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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고요
이 마을엔
제일 많은 것이
고요이다
산에는
산만큼
들에는
들만큼
풀꽃 한 송이엔
풀꽃 한 송이만큼 고요
개울에는
개울물 소리보다
더 큰 고요가
동구 밖으로 흘러간다
고요가 냇물보다 큰소리를 내는
외딴 길에 서서
나는 고요의 여분이 되어 있다
아, 시간의 산맥을 넘어서서야 겨우 하나
무거운 고요를 가랑잎 같은 두 손으로도 번쩍 드는 법
칭얼대는 고요를 굽어진 잔등에 업어도 주는 법
비취의 달밤
푸른 물감에 적신 고요를
온몸으로 입는 법도
알게 되었다
고요를 외경하게 되었다
윤경희, 마흔의 시간
푸른 오가피 잎들
계절을 헤엄친다
희부연 유리병 속
따뜻한 차(茶) 같은
제 몸을 우려내는 일
한 시절 지워가는 일
문태준, 어떤 부름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
송기원, 교감
이제 막 꽃잎을 여는 원추리 앞에서, 네가
무심코 진저리를 칠 때
나는 원추리와 함께 있다
바람 한 줄기를 따라, 온몸으로
원추리를 통과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거나 혹은 죽어 있다고
표현하지 말자
원추리가 나를 느끼고, 동시에
네가 원추리를 느낀다
꽃들이 한꺼번에 벙글어지는 봄날
너와 나도 한꺼번에 벙글어진다면
삶과 죽음은 어차피 둘이 아니다
이향아, 날계란
날계란을 만지면 그의 외로움이 살갗을 파고든다
결이 고른 그 딱딱함 속에는 밀도 있는 자존심이
천연스레 물인듯이 숨 죽이고 있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일 것이다
날계란은 다만 날계란
그 속의 날갯짓
갇혀 있는 씨알의 울음과 환희와
꿈꾸는 세계로의 완벽한 비상을
까마득히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일 것이다
날계란을 보면 허랑한 물처럼 흘러온 날들
섞여도 완전히는 섞일 수가 없어
더러는 죽어버리고 더러는 살아난 목숨
어둠이 그냥 어둠으로 끝날 뻔했던
무서운 기억에 숨이 막힐 것 같다
날계란을 보면
무너질 때는 귀족처럼 도도하게
공처럼 아무데나 굴러가진 말고
모나지 않게, 둥그스럼하게
내 속의 실핏줄로 타이르는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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