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내와 산부인과를 다녀 왔습니다.
11주가 됐거든요.
이제 초음파 사진을 봐도 뚜렷하게 사람 형체가 보여요. 머리, 팔, 다리.
아 이 아이가 내새끼구나 하는 실감이 팍 들어요.
베오베 간 육아글을 봤어요. 그 아내분이 피임을 하셨다는 그...
저희집 벌이는 그 집 1/3이 좀 넘어요.
한달에 제가 300정도 벌어요.
외벌이지요. 재산도 별로 없어요. 집 얻느라 대출 낸 거 있고, 준중형 차 한대.
스물 여섯에 서울 올라와서 올해 서른 셋.
양가 부모님 모두 가난하셔서 도움 없이 저와 아내가 모은 돈만으로 식 올리고
월세에서 시작해서 그래도 2년만에 여기까지 왔네요.
맞벌이로 9천을 벌어도 아기 키우기가 무섭다는데, 저희는 무슨 깡으로 이거갖고
아기를 가졌나...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후회하지 않아요.
하루종일 직장 상사에게 시달리고 업무에 시달리고 파김치가 되서 집에 와도,
지갑 속에 초음파 사진 한장에 웃음이 나요.
공부 못해도 괜찮아요.
아비 닮아 못생겨도 괜찮아요.
아기 때 좋은 옷 좋은 유모차 이런 거 못태워줄테고,
자라면서 좋은 유치원도 못보낼테고,
학생이 되어도 학원 많이 못보내겠지만,
인사성 밝다는 얘기를 듣는 아이
계단 오르내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도와드릴 줄 아는 아이
버스 지하철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자리 양보할 줄 아는 아이
그런 아이로 키울거예요.
돈 많이 들거란 것도 알고, 많이 해주지 못해 내 가슴 펑펑 치며 가슴아파 할 거라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착한 아이로 건강한 아이로 키울 거예요.
돈으로 키운 아이가 아니라, 아비 사랑 어미 사랑으로 키워낸 바르고 곧은 아이로 키우겠어요.
낳아봐라 그렇게 되나, 세상 물정 모른다는 얘기도 듣겠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후회하지 않아요.
제가 이렇게 글을 남겨놓는 이유는,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서 제 결심이 무뎌질 때마다
오유에 와서 다시 읽어보려고 해요.
아이는, 돈으로 자라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자라는 거라는 걸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