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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나혜경, 새집
새집 구경 온 여자가
군더더기가 없군이라고 말했어
이사 올 때 책상 세 개를 버리고 왔거든
수식어를 절제하는 문장처럼
중언부언하지 않는 말처럼
자화자찬과 오만방자에 물들지 않는 도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나 봐 무의식중에
귀가할 때마다
애먼 데 쏟아붓는 감정을 싸 들고 오지 않으려고 애썼어
감정도 쌓이면 짐이 되니
새집의 유효기간을 연장시키듯
아무 것도 버릴 것 없는 나이길 바랐어
김용택, 오래 한 생각
어느 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네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고두현, 햇살 한 다발
간밤에 떨어진 꽃잎
그 위에 흩뿌려진 햇살 한 다발
누가 던진 위로일까
천세진, 오목한 자리마다
모감주 노란 꽃잎들에 흥건히 배어있던 풍경들이
단내 풍기며 익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찬에 늦을까봐 서둘러 달려갔는데
만찬장이 멀리 보이는 곳에 이르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방의 강과 호수에서 두둥실 떠오른 풍경들이
산맥 몇 개를 넘는 사이에
차가운 물방울이 되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문장이 되지 못한 단어들이
여름날 우박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세차게 내리는지
깨진 장독 뚜껑, 썩은 나무 둥치
길고양이 밥그릇, 녹슨 자전거 안장, 기울어진 간판 모서리
오목한 자리마다 금세 웅덩이가 생겼다
웅덩이마다 문장이 하나씩 생겼다
빗방울 떨어질 때마다 문장이 출렁거렸다
허영자, 은발
머리카락에
은발 늘어가니
은의 무게만큼
나
고개를 숙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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