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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이 밤 마당의 양철쓰레기통에 불을 놓고
불태우는 할머니의 분홍색 외투
우르르 솟구치는 불씨들 공중에서 탁탁 터지는 소리
그 소리 따라 올려다본 하늘 저기
손가락에 반쯤 잡힌 단추 같은 달
그러나 하늘 가득 채워지고 있는 검은색
가만히 올려다보는데 일순간
그해 겨울 용달차 가득 쌓여 있던 분홍색
외투들이 똑같이 생긴 인형들처럼
분홍색 외투를 입은 수많은 할머니들이
나의 몸속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이제는 추억이 된 몸속의 흐느낌들이
검은 하늘 가득 분홍색을 죽죽 칠해나간다
값싼 외투에 깃들어 있는 석유 냄새처럼
비명의 냄새를 풍기는 흐느낌
확 질러버리려는 찰나! 나의 몸속으로
다시 돌아와 잠잠하게 잠기는 분홍색 흐느낌
분홍색 외투의 마지막 한 점 분홍이 타들어가고 있다
맹문재, 1980년대에 대하여
나는 그를 원망한다
그 때문에 노조원인 나는 안정된 직장을 잃었고
첫사랑을 빼앗겼다
거대한 여당에 표를 찍을 수 없었고
신문 사설에 밑줄 긋지 못했다
더 억울한 것은
종달새 소리와 흰나비를 쫓던 순진한 가슴에
적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분명 성실한 회사원이 되었을 것이다
적금 액수를 따지고
부서장의 성격에 관심을 갖고
승진과 아파트 가격에 신경 썼을 것이다
틈나는 대로 주식에 투자하고
주말이면 낚싯대를 챙기고 친목 바둑을 두고
직장간 친선 축구대회에 나가 공도 찼을 것이다
그 모든 기회를 잃어버리고
나는 불만만 많은 소시민이 되었다
산다는 것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분배와 정의와 환경오염을 괜히 문제 삼는다
술을 마시며 이데올로기까지 따지는
추상적인 인간이 된 것이다
부정의 가치를 운명으로 받아들인 나는
억울하지만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윤동주, 봄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어 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김귀례, 촛불
나의 눈물을 위로한다고
말하지 말라
나의 삶은 눈물 흘리는 데 있다
너희의 무릎을 꿇리는 데 있다
십자가상과 만다라 곁에
청순한 모습으로 서 있다고 좋아하지 말라
눈물 흘리지 않는 삶과
무릎 꿇지 못하는 삶을
오래 사는 삶이라고 부러워하지 말라
작아지지 않는 삶을 박수 치지 말라
나는 커 갈수록 작아져야 하고
나는 아름다워질수록 눈물이 많아야 하고
나는 높아질수록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이문조, 그대의 우산
비를 맞는
사람에게 살며시 다가가
우산을 씌워준다
누군가에게
우산이 되어 준다는 것
참 행복한 일이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
나도 이세상 누군가를 위해
몸도 마음도 젖지 않게 해주는
다정한 우산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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