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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손택수, 탱자나무 울타리 속의 설법
가시 끝에 탱글탱글 빗방울이 열렸다
나무는 빗방울 속에 들어가
물장구치며 노는 햇살과 구름
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른 새울음 소리까지를
고동 속처럼 알뜰히 빼어 먹는다
가시 끝에 맺힌 빗방울들
가슴 깊이 가시를 물고 떨고 있다
살 속을 파고든 비수를 품고
둥그래진다는 것, 그건
욱신거리는 상처를 머금고 사는 일이다
입술을 윽 깨물고 상처 속으로 들어가 한 몸이 되는 일이다
열매들은 모두 빗방울을 닮아 둥그래질 것이다
빗방울의 아픔을 궁글려 탱탱한 탱자 알이 될 것이다
바람이 불자, 내 어둔 이마 위로
빗방울 하나가 고동껍질처럼 떼구루루 떨어져 내렸다
최재형, 양지
양지짝에 앉으면
인생(人生)이 행결 따뜻해온다
어렸을 땐 헐벗고 배고파도
항상 즐겁던 양지
나는 혼자
오랫동안 그늘로 쫓기어왔다
여수(旅愁)는 절로
녹아나리고
차라리 울 수도 없는
이 막다른 골목에서
눈부신 햇빛만이
옛날의 인정(人情)이었다
외로운 이여 오라
와서 잠깐 해바라기하며
쉬어서 가자
이렇게 양지짝에 앉으면
세상이 행결 정(情)다워진다
문정영, 그만큼
비 그치고 돌멩이 들어내자
돌멩이 생김새만한 마른자리가 생긴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는 내 발 크기가 비어 있다
내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내 키는 다 젖었고
걸어온 자리만큼 말라가고 있다
누가 나를 순하다 하나 그것은 거친 것들 다 젖은 후
마른 자국만 본 것이다
후박나무 잎은 후박나무 잎만큼 젖고
양귀비꽃은 양귀비꽃만큼 젖어서 후생이 생겨난다
여름비는 풍성하여 다 적실 것 같은데
누운 자리를 남긴다
그것이 살아가는 자리이고
다시 살아도 꼭 그만큼은 빈다
그 크기가 무덤보다 작아서 비에 젖어 파랗다
더 크게 걸어도
더 많이 걸어도
꼭 그만큼 이라는데
앞서 빠르게 걸어온 자리가
그대에게 먼저 젖는다
이장욱, 삼미 슈퍼스타즈 구장에서
그때 야구장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내리는 비를
내리는 비를
내리는 비를
혼자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한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문재, 월광욕
달빛에 마음을 내다 널고
쪼그려 앉아
마음에다 하나씩
이름을 짓는다
도둑이야!
낯선 제 이름 들은 그놈들
서로 화들짝 놀라
도망간다
마음 달아난 몸
환한 달빛에 씻는다
이제 가난하게 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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