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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에 올려야하나 고민게에 올려야하나 고민하다가 익명이 가능하기에 여기에 올립니다.
혹여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게 글이 흘러간다면 양해해주십시오.
저는 이십대 후반의 동성애자 입니다.
제 성별이 여자이므로, 여자동성애자를 부르는 말처럼 '레즈비언' 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말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를 봤다거나, 맛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 혹은 싸웠다는 이야기 등등
소소하고 행복한 이야기들을 주변사람들에게 말하기도 하지요.
미니홈피나 SNS, 카톡같은것도 그 범주에 속할 수 있겠네요.
저도 그들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가며 가끔은 싸우기도 하지요.
이런 일상적인 것들을 언제나 저와 제 애인만 알고 누구에게 말한적은 없었습니다.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닌데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나도 행복했던 일상을 그냥 가볍게 주절주절 말하고 싶은데 사회적으로 그럴 순 없고.. 나도 나름 행복한데.... 하는 맘도 들고..
그래서 제가 자주 와서 눈팅하는 오유에라도 말하고 싶어서요.. 괜찮겠죠?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란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죠.
제가 좀 남들과 다르다고 느낀 계기는 초등학교 고학년때 였어요. 사랑을 알기엔 너무 어렸지만 가끔 제 가슴을 두근두근 거리게 했던 건
같은 반의 여자아이였어요. 그때는 '이성애'의 개념조차 없었던 상태라 '동성애'라는 것을 인지하긴 만무했고
그냥 저도 모르게 그냥 여자애들이 더 좋았죠.
중딩때는 여자 수학선생님이 좋았고...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같은 동아리에 선배를 좋아했습니다. (저는 여고 출신입니다)
그때 어렴풋이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동성애자라는거구나.. 그게 나일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고백해본적은 없었어요.
대학가고 졸업해서 직장 다니다가 회사에서 지금 애인을 만났습니다.
저를 정말 많이 도와주던 선배였는데 사회에서 만난 사람에게 이성간이면 고백을 할 수 도 있는거지만
동성간이면, 만약 제가 잘못짚은거라면 매장당할수도 있는 문제니 조심스러웠지요.
인연이였을까요. 저희는 3년째 잘 만나고 있습니다.
남들처럼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가고 좋은 순간을 사진으로도 남기고, 기념일을 챙기고 아프면 밤새워 간호도 해주고..
그렇게 평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만나는 남자친구는 없냐고 물으며, 누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말하는걸 거절할때마다 좀 진땀을 빼긴 하지만..
회사에서 애인동반으로 모임을 갈때 그냥 혼자 가야하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곧 서른 다 되어가고 주변 결혼하는데 결혼 안하냐고 사람들이 걱정스럽게 물을때마다 속 없는척 웃긴 하지만..
저도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우리는 행복하며.. 서로 사랑해주고
제도화된 결혼이란 틀에 속하지 못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서로사랑하는 그들' 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기억되진 못하겠지만
이런 사랑도 있다고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념아닌 푸념이 되었네요.
^^;
제 처지를 비관하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누구에게도 해보지 못한말 익명성을 빌어 그냥 써보고 싶었습니다.
즐거운 금요일.... ^^ 행복하게 보내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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