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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946008
    작성자 : 익명a2tpZ
    추천 : 12
    조회수 : 745
    IP : a2tpZ (변조아이피)
    댓글 : 113개
    등록시간 : 2013/12/20 00:52:16
    http://todayhumor.com/?gomin_946008 모바일
    괜히 서울로 올라왔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안녕하세요.
    서울로 올라와 지내는.. 평범한 여대생입니다.
     
    서울에서 지낸지 어언 3년되었는데 어째 아직도 적응이 안되네요
    1학년 때 사람 많은 지하철역에서 어쩜 사람들은 저렇게 빨리 다닐까...
    저렇게 빨리 가는.. 그 목적지가 어딜까.. 하는 생각으로 의자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저 또한 그렇게 빨리 걷고 있더라고요.
    걷다보니 숨이 차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문득..
     
    그냥 집 가까운 대학교로 가 장학금도 받고 가족들이랑 지낼껄.. 하는 생각도 들고
    뭣하러 서울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며 지내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매번..
    시험을 치르고 학점이 나오면... 정말... 그래도 나 공부 못하지 않았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역시 서울 학생들은 훨씬 똑똑한가봐요. 나 같은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촌년이었던건지ㅠㅠ
     
    자취를 하면 밥도 잘 만들어먹고 할 줄 알았는데 식비도 장난아니네요.
    언제는 일부러 잠만 잔 적도 있어요.. 자면 배가 고픈걸 못느끼니까ㅠㅠ
    아.. 제가 쓰고도 부끄럽네요..ㅋㅋ
    집 앞 슈퍼에서 파는 2인분짜리 우동이 있어요.
    냄비에 끓여먹는.. 그게 1500원이거든요. 그거면 하루 두끼를 먹을 수 있어요
    하루 식비로 1500원 쓴다는건 정말 저한테는 혁명이었거든요.
    그렇게 지내면서 제 몸 상하는걸 몰랐어요.
    손톱에 자꾸 금이 가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질때쯤에야 알았어요.
    내가 왜 이래야 하나 엉엉 울고는 친구랑 삼겹살집에 갔었죠ㅋㅋ
    아휴 부끄러워라! 그 누구한테도 말 못하겠네요ㅋㅋㅋ
    이렇게 오유에 익명으로나마 말하지...
     
    저는 과 특성상 봉사활동을 자주 하는데요 (물론 자율적으로요)
    교통카드 찍으면 잔액이랑 나가는 금액이랑 뜨잖아요.
    그거 딱 보는순간 갑자기 회의감이 드는거에요.
    내 돈 들여 봉사하러 가는 내 모습이 너무 미웠어요.
    봉사안하면 그 돈 모아 맛있는 밥 먹고 예쁜 거 살 수 있는데
    내가 뭐 능력있다고 봉사를 하러가는지.. 내 주제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정 말씀드리고 한 2주를 쉬었네요ㅠㅠ
     
    서울 사는 친구들이 통학시간에 징징거릴때
    그래도 집가면 어리광 부릴 부모님이, 비빌 가족이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말하고 싶은걸 꾹 참았어요..
    기숙사나와 방 구할때도 이렇게 큰 서울땅에 내 몸뚱이 하나 둘 곳 없다니,
    목소리 한번 내지않는 고시원에 들어가 매일 밤 펑펑 울고
    다신 여기로 돌아오지 않겠다 수백번 다짐했어요.
      
    수험생 동생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든든한 큰딸되고자
    나 힘들다 말도 하지 않고 바쁘게 살다 겨우 3학년을 끝냈어요.
    저만 이렇게 힘들게 지내는 건가요?
    다른 분들도 힘드신거 맞죠? 원래 다 이런거 맞죠?
    저 이렇게 사는거 낭비하는거 아니죠..? 맞다고 해주세요...
    그래도 언니~ 하는 동생에 힘내고, 딸~ 하는 부모님 목소리에 힘내봅니다!
     
     
    서울로 올라와 지내는 여대생의 하소연..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내일 빙판길 조심하시고, 밥 굶지말고 건강하세요~!!!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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