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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9675
    작성자 : -Y-
    추천 : 13
    조회수 : 1680
    IP : 183.97.***.9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7/31 01:03:44
    http://todayhumor.com/?panic_89675 모바일
    단편] 짜장면
    옵션
    • 창작글
    오랜만에 수화기를 든 것 같다.

    삑. 삑.

    나는 짜장면을 시켰다.
    그 번호를 누르는 것도.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는것도.

    너무나도 오랜만이라 마치 그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새빨간 하늘을 보며 나는 짜장면을 기다렸다.
    저 불타는 하늘은
     
    우리를 잡아먹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
    그 불타는 커다란 형태를 바라보며

     
    잠시, 노을같다는 생각을 했다.
    밤이 찾아오기 전의 새빨간 노을같다고

    이내 타박,타박 소리가 들리며 아저씨가 찾아왔다.
     
    서로 잠시 쳐다보았다.
    철컥,하며 철가방이 열렸고, 아저씨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꺼냈다.
    탕수육은 서비스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서로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는 떨리는 손과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같은 눈물을 숨기진 못했다.
    그는 돈도 받지 않고 떠나갔다.

    그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며
    문을 닫을 뿐이었다.

    다만, 마지막 주문 감사합니다. 라는 말은
    그의 눈물과 함께 잊어버리기로 했다.
    평소와 같이 그저 문을 잠글 뿐이었다.

    짜장면을 들고 의자에 앉았다.

     
    밖에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 있었다.
    모래 밭에서 뛰노는 아이들도
    그들을 바라보는 행복하게 웃고 있는 부모들도.
    모두들 평소의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이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말고는 모두들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저들은 그때와 같은 행복한 나들이를 꿈꾸고 있는 것이겠지.
     
    나와 같은 그 때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겠지.

    짜장면을 한 젓가락 들어 먹었다.

     
    아. 이런 맛이었다.
    그때의 맛이었다.

    어릴 적, 아무것도 없이 가난했던 우리 집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생일날 나를 위해 어떻게든 사주셨던 그 때.

     
    그때의 맛이었다.

    그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후루룩 거리며 먹어 대는 나를 보며 웃고 계셨다.
    부모님은 한 입도 대지 않으셨다.
    그저 배가 부르다며.

    후루룩 하며 한웅큼 밀어 넣었다.

    정말 맛있었다.
    탕수육도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연신 밀어넣어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눈물에 목이 메어 짜장면이 턱턱 목에 걸렸지만
    결국 양념까지 전부 긁어 먹었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기 위해
    나는 한번 숨을 삼키고
    탁하며, 그릇을 내려두었다.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웃으며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침대에 누워 시간이 멈춘 그들을 바라보았다.

     
    마지막까지 나를 탓하지 않고 웃고 있었던.
     
    지금도 웃고 있는 그들을.

    어느새 밖은 불타고 있었다.
    녹아내리는 세상 속에서도

    나는 부모님을 보며 웃고있었다.
    그때처럼 웃었다.

    정말, 그때와 같이.

    출처 어제 귀국했습니다!

    일본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빠르게 지나가 버렸네요..

    계속 써나가겠습니다!
    -Y-의 꼬릿말입니다
    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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