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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4477
    작성자 : 김보경♡
    추천 : 11
    조회수 : 665
    IP : 115.138.***.221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7/29 0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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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더워!!! 덥..덥다고!!!”</div> <div><br></div> <div>나른하게 내려앉은 오후의 공기를 흩트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나는 커피를 입가로 가져가려는 행동을 멈춘 채,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웬 추레한 행색의 남자가 괴성을 지르며 시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엉겨붙어 있었고, 옷도 각종 이물질로 물들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쿰쿰한 냄새가 날 것만 같았다. 나는 호기심이 일어 조금 더 바라보기 편한 자세를 취하고 커피를 내려놓았다.</div> <div><br></div> <div>남자는 한눈에 보더라도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지금 이 공간에 있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지금 남자와 부딪힌 저 청년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div> <div><br></div> <div>“뭐야, 아 씨발 냄새.”</div> <div><br></div> <div>청년은 한껏 인상을 찡그린 채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경멸이 가득한 눈빛. 냄새 탓일까, 남자가 불편하다는 이유 때문일까, 작고 왜소한 몸집이 문제일까. 청년은 높은 불쾌지수를 해결하고자 하는 얼굴로 남자에게 다가갔다.</div> <div><br></div> <div>“야, 야 씨발 일어나봐.”</div> <div><br></div> <div>남자는 청년과 부딪힘과 동시에 바닥에 넘어지더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시끄럽던 괴성도 잠잠해졌다. 청년은 주위에 시선이 자기에게 집중된 걸 아는 듯 보였다. 자기 딴에는 멋있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인지, 남자에게 다가가 발로 톡톡 건드리며 시동을 걸었다.</div> <div><br></div> <div>“븅신새끼야. 일어나보라고. 부딪혔으면 사과를 해야지. 사과. 내 말 듣고 있냐?”</div> <div><br></div> <div>청년이 발로 걷어차는 강도가 올라갔지만, 남자는 미동도 없었다. 아니, 입이 움직이고 있었다. 청년도 그걸 느꼈는지, 놀리던 발을 멈추고 허리를 숙였다.</div> <div><br></div> <div>“뭐? 이 쪼다새끼가 뭐라 그러는 거야. 야, 뭐라고?”</div> <div><br></div> <div>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시선은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가 부딪힘으로써 떨어트린 청년의 아이스티. 편의점에서 1000원이면 구할 수 있는 얼음 컵에 담겨있는 아이스티였다.</div> <div><br></div> <div>“더..워.. 얼음.. 얼음! 얼음 차갑다! 차갑다! 얼음!!!”</div> <div><br></div> <div>남자는 다시 괴성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허리를 숙이며 귀를 기울이고 있던 청년에게 박치기를 가한 꼴이 되었다. 나와 같은 카페 테라스에 있던 여자들 몇몇이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 의도치 않게 일격을 당한 청년은 코를 붙잡고 신음을 토해내었다.</div> <div><br></div> <div>“이 씨발, 븅신 같은 새끼가 미쳤나!”</div> <div><br></div> <div>청년은 자신의 자존심이 뭉개졌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코를 잡은 손을 내려놓고 남자를 밀쳐 다시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거세게 발길질을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아.. 아프다.. 아프다!”</div> <div><br></div> <div>“아파? 아파? 씨발 아파? 야 이 새끼야.”</div> <div><br></div> <div>남자는 한껏 수그린 모습으로 발길질을 방어해 보았지만, 청년은 쉽사리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슬슬 주변에서 너무한 거 아닌가? 누가 좀 말려야 되는 거 아냐? 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나도 더는 바라볼 수가 없어 관망하던 자세를 풀고 일어나려는 찰나에 구원자가 등장했다.</div> <div><br></div> <div>구원자는 마침 길거리를 지나가던 우락부락한 근육의 소유자였다. 헬스 트레이너 느낌의 남성은 민소매만 걸쳐 자신의 근육을 마구 과시하는 듯 보였다.</div> <div><br></div> <div>“어이 학생, 그만하지?”</div> <div><br></div> <div>남성이 청년의 어깨 손을 올리며 말했다.</div> <div><br></div> <div>“넌 또 뭐...”</div> <div><br></div> <div>폭주하던 청년은 뒤를 돌아보며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카리스마 있는 눈빛을 쏘아 보내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눈빛은 1초 만에 사라졌다. 약자를 무참히 짓밟던 청년은 강자가 나타나자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이대로 말없이 물러날 리가 없었다. 마지막 자존심.</div> <div><br></div> <div>“재수가 없으려니, 퉤!”</div> <div><br></div> <div>남성은 자신의 시선을 피하던 청년이 마지막 말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걸 지켜만 보고 있었다. 마침내 청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조용히 뒷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청년의 침이 묻은 남자의 팔을 닦아주었다. 그때까지도 남자는 웅크려서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을 향한 발길질이 사라진 것도 모른 채.</div> <div><br></div> <div>“걸으실 수 있겠어요?”</div> <div><br></div> <div>남성이 겨우겨우 일으켜 세워주고 나서야 남자는 얼굴을 가리던 팔을 내렸다. 모두의 머릿속엔 같은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남자를 일으켜 세워준 남성마저도 말이다. 나는 남자의 잇몸에서 흐르는 피 같은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자의 팔이 가리고 있던 얼굴은 웃는 얼굴이었다. 그것도 잇몸이 보일 정도로 활짝 지어 보이는 미소. 그리고 손에는 청년이 떨어트린 얼음 컵이 함께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늘도 커피 한 잔을 하러 카페에 나와 있었다.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오고, 한입 무는 순간 사색에 빠졌다. 생각의 내용은 하나였다. 어제 이 시각, 이 장소에서 보았던 정체 모를 남자. 그는 왜 구타를 당하고도 웃었을까? 그는 왜 끝까지 그 얼음 컵을 들고 사라졌을까? 그는 왜 저렇게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을까? 어?</div> <div><br></div> <div>“얼음!! 덥다! 얼음이다!!”</div> <div><br></div> <div>또, 나타났다. 아마도 이 근처에 사는 듯 보였다. 여전히 더러운 옷에, 여전히 지저분한 머리였다.  모든 행동이 어제와 같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차이점 한 가지가 있었다. 남자의 품에는 어제 그 청년이 마시던 아이스티와 같은 얼음 컵이 한가득 안겨있었다. 언뜻 세어보아도 열댓 개는 가뿐히 넘는 개수. 저 왜소한 품에 저렇게 많은 얼음 컵을 안고, 저런 속도로 달린다는 것은.</div> <div><br></div> <div>넘어졌다. 남자가 안고 있던 얼음 컵들은 순식간에 주변에 흩뿌려졌다. 남자는 어제와는 달리 벌떡 일어나, 얼음 컵을 다시 줍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소리가 작아 들리진 않았지만, 입 모양으로는 끊임없이 덥다와 얼음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남자의 사연이. 얼음 컵을 사는 이유가. 남자에게 다가가려는 찰나에 그는 또다시 사고를 저질렀다. </div> <div><br></div> <div>하필 남자가 넘어진 근처에, 하필 얼음 컵이 날아간 곳에 치마를 입은 여성 2명이 서 있었던 것이다. 여성들은 신기한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고, 발밑에 위치한 얼음 컵은 보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남자에게 치마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당연히 안중에도 없었다. 남자는 무릎으로 기어가 얼음 컵에 도달했다. 그와 동시에 치마 밑으로 얼굴을 집어넣었다.</div> <div><br></div> <div>“꺄악!!”</div> <div><br></div> <div>치마의 주인은 비명을 질렀고, 남자는 비명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옆에 있던 여성의 손바닥에 남자의 뺨으로 날아갔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남자는 따귀에 밀려났고, 기껏 다시 모았던 얼음 컵들은 다시 흩어지고 말았다. 일행은 너무 놀라 따귀를 때린 듯 보였지만, 치마의 주인은 화를 참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뭐야! 이 변태 같은 새끼!”</div> <div><br></div> <div>여성은 들고 있던 핸드백으로 남자를 마구 두들기기 시작했다. 어제와는 달리 주변에서는 아무도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군거리지 않았다. 그저 당연히 맞아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여성은 같이 걷던 일행이 뜯어말릴 때까지 핸드백과 하이힐을 신은 발을 멈추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남자는 방어하지 않았다. 아프지 않아서, 잘못을 뉘우쳐서가 아니었다. 2명의 여성이 움직이며 얼음 컵을 밟고 얼음을 부수는 모습. 햇볕에 녹아가는 얼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증거로 눈동자는 여성이 얼음 컵을 발로 차서 날아가면 따라갔고, 얼음이 녹아 물이 고여 있는 곳을 빠르게 훑고 있었으니 말이다.</div> <div><br></div> <div>이윽고 여성들이 사라지고 나자 주변은 고요해졌다. 모두들 궁금한 모양이었다. 저 남자의 다음 행동이 무엇일지. 나는 도와주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이 모든 이들의 시선을 뚫고 저 남자에게 다가갈 용기가 말이다. 호기심이 끓었지만, 용기 앞에서 빠르게 식었다.</div> <div><br></div> <div>남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초점을 잃은 눈으로 걸음을 옮겼다. 평소와 같은 괴성도, 어제와 같은 미소도 없었다. 앙다문 입술만이, 굳어버린 광대뼈만이 그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바탕 비가 쏟아지면서 찌는 듯한 더위는 한 발 물러갔다. 모두들 빗소리를 즐겼고, 살짝살짝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하지만 나는 그 재미에 동참하지 못했다. 느긋하게 커피를 즐기지도 못했고, 물러간 더위를 느끼지도 못했다. 초조한 마음에 씹고 있던 빨대를 뒤늦게 알아채고 내려놓았다. 땀이 한 방울 흘렀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나타나겠지. 이 근처에 사는 듯해 보였으니 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확신이 불안으로 바뀌어 간 건, 어제 남자의 마지막 표정이 스쳐 지나간 후였다. 시계의 시침이 어제와 그제의 시간보다 2칸은 더 지나간 후였다.</div> <div><br></div> <div>내 커피의 얼음은 진작 녹아 없어지고, 빨대는 쓰임새를 다 하지 못하고 무수한 이빨 자국과 함께 널브러졌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자책감이 들었다. 어제 남자에게 다가갔더라면, 시선의 공포를 뒤로하고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div> <div><br></div> <div>빠르게 타올랐던 호기심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익숙한 괴성과 익숙지 않은 괴성이 동시에 터져 나온 건 그때였다.</div> <div><br></div> <div>“얼음!! 냄새!! 아프다!!!”</div> <div><br></div> <div>“야 이 도둑놈아! 아이고 도둑 잡아라!!”</div> <div><br></div> <div>멀리서 흐릿하게 다가오는 윤곽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이 정도의 비는 방해 축에도 들지 않는다는 듯 우산 따위는 들고 있지 않았다. 먼저 뛰어오는 건 정체 모를 남자였고, 뒤 따라오는 건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의 몸에 걸치고 있는 편의점 조끼가 이 상황을 대변해주었다. 얼음 컵, 섬유 탈취제, 에어 파스. 조화롭지 못한 3가지 물건이 남자라는 틀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어느새 길 중앙까지 나와 있던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뒤 따라오는 아주머니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의문스럽게 나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 있는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좀 오버했나? 10만원 까지는 안 될 것 같은데...”</div> <div><br></div> <div>나는 한결 가벼워진 지갑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점점 더 거세지는 빗줄기가 내 몸에 닿지 못하도록 우산을 끌어당겼다. 시내 근처에 살 것이라는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남자는 번화가를 벗어나고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고 아파트 단지를 지나 15분째 걷고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일명 판자촌이라 불리는 동네였다. 거지동네, 병신 집합소, 구렁텅이. 라는 철없는 학생들이 붙인 갖가지 별명이 지어져 있는 곳이었다.</div> <div><br></div> <div>처음 와본 사람이라면 무조건 길을 잃을 것 같은 복잡한 동네였다. 그러나 남자는 이런 좁고, 갈래가 많은 길 따위는 방해되지 않는다는 듯 발걸음에 속도를 높여갔다. 이윽고, 어느 다 쓰러져 가는 집으로 들어갔다. 담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거미줄처럼 금이 퍼져있었다. 쇠창살이 막혀있는 유리로 된 창문은 유리가 반도 붙어있지 않았고, 여기저기 녹이 슬어있는 현관문은 누가 망치로 두들긴 듯 찌그러져 용도를 행하는지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div> <div><br></div> <div>닫혀있지 않은 현관문 틈새로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주 서러운, 악에 받친 울음소리. 물고 있던 사탕을 빼앗긴 아이처럼 온 힘을 다해 울어댔다. 더는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들어갔다.</div> <div><br></div> <div>끼이이-</div> <div><br></div> <div>녹이 그득한 모습과 어울리게 현관문에서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집 안으로 한 걸음 내딛기가 무섭게 악취가 코를 찔렀다. 역겨운 냄새. 쓰레기와는 조금 다른 무언가의 냄새. 남자의 울음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길 필요도 없었다. 왼쪽으로 꺾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눈에 박혔다.</div> <div><br></div> <div>“우으으으어!!!!!”</div> <div><br></div> <div>남자는 울음소리는 동물같이 변해갔다. 온몸에 닭살이 올라왔다. 남자는 쉴 새 없이 얼음을 부어대고, 섬유 탈취제와 에어 파스를 뿌려댔다. 입을 벌린 채 누워있는 한 여성의 시체에 말이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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