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고민게시판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낙태에 관한 이야기:
방금 오유질하다가 어느 글에선가 첫 성경험이 14.2세라는 자료화면을 봤다.
한국의 낙태문제를 다룬 취재파일의 낙태,해법을 말한다 였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있길래 한번 봤다.
사실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문제라 이 프로그램을 보고 조금 당혹스러웠다.
지금이 스물 넷이니 언젠간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내 주위엔 임신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는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맘에 와닿지 않았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선 이게 꽤 큰 문제인가보다.
모자이크와 음성변조한 미혼모들이 울면서 인터뷰하고 심지어 그중엔 열일곱 소녀도 있었다.
한국의 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독일과 스웨덴의 경우를 예로 들었는데
내가 주목한건 일단 보조금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거.
한국은 보조금이 10만원,
스웨덴은 16만원이었다.
한국에서 보조금 10만원을 준다는 것에 대해 "그거가지고 어떻게 살아요.죽으라는 거죠."라고 말하는 것과
보조금 월 1050크로나를 받는다는 네 살 아이의 미혼모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대조적으로 다가왔다.
물가 차이를 봤을 때도 한국 보조금이 그렇게 적다고는 볼 수 없는데
내 생각에는 대략 두 가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사회구조와 근로조건.
유럽에서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반면에
한국에서는 형편이 되는 한 거의 대학을 보내려고 하고
형편이 안되더라도 빚을 내서라도 대학을 가려는 사람도 많다.
비싼 등록금내고 대학을 나왔으니 그럴듯한 직장을 잡아서 그동안 쓴 돈을 만회해야 하고
이 취업난에 그러자니 안정적인 직장을 잡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남자의 경우 대학졸업하고 군대갔다오면 기본 스물여섯인데 재수나 삼수,스펙을 위한 어학연수까지 합친다면 스물여덟이나 서른쯤에야 첫 직장을 갖게된다.여자는 스물여섯이나 스물여덟이라고 치고.
그 전에 벌어놓은 돈 없이 아이를 갖게 된다면 낳는다기 보다는 지우자는 쪽으로 맘이 기울겠지.
자기 하나 먹고살기도 막막한데 어떻게 아이까지!
스웨덴의 미혼모는 일을 하면서 16만원을 더 받는 것이고
한국의 미혼모는 딱히 생계를 유지할만한 직장 없이 10만원을 받는 것이니 결정에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스웨덴 미혼모는 아침에 집에서 도보 5분거리의 탁아소에 아이를 맡겨놓고
저녁 다섯시에 퇴근하면서 아이를 데려오는데
한국 미혼모는 아마 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아이를 돌보기 어렵다.
특히 막 낳고서는 정말 못 움직일텐데 벌어놓은 돈이 없으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아마,한국 낙태율이 OECD회원국중 1위라거나 한국 남자들이 여자친구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하면 겁을 먹고 도망가는 것도, 딱히 우리나라에 개자식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런 사회구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스웨덴 독일 아니라 그 어떤 나라의 청소년도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아이 하나로 인해 이제 4분의1을 산 인생을 망쳐버리고 싶지 않을테니까.(그렇다고 여자혼자 책임지게 놔두고 도망간 죄가 없어지는건 아니지만)
결국은 파이를 크게 만들어야 하는 요리사가 파이를 만들면서 반죽을 요리조리 떼어내어 자신의 몫을 챙기고 훗날 자신이 죽더라도 자신의 아이도 반죽을 떼어내어 몫을 챙길 수 있도록 파이를 만드는 직업을 물려주려는 그 욕심이
파이를 같이 나누어먹어야 할 사람들에게 발각이 되었고 자신의 아이도 요리사를 만들려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에 요리사 지망생은 많아지고 밀을 재배하고 경작하는 사람은 적어지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우석훈의 88만원세대에서 첫 섹스의 경제학이라는 부분을 봤을 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에서야 다가온다.청소년기에 성욕이 왕성한건 당연한 일이고 옛날에는 그 나이에 성관계를 맺는게 사회에서 매장당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
무조건 윤리의 잣대로 혼전성관계로 인한 임신을 비판하기보다 이 슬픈 현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먼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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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로 쓴건 죄송하구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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