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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8712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26
    조회수 : 5222
    IP : 45.64.***.169
    댓글 : 22개
    등록시간 : 2016/06/22 23:15:28
    http://todayhumor.com/?panic_88712 모바일
    폐교에서의 신혼 생활
    옵션
    • 창작글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는 말 그대로 엄청난 촌동네 였어.
     
    하루에 두 번 오는 낡은 버스 외에는 나갈 방법이 없는 그런 완전 오지였지.
     
    다른 사람들은 그런데서 어떻게 살았나 싶겠지만 솔직히 난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물도 맑고 아이들 뛰어놀만한 들판도 넓었지.
     
    공기도 좋으니 학교 끝나고 끼리끼리 어울려 온 산을 뛰어다녔어.
     
    전교생이 10명도 안되는 조그만 분교를 다니면서 정말 즐거웠지.
     
    어쩌면 그녀와 함께여서 였는지도 모르고.
     
    . 그녀 이야기를 해줄게.
     
    나랑 같은 학년이었는데 정말 예쁜 아이였어.
     
    바로 옆집에 살기도 해서 나랑은 학교도 같이 다니고 놀러도 많이 다녔지.
     
    하루종일 붙어다니다 보니 짖궂은 애들한테 놀림거리도 됐었지만.
     
    그래. 그 애가 분명 내 첫사랑이었을 거야.
     
     
     
     
     
    그 당시엔 그 아이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게 유일한 꿈이었지.
     
    부모님 일 때문에 도시로 이사 갈 때 난 스스로에게 약속했어.
     
    나중에 꼭 다시 돌아와서 그녀랑 결혼할 거라고 말이야.
     
    그 마을을 떠나서 힘든일도 있었고 방황도 많이 했지만 그녀를 생각하면서 그럭저럭 버텼어.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곳으로 갈 수 있었지.
     
    다행히 그 곳을 찾아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지.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긴거야.
     
    마을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난 후 더라.
     
    쓰러져가는 집에 노인 한명만 혼자 살고 있을 뿐이었어.
     
    그 노인한테 혹시 그녀를 아는지 물어봤어.
     
    그런데 그 노인이 한다는 대답이 그녀는 오래전에 죽었다는 거야.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지.
     
     
     
     
     
    당장 주저앉아 울고 싶었지만 애써 참고 그녀와 추억이 깃든 학교를 찾아갔어.
     
    폐교가 되었지만 거의 예전모습 그대로더라고.
     
    텅 빈 학교에서 그녀 생각을 하며 청승떨고 있는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어.
     
    내 뒤에 그녀가 서있었던 거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
     
    여전히 너무나 아름다웠어.
     
    그녀는 새하얀 얼굴로 내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어.
     
    눈물이 날 것 같더라.
     
    아무래도 그 빌어먹을 노인이 노망이나서 내게 헛소리를 했었나봐.
     
    그녀가 이렇게 내 눈앞에 나타났으니까.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도 나와 같은 감정 이었을 거야.
     
     
     
     
     
    그녀는 그 버려진 학교에서 살고 있었어.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
     
    그 덕에 학교는 우리만의 비밀장소가 되었어.
     
    나도 그곳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그녀와 행복하게 지냈지.
     
    그 학교에 귀신이 나온다는 그 노인의 터무니없는 말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
     
    그녀가 죽었다고 헛소리 하던 노인이니까.
     
    이제 남은 건 그녀에게 청혼해서 오랜 꿈을 이루는 것뿐이야.
     
    그 학교는 이제 우리 신혼집이 되는거지. 왠지 로맨틱 하지 않아?
     
    물론 그러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러기위해서 널 데리고 온 거고.
     
    도와줄 거지?”
     
     
     
     
     
     
    청년은 차를 세우고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입이 막힌 채 묶여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 미안. 대답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구나.”
     
    그렇게 말한 청년은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그녀랑 행복하게 살려면 먼저 내가 자유의 몸이 되어야해.
     
    경찰한테 쫒기는 살인범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겠어.
     
    지금이야 이 촌 동네에 잘 숨어있는 것 같아도 언젠가는 들키게 될거라고.
     
    고심 하던 차에 그녀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 줬지.
     
    그냥 죽으면 되는 거야. 물론 진짜 죽는 건 아니지. 누군가가 나대신 죽는 거야.
     
    그녀는 진짜 천사 같은데다가 똑똑하다니까.”
     
    청년은 묶여있는 남자를 조수석에서 꺼내어 운전석에 앉히고는 기분 좋게 웃으며 차에 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 이제 넌 내가 되는 거야. 차가 불에 활활 타면 경찰들이 찾아와서 번호판을 확인하겠지?
     
    그걸로 엉망으로 탄 시체를 나라고 생각할거야.
     
    그럼 날 쫒는 걸 멈추고 난 공식적으로 죽은 사람이 되겠지.
     
    하지만 난 시골동네 작은 학교에서 그녀랑 행복하게 살거야.”
     
    그는 라이터를 켜고 잠시 한숨을 쉬곤 말했다.
     
    이제 돌아가는게 걱정이네. 몇시간은 걸어야할텐데...
     
    그녀가 마중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한 그는 발버둥 치는 남자에게 라이터를 던졌다.
     
     
     
     
     
     
    By. neptunuse
    출처
    보완
    2016-06-23 10:28:26
    15 |
    PS. 여자는 죽지 않았습니다. 죽은것으로 기록되었을 뿐이죠. 남자에게 알려준것 처럼요.
    neptunuse의 꼬릿말입니다
    적월 - 공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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