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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안현미, 갱년기
국숫집에 와보니 알겠다
호르몬이 울고
호르몬이 그리워하고
호르몬이 미워하고
다 호르몬이 시키는 일이라는 걸
매일매일 죽지도 않고 찾아와
죽고 싶다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
국수 가락처럼 긴
사생과 결단의 끝
당신
내가 살자고 하면 죽어버릴 것 같은
내가 죽자고 하면 살아버릴 것 같은
국숫집에 와보니 알겠다
크게 잘못 살고 있었다는 걸
크게 춥게 살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따뜻한 국수가 고팠다는 걸
이윤학, 동부
앞치마에 따온 풋동부를
마루에 앉아 까는 어머니
몇 달간 술을 끊었다는 아들 말을
좀체 믿으려 들지 않는다
너를 생각할 때마다
거미를 씹어 먹는 것 같으다
두 손으로 풋동부를 싸든 어머니
어둡기 전에 밥 안치러
부엌으로 들어가신다
박형준, 묘비명
유별나게 긴 다리를 타고난 사내는
돌아다니느라 인생을 허비했다
걷지 않고서는 사는 게 무의미했던
사내가 신었던 신발들은 추상적이 되어
길 가장자리에 버려지곤 했다, 시간이 흘러
그 속에 흙이 채워지고 풀씨가 날아와
작은 무덤이 되어 가느다란 꽃을 피웠다
허공에 주인의 발바닥을 거꾸로 들어 올려
이곳의 행적을 기록했다
신발들은 그렇게 잊혀지곤 했다
기억이란 끔찍한 물건이다
망각되기 위해 버려진 신발들이
사실은 나를 신고 다녔음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맨발은 금방 망각을 그리워한다
이미상, 좀 더 자렴
어딜 갔었니
한번 안아볼까
못이기는 척 안기는
젖은 풀씨들
머리를 잘랐구나
마음을 바꿨니
간밤
비 그치고
소국이 피었다
좀 더 자렴
이병률, 출장
한참만에 집으로 돌아와 창문을 연다
그 몇 개 안 되는 빛들이
순차적으로 집안을 폐허이게 한다
개수대 오물 구멍에서 자라난
제법 키 큰 콩 싹을 본다
떠내려가지 못한 콩, 적막을 이기려 터진 살
수척한 낯빛의 콩 싹이
머리를 든 초록 실뱀 같다
한사코 생명이라고 그토록 집을 지키고 있었구나
화분의 식물들은
편히 죽지 못한 사람처럼 사지가 틀어졌고
나는 별 목숨도 아닌 채로 한참을 서성이다
다 서성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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