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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8844
    작성자 : 이야기보따리
    추천 : 20
    조회수 : 2052
    IP : 112.160.***.12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6/28 17:25:37
    http://todayhumor.com/?panic_88844 모바일
    [납량특집] 낯선 이의 방문
    옵션
    • 창작글
     
     
     

    " 아- 잠깐 잠깐. 나도 잠시 실례. "
     
     

    한 여자가 자정이 다 돼서야
    원룸에 도착해 현관문을 닫으려는 찰나,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낯선 남자가
    문 틈 사이로 손을 끼워 넣더니
    아주 천연덕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여자의 반응이었다.
     
     
     
     
    그 낯선 남자의 갑작스런 난입에도 불구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는
    무심하게도 그대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보통의 여자라면 진작에 발악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 여자의 뒷모습은 깡마르기 그지없었는데,
    허리까지 닿는 기름진 생머리는 적어도
    수년 동안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이 년이,  깡 좀 있나 본데? "
     
     
     
    자신을 위협적인 인물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느낌을 받은 남자는
    기분이 매우 언짢은 듯 처음 들어올 때와는
    상반되는 낮은 톤의 목소리였다.
     
     
    남자는 여전히 무시하는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 당겼다.
     
     
     
    이내 뒤돌아선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
    낯선 남자는 잠시 흠짓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아.. '
     
     

    보기 싫게 툭 튀어나온 매부리코에
    푸른빛마저 감도는 창백한 피부는
    마치 마른 장작이 죽죽 갈라진 것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그 여자는 목덜미가 굳어버린 사람처럼
    고개를 빳빳이 세운 채로
    퀭한 눈동자만을 내리깔아 남자의
    두 눈을 번갈아 보기도 잠시,
     
    또다시 남자를 뒤로한 채 부엌으로 걸어가더니
    이내 식탁 의자에 등을 보이고 앉았다.
     
     
     
     
     
    남자는 침착함을 넘어서 소름 돋을 정도로
    무심한 여자를 보고 있자니 무엇인가
    속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윽고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안주머니에 있던 날렵한 칼을 꺼냈다.
     
     
     
    작지만 아주 예리하게 손질되어 있는 나이프였다.
     
     
     
    " x 년.. "
     
     
     
    어젯밤 또 다른 희생양을 잔인하게
    난도질하는 순간에도 흥분하지 않던 그가,
     

     
    처음으로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칼을 쥔 손에는 요상한 전율마저 느껴졌다.
     
     

    이러한 일상적이지 않는 반응과
    신선한 상황은 여태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피가 솟구치는 감정들이 정신없이 교차하며
    묘한 쾌락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 아, 흥분돼 '
     
     
     
    저 꼴도 보기 싫은 가느다랗고 긴 목을
    단숨에 그은 후, 처절하게 변하게 될
    그녀의 표정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미동조차 없이 뒤돌아 앉아 있는
    그녀를 향해 성큼 다가가고 있는 찰나였다.
     
     

    ' 타닥! '
     
     
     
     
     
     
     

    자신의 우측 편 화장실에서 무언가 작은
    물건이 떨어진 듯한 소리에 깜짝 놀란 남자는
    재빨리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순간,
     
    시종일관 침묵하던 그 여자가 부엌에서부터
    갑자기 웃음을 참는 소리와 함께
    벙어리들이나 내는 어눌한 소리를 연신 내뱉어댔다.
     
     

    ' 크큭 , 낶아 내ㄱ가 더 내가..ㄷ낶ㅏ, 크 '
     
     
     
     
     
     
     
     

    " 저 미친.년. "
    곧이어 남자는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고,
     
     

    그 안에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자신의 입을 한 손으로 막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떨어진 휴대폰을 줍고 있던
    또 다른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낯선 남자와 맞닥뜨리게 된
    화장실 안의 여자는 ‘아차’ 싶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이어 극심한 공포로
    얼굴이 심각하게 구겨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속으로 ' 안에 사람이 또 ..'
    라는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벌벌 떨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실성한 듯 소리쳤다.
     
     
     
     
     
     

     
     
     
     
    " 당신들 도대체 누구야!!!!!!!!!  "
     
     
     
     
     
     
     
     
     

    남자에게 고정되어있던
    여자의 시선이 덜덜 떨리며
    그의 어깨너머로 이동하더니
    이내 초점을 잃고 실신한 듯 힘없이 쓰러졌다.
     
     
     

    남자는 쓰러진 여자를 몇 초간 멍하니 쳐다봤다.
     
     
     
     

    당신 '들' ?
     
     
     
     
     
     
     
     
     
     
     
    그제야 어느 순간부터 그 '낯선' 여자의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미칠듯한 소름에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자신의 코앞으로 다가온 그녀가
    얼굴을 바짝 들이밀면서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이 입을 쩍- 벌린 채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놀랄 틈도 주지 않고
    부엌 식칼로 남자의 목을 긋더니,
     
    처절하게 일그러진 남자의 표정을 음미하다가
    일순간 아주 또렷하면서도 끔찍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 내가 더 흥분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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