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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8532
    작성자 : 내일은없는놈
    추천 : 16
    조회수 : 2366
    IP : 58.65.***.28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6/06/14 03:03:57
    http://todayhumor.com/?panic_88532 모바일
    신뢰 게임
    옵션
    • 창작글
    "흡! 으읍!!"
    나는 지금 칠흑같이 어두운 방 안에 결박된 채 앉아있다, 입에는 걸레로 만든 재갈이라도 물렸는가 쓴맛과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여긴 어디지?
    "아 두분 다 일어나신 모양이군요, 그럼 이제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게임이라니? 지금 사람 붙잡아 앉혀놓고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누군지 물어보고, 꺼내달라고 외쳐보아도 웅얼대는 말만이 밖으로 새어 나온다.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하실 신뢰 게임의 주최자입니다! 지금부터 게임의 룰을 천천히 설명드릴테니 잘 듣고 게임에 임해주세요."

    "게임의 룰은 간단합니다, 곧 결박을 풀고 불을 켜드릴건데 뒤를 보시면 참가자들의 이름이 적혀있을 것입니다, 그 이름을 잘 보시고 가장 죽었으면 좋겠다! 하시는 분의 이름을 써 주시면 됩니다, 기권표는 당연히 안되시구요! 만약 참가자들의 득표가 모두 똑같으면 여러분들을 그 방에서 꺼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높은 수의 표를 받으신다면 그 사람은 죽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10억의 상금이 수여되겠습니다! 그럼 20분 후에 개표하겠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이거 방송 몰래카메라야?
    '삭' 잠깐 생각하는 동안 절삭음과 함께 재갈과 손,발을 묶고있던 매듭이 풀렸다.
    "뭐하는짓이야! 빨리 꺼내 줘!"
    옆방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덩달아 나도 불이 켜지고 문을 두드렸지만 주최자의 말은 끊어졌고 몇 분간의 소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잦아들었다.
    더 이상 응답이 없는데다가 꺼내 줄 의향이 없는 걸 나는 확신하고 나와 다른 참가자는 점차 정신에 안정을 찾아갔다.
    "저...저기...."
    옆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죽지 않으려면 그냥 참가자 명단 신경쓰지 않고 자기 이름만 쓰면 되지 않을까요? 모두가 살 수 있잖아요."
    그 말에 나는 무심코 뒤쪽 벽의 참가자 명단을 쳐다보았다
    -참가자 명단
     1 . 김 정 수
     2 . 강 민 석

    두 명? 게다가 다른 한명은 익숙한 이름이다.
    "민석이? 민석이야?"
    "저...정수야!? 진짜 너야?"
    내 중,고등학교 동창인 민석이였다. 나는 안심하고 민석이에게 말했다.
    "민석아! 그냥 우리 각자 자기 이름 쓰자, 나도 내 이름 쓰고 너도 니 이름 쓰고 나가는거야!"
    "아..알았어! 내 이름 쓸게!"
    나는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에 있는 펜을 쥐고 위에 있던 노트에 내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김...정..ㅅ........

    이름을 쓰며 나는 여길 나가서 경찰에 바로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름을 쓰고 개표 시간동안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곱씹었다.

    "10억의 상금이 수여되겠습니다!"
    그 때 주최자가 했던 말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10억....10억이면 빚도 값고 집도 전세로....아니 그냥 지방에 적당한 집 구해서 놀고 먹어도 살 수 있다..10억만 있으면.. 어차피 저녀석은 자기 이름 쓸거고 그러면 그냥 쟤 이름 쓰고 10억을 꿀꺽해?...
    아냐 학생때 우리 추억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지만 계속 10억을 생각할수록 민석이가 학창시절에 내게 한 안좋은 일들만 자꾸 생각났다, 수학여행때 내 음료수에 설사약을 섞어 버스 안에서 망신줬던 일, 좋아했던 여자애를 자기는 원래 몰랐다는 듯이 대놓고 사귀기 시작한 일...한번 생각이 드니 끝이 없었다.
    '그래 저 새낀 친구도 아니었어 그냥 10억 타 먹자, 난 모르는 일이야'
    나는 종이의 내 이름을 지우고 민석이 이름을 적었다.
    시간이 지나 개표시간이 되자 다시 주최자의 말이 들려왔다.
    "자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철컹! 스르륵...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열리고 나는 잽싸게 방 안에서 뛰쳐나왔다, 일말의 죄책감일까 아니면 10억을 빨리 받고싶다는 몸부림일까 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10억에 대한 기쁨이 더 컸으니까 말이다, 

    옆 방에서 뛰쳐나온 민석이를 보기 전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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