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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7791
    작성자 : 청개구리심뽀
    추천 : 10
    조회수 : 1463
    IP : 58.127.***.206
    댓글 : 31개
    등록시간 : 2017/04/10 20:19:56
    http://todayhumor.com/?wedlock_7791 모바일
    베오베의 ㅅㅅ리스 글을 읽고..
    옵션
    • 외부펌금지
    먼저, 원글 작성자분께 도움이 되어드리진 못하겠지만
    비슷하면서도 전혀다른 제 이야기를 간략히 적어보자 합니다.
     
    저는 6년 연애 후 작년에 결혼한 신혼부부입니다.
    서로 성격이 잘 맞아 6년간 크게 다툰일은 별로 없습니다만,
    다툼의 원인 중 열에 아홉은 다 관계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남편은 성욕이 일반인보다 높고 전 낮은편입니다.
     
    연애초기엔 제가 경험이 없어서 무조건 오케이하고 사랑을 나눴는데
    기분좋다. 행복하다.는 감정보단 
    남자친구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은것같아. 라는 감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관계가 지속될수록 점점 상대방의 사랑을 받는게 벅찼고
    나중엔 내가 동물이 된것같고 수치스럽기까지 해서
    그냥 나만 해줄테니 내몸은 애무해주지 말아달라고 얘기했었어요.
     
    첨엔 남자친구도 쑥스러워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나아지겠거니 했는데
    제가 아파하면서 거부하는 날이 잦아지니까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되더라구요.
     
    긴 대립 끝에 그 당시 제가 겪고있는 상황을 얘기하고
    남자친구도 잘 받아들여줘서 천천히 천천히 맞춰나가자 했는데
    뭔가 근본적인 것은 아직 남아있는 듯한 찝찝함이 있었어요.
     
    그러다 제가 우울증이 한번 크게 와서 정신상담을 받았었는데
    그때 뭔가 가슴깊이 있던 유리가 깨진 것처럼 옛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잊은채 아니 잊었다기보다 잊은걸로 인지하고 살아왔던,
    6살과 12살 즈음에 각각 1년정도씩 외가와 친가사촌오빠한테서 겪었던 성추행이 불현듯 떠오르면서
    그후에도 난 15년이 넘도록 아무에게도 얘기하지않고
    성인이 되어서도 가족모임에서 아무렇지않게 그들을 마주하고
    내 인생에서 그 과거를 아예 삭제시키고 별일 아닌 것처럼 살아왔지만
    그걸 내몸이 이렇게 기억하고 있구나.
     
    사춘기때 엘리베이터 남자와 단둘이 타게되면
    아예 먼저 내리거나 불안한 상태였던 것도,
    유독 아빠가 그냥 너무 싫어서 피했던것도
    그때 남았던 무의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숨겨두기만 했던 내 몸과 마음한테 너무 미안하고 슬프고 그랬어요.
     
    그이후에 남자친구에게 제 기억을 얘기했고
    근본적인 뭔가가 직접적으로 해결된건 아니지만
    서로 더 열린마음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전 성욕이 낮고, 남편은 성욕이 높아서
    남편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기 힘들고, 남편도 제 거절의사때문에 힘들어하지만
    이게 두사람이 살아가는거다보니 어쩔수 없는것 같아요.
     
    차라리 나도 내가 엄청 밝히는 여자였음 좋겠어. 라고 얘기할때마다
    아직 늦지않았다고 하는 남편은... 얼마나 열린마음으로 뭘(?) 바라보고 있는건진 모르겠지만요...
     
    누구든 열쇠와 열쇠구멍처럼 딱 알맞게 맞는 상대는 없을 거예요.
    서로 깍이고 보태면서 맞춰가는거겠죠..? (비유가 좀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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