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잘 살다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저는 철이 좀 심하게 없는 아이였고 사람을 좀 심하게 잘 믿었습니다
서울에서 십몇반까지 있는 학교 다니다가 시골내려가니까 반이 두개더라구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친하게 지낼 친구 많이 생긴거 같아 좋아보였습니다.
처음엔 즐거웠습니다. 서울에서 온 아이라고 애들도 신기해했고
저도 사람 좋아하는 성격이라 금새 친해졌습니다.
와 여기도 좋구나, 괜찮다 생각했져
그러다 삼일째 되는날 어떤 애들이 저를 쓰레기장 뒷쪽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이유도 없이 뺨을 때리고 엎드려 뻗쳐를 시키고... 한시간정도를 욕을 먹으면서 멱살을 잡히고 맞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믿어지시나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비록 짧은 인생이지만 살아오면서 싸울때는
사람 등만 때려야 되는줄 알았습니다. 등은 맞으면 아프고 끝이지만
얼굴은 때리면 피도 나고 멍도 들고 그러잖아요 얼굴에 구멍뚫릴까봐 무서워서 못때렸습니다.
그런데 걔들은 때리더군요.
그 다음날 부터 심부름 시키고, 걔들 숙제해주고, 심심하면 쳐 맞았습니다.
노예였죠.
아마 상상도 못할겁니다. 단지 심심하단 이유로 초등학교 오학년짜리애들이 휘두르는 폭력을.
너무 심하게 까불어서 통지표에 항상 주위가 '과하게' 산만하여... 라고 적히던 제 통지표에는
반년만에 얌전하고 과묵하며, 행동이 주의깊고... 라는 문구가 적히게 되었습니다.
쳐다본다고 맞고.
기분 나쁜티 낸다고 맞고
심부름 늦게 다녀왔다고 맞고.
맞고, 맞고, 맞고.
한번은 제가 반년 넘게 학년짱 숙제해다 준거
담임한테 걸렸습니다.
학년짱 2시간 동안 복도에서 손들고 끝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먼저 가서 사과했습니다. 내가 잘못했어. 다음부턴 안들키게 더 잘할게.
내가 왜 그랬는지 지금에서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무서웠고, 맞을까봐 두려웠습니다.
웃긴건 그 지옥 같던 반이 종이접기로 작품을 만들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를 했다고
라디오에 담임이 출연해서 모두 천사같은 아이들... 어쩌구 합니다. 그걸 교내방송으로 틀어줘서 저도 억지로 들었습니다.
별에별 악몽들이 다 떠오르네요
무슨 물엿같은 과자였는데 하루는 그걸 주더군요
왜그러나 모르지만 먹으라는데 어쩌나요 먹었습니다. 막 웃더니만
여기에 오줌들어갔다 그러는 겁니다.
더 웃긴건 저는 별로 화가 안나더라는 겁니다.
트집잡아 때리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오줌만 먹었던거죠. [운 좋게요]
심심하면 착한애들 불러다가 싸움도 시켰습니다.
거기서 처음으로 사람얼굴 때려봤습니다.
좀 모자라고 어딘가 장애가 있는 아이였는데. 때리라고 해서 때렸습니다.
저한테 제일 잘해주고 친하게 대해주던 아이였는데 때렸습니다.
그 이후에 걔한테 사과하고 따로 불러서 저 때리라며 말도했지만 아직도 저한테 맞고 울던 그애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1년동안 그 지옥같은 곳에서 살다가
전학을 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나이를 먹어서 서른살이 되었네요
그런데. 그런데도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알고있습니다. 그걸 증명할 방법도 없고, 법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도 없다는거.
그런데 정말 아주 가끔씩 그 일들이 생각나면, 당장 그놈들 찾아가서 어떻게 해버리고 싶습니다.
이런일이 일년에 몇차례씩 있어요.
나이 서른이지만 아직도 사람대하는게 어렵습니다.
용서하자고, 나를 위해 용서하자고 마음 먹고, 이것도 내가 지은 업이거니 하고 살아가지만
가끔씩 떠오르는 대상을 찾지못하는 분노는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이일형 심야고보 보고있냐?
걔들 시다바리였던 김영순가 이영순가 이름은 잘 기억안나네.
니가 제일 뭣같이 괴롭혔는데 신기하다. 이름이 생각안나.
그리고 옆반에 과산화수소수로 머리 탈색한 그넘. 너는 정말 악마였지.
부디 우리의 악연이 이번생에서 끝나기를 바란다. 평생 만나지 말고 살아가자.
아마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잘 살아가고 있겠지
기억도 못할지도 모르겠다.
아 그리고 성지고 이야기 하나만 할게요.
저는 나이 서른살 먹어서 이제 좀 괜찮아요. 세월이 좀 치료해줬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도 이제 알아요.
하지만 만약 내가 중학생, 고등학생때 걔들 얼굴을 보게된다면 그것도 방송을 통해서 보게된다면.
보는것 만으로도 아마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방법도 모르고 그냥 막연히 두렵고 밉고, 내가 싫고, 짜증나고
화났을 거 같네요 어마어마하게요 상상도 못할정도로요.
얼굴만 봐도 그럴거 같은데
방송 나와서 예전에 애들 괴롭힌 이야기 무용담 삼아 이야기 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방송에선 감싸고 돌고 유럽가서 노래까지 부르고 상탔다는 언플까지 돌아다니면
아마 저는 또 지옥같던 그 시절 그 때로 다시 던져진 기분일 거에요.
근데 그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네요.
송포유 작가나 제작자, 이승철 엄정화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제가 당한 일들 다 비디오로 찍어서
보여주고 싶어요. 당신이나 당신 자식들이 이런일을 당했는데
그 가해자가 미화하는 방송 찍을 수 있냐고.
쩝... 암튼 제 이야기입니다.
살면서 이렇게 글로 적어보기는 처음이네요 서른살 되서 처음으로 적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