마 그런 얘길 안 하고 그냥 아무거나 라고 얘길하는거예요</div> <div> 신랑은 '아무거나'라는 대답을 제일 싫어해요</div> <div> 왜 자기 뜻 분명하게 말을 안 하냐고 엄청 뭐라 하거든요</div> <div> 그래서 제가 '나 초밥 먹고싶다'고 하니까 신랑이 그래? 하더니 근처 초밥집으로 가더군요</div> <div> 어머님은 내심 고맙다는 싸인을 보냈고요</div> <div><br></div> <div> 어머님도 집으로 돌아가시고</div> <div> 저는 신랑에게 전후사정을 다 말했어요</div> <div> 당신의 오판으로 우리 부모님은 먹기 싫은 고기를 억지로 드셨으며</div> <div> 내가 아니었음 어머님은 당신이 좋아하는 순대국을 드셨을거 아니냐고</div> <div> 신랑은 아무 말이 없더라고요</div> <div> 잠깐 삐진 것처럼 행동하더니</div> <div> 한참 후에서야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던지</div> <div> 커피 먹고싶어? 사다줄까? 하고 카톡이 오더군요</div> <div> 저는 됐다고 한동안 당신이랑 대화하고 싶지 않아 라고 답을 했고요</div> <div><br></div> <div> 물론 신랑의 그런 확 밀고 가는 성격 덕에 저도 득을 본 적도 있습니다</div> <div> 저도 결정을 잘 못 내리는 편이라서요</div> <div> 그리고 저도 너무 화가 나서 진짜 토요일에는 신랑 꼴도 보기 싫었는데</div> <div> 생각해보니 저 사람은 그게 되는 집안에서 자라서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더군요</div> <div> 그리고 신랑 사촌들이 저더러 왜 그렇게 눈치를 보냐고 말했던 것도 그 이유를 알겠고요</div> <div> 우린 참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정말 다른 사람이었나봅니다</div> <div><br></div> <div> <span style="font-size:9pt;">  </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