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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4967
    작성자 : 캔디팝짱
    추천 : 29
    조회수 : 8164
    IP : 125.133.***.7
    댓글 : 18개
    등록시간 : 2014/12/01 00:35:49
    http://todayhumor.com/?panic_74967 모바일
    [번역] 아버지 (19금)
    ☆ 묘사가 굉장히 셉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1. 

    미쿠미쿠 자식이 자살했다는 걸 들었을 때, 
    나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젠장. 죽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키쿠라처럼 거창한 성을 가진주제에 의외로 약하잖아. 
    미래(미라이)란 이름주제에 남자이면서. 남자주제에 겨우 그런 걸로.
    조금 놀린 정도 잖아. 그런 걸로 이지메라 할 수는 없다고. 
    그냥 손 좀 봐준 정도니까. 그 정도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잖아. 자주 있는 일이라고.

    그런데 죽다니. 곤란하다. 내 탓이 되어버리잖아. 
    일행 중 내가 나서서 주도했으니까.
     
    유서를 썼다고 했지. 그 안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겠지. 
    자살할 때 괴롭한 놈의 이름을 남기는 놈들은 많으니까. 
    죽으려면 누구에게도 폐끼치말고 조용히 뒈지란 말야. 
    한번 엿먹어 보라는 거냐. 개새끼.

    아냐. 내가 아니라 다카시 이름을 썼을 지도 모르겠군. 
    그 녀석도 선두에 나서서 미쿠미쿠를 이지메했으니까. 
    어느 쪽인가하면 그 녀석이 나보다 더 심하게 이지메했지. 그래, 나보다 더 심했다. 
    아냐. 애당초 유서는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 미쿠미쿠는 마음이 여렸으니까.
    우리들의 이름을 써낼 배짱도 없었을 지도. 

    공원에서 목을 매단 것 같다. 한밤중에 행인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살지 못했다고.
    그래서 오늘 신문에 실렸다. 
    아침밥 먹고 있을 때 엄마가 "키쿠라 미라이군. 쇼군의 반친구였지."라고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평소 신문같은 거 읽지 않는 나도 미쿠미쿠의 자살을 알게 된 셈이다. 
    고등학교 이름도 같고 틀림없었다. 

    "이지메였던 걸까. 쇼군은 짚이는 거 없지?"

    눈치를 살피는 것처럼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조금 짜증이 났다. 뭐냐, 그 태도는.
    나를 의심이라도 하는 거냐.

    "몰라. 오늘 기분나쁘니까 학교 쉴거야."

    나는 대답했다. 
    어차피 학교도 난리가 나있을테고, 전교생 집합해서 교장의 지루한 연설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가봤자 좋을 건 없다. 

    "그, 그래. 같은 반 아이가 죽어버린 충격은 알 수 있어. 
    이런 때에 무리해서 등교할 필요는 없단다. 학교에는 엄마가 전해둘테니까."

    엄마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밥을 다 먹고 방에 돌아왔더니 휴대폰에 문자가 와 있었다. 

    "알고있냐? 미쿠미쿠가 자살했단다. 좀 위험하지 않냐."

    난 "신문읽었어. 나 오늘 학교 안 나간다. 상태를 지켜봐. 쓸데 없는 말 하지 말고."

    "알고있어. 하지만 다른 놈들은 말할지도 몰라…. 나도 오늘은 안 나간다. 문자는 이제 그만두자."

    확실히 문자는 위험할지도. 기록이 남으니까. 경찰이 자료로 수집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문자를 보내지말라고, 타카시 개자식이.

    학교에서 오라고 하지 않을까나. 하지만 엄마가 감기걸렸다거나 컨디션이 안좋다고 말했다.
    그런 거라면 억지로 불러내진 않겠지. 하지만 언젠간 학교 가지 않으면 안되겠지. 
    담임 코야마에게 이지메 추궁당하려나. 핫. 자기도 보지 못한 척 한 주제에. 
    담임인 주제에 못 본체 했으니 너도 공범자잖아. 같은 반녀석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녀석들은 고자질할지도. 모든 것이 내탓으로 돌려놓고 주절댈지도. 씨발.
    입막음하고 싶어도 지금 문자를 보내면 기록이 남겠지. 지금까지 주고받은 것도 남아있을까.
    휴대폰에 저장된 문자를 지어봤자 어차피 경찰은 휴대폰 회사에 연락하겠지.

    형사가 오는걸까. 아니면 경찰관이려나. 심해도 그 정도까진 아닐지도. 아니. 오는 걸까.
    "키쿠라군을 이지메 했습니까."하고 형사 심문하는 걸까. 아, 좆같네. 씨발.

    혹시 타카시 새끼가 가장 먼저 부는 건 아니겠지. 

    "오오무라 쇼타로 군이 왕따의 리더였습니다."라고, 울면서 지껄이는 거야. 
    잘못했습니다. 이제는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도 피해자입니다. 란 얼굴을 하고 말이야.
    씨발. 먼저 말하는 놈이 승리자인가. 

    생각하면 할 수록 조금씩 초조해진다. 다리 감각이 무뎌지는 것처럼 기분나쁘고, 
    화가 치밀어 와서 뭔가라도 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해야하는 거야. 씨발. 진짜 좆같네.

    뭐, 그래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 흔히 있는 일이니까. 
    내 이지메 사실이 발각돼도, 정학 한 두달 정도겠지. 
    미성년자니까 이름도 실리지 않을 테고. 
    이런 거따위로 인생 좆되진 않겠지.

    정말 소소한 거잖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 
    다같이 책상과 의자를 옆고실에 숨기거나인간샌드백 놀이를 하는 정도야,
    바지를 벗겨서 엉덩이에 압정을 찌르거나 담배빵하는 정도야,
    알몸인 상태를 휴대폰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정도는.

    옷을 갈아 입고 격투게임을 했지만 집중할 수가 없었다. 역시 앞으로 일이 걱정돼서 견딜 수 없다. 
    미쿠미쿠 새끼가 멋대로 자살했기 때문이다. 생각할 수록 점점 화가 치민다.

    고작 그딴 일로 죽지마, 씨발새끼가. 네가 약해서 죽은 것때문에 왜 내가 피해를 받아야 되는거야.
    역시 유서썼겠지. 우리들의 이름을 전부 다 적어놨을 거야. 구더기 새끼가.

    빙빙 같은 것만 생각하게 된다. 지금 전화 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학교 호출은 없는 것 같다.

    지금쯤 전교 집회하고 있는 걸까. 
    교장이 슬픈 얼굴로 "키쿠라군은 성실하고 밝은 학생이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으려나. 
    핫. 그런 음침하고 약한 새끼. 애초에 자살을 할거면 퇴학하라고. 
    약한 새끼가 내 주변에서 지랄이야. 씨발.

    삐 소리가 나는 순간 움찔했다. 벨 소리 정도로 놀라다니 한심하지만 형사가 오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신문기자……일리는 없다. 유서 내용같은 거 언론에 흘리지 않아. 
    나는 나가지 않는다. 엄마가 나가겠지.

    다시 벨이 울렸다. 짜증난다. 빨리 나가라고, 할망구.

    엄마가 인터폰으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문너머이므로 엄마가 뭔 말을 
    하는진 알 수 없다. 조금 곤란한 느낌이었다. 나는 게임 음성을 끄고 꼼짝할 수도 없었다. 

    인터폰으로 대화는 2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잠 시후 복도를 걷는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문을 노크했다.

    "쇼군."
    "뭐."

    일부로 냉담하게 대답했다. 누구였는지 듣고 싶었지만 너무 대놓고 물어보기 때문에 참았다.

    "지금 있잖아, 키쿠라군의 아버지가 와 있어. 쇼군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엄마는 쇼군의 컨디션이 나쁘기 때문에 거절했지만, 아무래도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기다리고 있어."

    설마. 믿을 수가 없었다. 미쿠미쿠 아버지가 직접 오다니. 역시 저 녀석의 유서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었는지.
    혹시 나한테 복수할 생각인가. 아들의 원수라든가 뭔가 지껄이면서. 하지만 갑자기 왜냐.
    아직 장례식도 하지 않았잖아. 아직 검시도 하지 않았잖아. 보통 조사나 언론취재같은 게 있잖아.

    근데 왜 갑자기 우리집까지 찾아온거야. 안절부절, 섬뜩한 느낌이 허리부터 시작해 종아리까지 내려갔다.

    "그, 그래서 돌아간거야?"

    내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떨릴 수 밖에 없었다.

    "돌아갔어. 아쉬워했지만."

    잘 됐다. 뭐야, 기분나쁘게. 

    "어떤 느낌이었어? 울고 있다든가."
    "그러고보니, 별로……. 보통이었달까. 차분한 느낌의 목소리로. 아들이 사망했다고.
    다른 사람의 장난이었을지도 모르겠네."

    그런가. 신문기자일 수도 있겠네.
    하지만 신문기자가 일부로 미쿠미쿠 아버지를 자칭할까.

    "그래서, 쇼군…키쿠라군의 자살. 쇼군은 뭔가 알고 있어?"

    문을 통해서였지만 나는 엄마의 얼굴이 그려졌다. 눈치를 살피는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고있겠지.

    씨발. 망할 할망구야. 내가 괴롭혔다고 말할 수 있겠냐.

    "몰라."

    나는 대답했다.

    "그래. 그렇구나. 그러면 다행이네."

    엄마의 발소리가 떠나갔다.

    또 불안한 느낌이 심하게 찾아왔다. 미쿠미쿠 아버지인가. 사실이라면, 뭐하러 온 걸까.
    보복하려고하면 더 심하게 화내겠지. 
    미쿠미쿠가 유서를 남기지 않아서 닥치는 대로 돌아다니는 건가. 
    나는 미쿠 미쿠 아버지는 잘 모른다. 아마 회사원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미쿠미쿠 새끼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은 건 한번정도다. 뭔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하던가.
    특별히 아버지에게 맞았다는 건 아니었던 것같은데.

    그 때는 "나보다 더 무섭냐"하고 서른 발 정도로 때려서 관절을 꺾었지. 그 녀석이 아버지 이야기한 건
    그 뒤에 있던 일인가.

    아 씨발. 성가시게. 어째서 이런 세세한 것까지 생각해야 하는거냐. 
    내가 왜 이런 일에 시달리지 않으면 안되는 거냐고. 

    게임을 다시 시작하려고 리모컨으로 음성버튼을 눌렀을 때 또 벨이 울렸다. 

    뭐냐. 또 미쿠미쿠 아버지인가. 아니면 이번엔 신문기자나 형사인가. 신경이 찌릿찌릿해온다.

    발소리. 또 엄마가 인터폰으로 말하러 간 것 같다.

    발소리가 복도를 타고 내 방 앞을 지나갔다. 현관으로 향하는 것 같다. 현관을 열어줄 것인가.
    아버지가 온거라면 열어주진 않겠지. 그냥 택배인가.

    내 방에서 집현관까진 수십미터 거리기 때문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말 소리. 귀를 기울였다.

    털썩, 무거운 물건이 바닥에 떨어진 소리가 들렸다.

    뭐, 뭐냐. 갑자기. 짐을 떨어뜨린 거냐. 무거운 건가.

    질질, 무거운 물건을 끄는 소리. 엄마가 짐을 끌고 있는 건가. 바닥에 상처가 나지 않을까.
    아니. 나는 솔직하게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가 방문객에게 얻어맞아 쓰러지고 끌려가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영화같은 데에서 자주 등장하는 일이다.

    아니,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지나친 생각이다. 만약 습격당한 거라면 비명소리가 들릴테지.
    발소리도 내 방까지 다시 들려올 거고.

    하지만 엄마 발 소리가 돌아 오지 않는 건 왜냐. 말 소리도 들리지 않아.

    "마마"라고 하는 건 부끄럽다. 조금 얼굴 내밀고 살펴볼까. 이렇게 생각했지만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확인하는 게 무서웠다. 

    왜 이런 일이 있는 거냐. 어제까지는 괜찮았는데.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안되는거냐.

    똑똑하고, 비교적 가까은 곳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창문을 보니, 사람의 그림자가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창은 얇은 흰색 커튼에 가려져있었기 때문에 상대의 얼굴은 알 수 없었다.
    남자…일까. 창문을 잠그고 있던 걸까. 난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이 뛰고 답답해진다. 엄마는 어떻게 된거야. 엄마는….

    "쇼타로군."

    창문의 그림자가 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에 난 온몸의 피부가 삭하고 소름이 끼쳤다.
    성인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미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게 굉장히 섬뜩했다. 

    "오오무라 쇼타로군, 있지."

    위험하다. 이건 위험하다. 보이지 않는 힘에 떠밀린 것처럼 나는 일어서 있었다. 도망가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문을 열고 복도로 튀어나왔다.

    오른쪽을 보자 엄마가 쓰러져 있었다. 

    현관 앞에 엄마가 쓰러져 있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빨갛다. 바닥에 섬뜩한 피가 퍼져 있다.
    역시 생각이 맞았다. 아니, 베인건가, 잘린 건가.

    이 자리에서 엄마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긴 머리였는데. 이상하다. 아니, 설마.
    나는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라보았다.

    엄마의 목이 없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보이지 않았다. 
    목이 아래로 구부러져 있는 걸지도. 아니. 몸은 바닥에 딱 붙어서 그런 틈은 없다. 피가 많이 흐른다.
    닫혀진 문에도 피가 붙어 있다. 

    이건 꿈인 건가. 엄마와 몇몇이 한패가 돼서 나를 놀린다던가, 오늘 내 생일이었나.
    아니. 아니잖아.

    또 똑똑하고 창문이 두드려졌다.

    "쇼타로군. 네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나는 뒤돌아 보았다. 얇은 커튼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가 한 손으로 뭔가 둥근 것을 들고 있었다.

    "네 엄마는, 여기 있다."

    유리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건 누군가의 얼굴이었다. 분명 그건 엄마의 얼굴이었다.
    꽉 눌러서, 일그러져…

    빠직, 유리에 금이 갔다. 창문이 깨지고 피투성이 엄마의 얼굴이 커튼이 흔들린 방에 들어 온다.

    "으아아아아아아"

    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도와줘요, 도망가지 않으면 안돼, 누군가 도와줘, 경찰. 
    현관으로 도망가야, 하지만 현관엔 엄마의 시체가, 하지만 도망가지 않으면…

    "쇼타로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서둘러 손잡이를 돌려 문을 밀었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뭔가에 걸려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도망칠 수가…

    다른 쪽, 부엌 뒷문…라고 뒤돌은 순간 내 앞에 남자가 서 있었다.

    "쇼타로군. 조용히."
    "으아아아아아아-"

    나는 소리쳤다. 비명을 지르며 남자를 쳐내려고 했다. 남자는 무서운 기세로 내 뺨을 때렸다.
    죽는 줄 알았다.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다. 믿을 수 없다. 진심으로 얻어맞은 건 처음이다.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가볍게 쓰러진 나를 내려보며 남자는 말했다.

    "쇼타로군. 조용하게 이야기를 하자."

    남자는 차가운 웃음을 엷게 짓고 있었다. 마흔 살 정도, 보통의 회사원 정장을 입고 있었다.
    왼손에 들고 있는 건 엄마의 얼굴. 뼈가 보이는 단면과 긴 머리 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내 얼굴로 떨어졌다.
    남자는 검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큰일이다. 우리집에 신발 신고 들어왔어.
    나는 멍하니 그런 걸 생각했다. 

    2.

    "자기 소개가 아직이었군. 내가 키쿠라 세도, 미라이의 아버지다."

    내 두 다리를 잡아 질질 끌면서 남자가 말했다. 저항하고 싶지만 
    머리가 몽롱해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일까.

    역시 미쿠미쿠의 아버지인가. 본적은 없지만 정말 진짜인 걸까.
    미쿠미쿠가 자살해서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는 건, 역시 나를 죽일 생각인가.
    복수. 믿을 수 없다. 왜냐면 그런 거 범죄잖아. 하지만 현실의 엄마는 죽었다.
    목이 잘렸다. 

    "처음 네 엄마에게 쫓겨났지만 너에게 건네주고 싶은 게 있다고 하니 
    순순히 열어줬어. 난 이런 교섭은 자신이 있거든. 중요한 건 침착한 거야.
    이미 너에게 줬잖아, 네 엄마의 목을."

    엄마의 잘린 목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내 입안으로 조금 들어왔다. 
    철같은 맛이나서 나는 몇번이고 침을 컥컥 토해냈다. 
    엄마의 얼굴이 그대로 굴러 복도에 남겨졌다. 

    "왜 내가 일부로 창문으로 들어왔냐면. 솔직히 그렇게 깊은 뜻은 없어.
    단지 너를 약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무슨....어째서...."

    나는 겨우 그만큼 말할 수 있었다. 왜 이러는 거야.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응. 이 근처가 좋겠네. 콘센트가 가까우니까."

    미라이의 아버지는 나를 거실까지 끌고 가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베란다 커튼을 닫았다. 
    나는 가까스로 어떻게든 일어서려 했지만 아버지는 돌아서자마자 내 배를 걷어찼다.
    배가 터진 줄 알았다. 축구공을 걷어차는 것처럼 거침없는 행동이었다. 지독해.

    내가 굴러서 신음하고, 아버지는 내 왼손을 잡아 무서운 힘으로 비틀었다.
    으가아아악. 왼쪽 어깨가 삐걱하는 소리가 들린 후에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관절이 빠진 것 같다. 만화에선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본인이 당할 줄은 몰랐다. 
    아버진느 순식간에 내 오른쪽 어깨도 꺾어버렸다.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생각이다.

    또 아버지는 내 등에 엉덩이를 올려 왼쪽 무릎을 들어 올렸다. 
    내 허벅지를 뒤로 구부려ㅅ 아니 꺾어서ㅅ아아아아악-

    빠직, 하고 굉장한 소리가 났다. 사타구니의 관절이 분리된 건가. 
    꽤 터무니없는 분해법이었기 때문에 어깨보다 열배나 아팠다.

    "그만...도왓..." 

    아버지는 빠르게 내 오른발의 관절도 꺾어버렸다. 이제 도망칠 수는 없다. 
    어깨와 허벅지가 욱씬욱씬 쑤셨다. 하지만 나는 통증보다는 앞으로 큰일난다는 두려움이 더 강했다. 
    이 아버지는 확실히 철저하게 할 생각이다. 

    나는 힘껏 숨을 들이켜 큰 소리로 울기로 했다. 이웃이나 보행인에게 들리면 
    상태를 보러와 신고해줄 지도 모른다. 

    "도워져어어엇- 누군가 ㄱ힉긱ㄱ"

    목에 강렬한 충격을 받은 후 난 숨을 쉴 수가 없게 되었다. 목구멍이 찌그러진 것 같았다.
    숨이....

    "자,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아버지는 나를 누르고 굴러서 위를 쳐다보게 했다. 

    지금의 비명을 누군가 들어줬을까. 옆에 사는 타부치 할아버지가 오지않을까. 
    하지만 그 할아버지 최근 노망들었지. 내 아버지는 회사에 있고 이런 시간에 돌아오진 않는다.
    신문기다라던지 형사같은 건 오지 않는 건가. 이런때에.

    미쿠미쿠의 아버지는 계속 엷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내 아버지보다 조금 젊은 건가.
    머리는 빠릿한 7대3의 가르마로, 머리 좋은 것처럼 보이는, 삼류 드라마에 나오는 그야말로 
    엘리트 샐러리맨이라는 얼굴이었다. 
    얇은 코같은 건 미쿠미쿠와 비슷했지만, 전체적으로 건장하고 근성이 있을 듯 했다.
    백화점 점원이 할 것 같은 굳어져 있는 붙임성있는 웃음이 나를 바보취급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쿠미쿠의 그 웃음은 화가 나 때리고 싶지만, 아버지의 웃음은 무서운 것이었다.

    나를 내려보는 아버지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깜빡거리지도 않고 놀란 것처럼 동그랗게 뜬 눈이다. 
    동공이 완전히 열려있다. 알고 있다, 이건 머리가 미친 놈의 눈이다.

    검게 칠해져 있는 것 같은 눈동자의 안쪽에서 섬뜩한 것이 튀어나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들이 자살한 건 알고 있지."

    아버지는 말했다.

    "나는 늘 자살같은 거 하는 놈은 멍청하다고 말했다. 
    자살할 정도라면, 차라리 목숨을 걸고 적을 죽여버리라고 말이지. 
    몇년 전에 중국에서 왕따당하던 놈이 몸에 폭탄을 감아서 
    깡패들을 길동무로 삼아 자폭한 이야기는, 나는 존경했다."

    그런 건 역시 나를 죽일 생각인가. 내가 이지메시킨 걸 알고 있는 걸까.
    역시 미쿠미쿠 새끼가 유서에 내 이름을 쓰고 있던 건가. 씨발.
    고자질하다니.

    나는 아직 숨이 차서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미라이가 목을 매단 일을, 나는 너무 놀람과 동시에 실망했어.
    내 교육은 그 아이는 제대로 와닿지 못했던 거네. 게다가 계집애같은 유서를
    책상위에 올려 놓고, 스스로 직접 복수하려는 의지가 없고, 
    마치 겁쟁이처럼 타인의 힘에 기대는 짓을."

    아, 역시 유서를 써낸 거냐. 내이름을 써낸 거다. 그래서 이 아버지가 온 거다.

    하지만 아들을 계집애같다던가 말하고 있으니 나한텐 그렇게 화가 나지 않을지도 몰라.
    애당초 나는 그렇게 심한 짓은 하지 않았으니까.

    아버지는 말했다. 

    "뭐 그래도 미라이는 이제 죽어버렸으니 이제와서 화를 내도 어쩔 수 없네.
    복수는 내가 대신 해줘야겠어. 미라이는 소심한 아이였다. 
    이게 미래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아 역시 할 생각이다. 아버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어 버린거야.

    아버지가 물었다. 

    "그래서 만약을 위해, 확인해두고 싶은 거지만. 오오무라 쇼타로군.
    쇼타로군은 미라이를 괴롭혔던 건가."

    어쩌면, 여기서, 잘 대답하면, 살아날 수도 있을 지도. 
    아버지는 몸을 굽혀서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고 내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간신히 숨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닛ㅅ"

    빠각, 갑자기 맞아서 목이 옆으로 휘어졌다. 처음과 달리 오른쪽 뺨에 박힌 것같은 
    무서운 고통이었다. 뼈가 부러졌을 지도 몰랐다. 눈이 자꾸 나왔다. 

    아버지는 어느새 오른 손에 너클을 끼고 있었다. 믿을 수 없지만, 사십대의, 그야말로 
    샐러리맨인 아버지가 정말로 너클을 끼고 있었다. 

    입안에 딱딱한 것이 느껴졌다. 이가 부러진 것 같다.

    "나는 괴롭혔는지는 묻고 있는거야. 제대로 대답해라."

    아버지는, 목소리만은 상냥했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면 살해당한다. 그래도 제대로 대답한다 해도 죽을 수 있다.
    심장의 박동이 온몸에 퍼져나가, 통증을 아무렇지 않게 감싸버린 것 같았다.

    "괴롭혔다기보단 함께 놀았..."

    다시 펀치가 왔다. 이번에는 정면으로 부딪혀 입에 제대로 맞았다.
    뿌직, 충격이 입과 머리 뒷편에 왔다. 바닥에 쾅하고 부딪혀 버렸다.

    입안에 뜨거운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피에 섞인 치아 파편이 여러개 나왔다. 
    내 이가, 앞니도 형편없다, 앞으로 난 계속 틀니를 끼고 살아가야 하는건가.
    난 아직 열 일곱살인데, 왜 이런 일이....

    "유서에 써여진 내용이지만, 너는 미라이와 함께 있을 때마다 미라이를 때리고 있었다고 하구나.
    이건 그 보답이기도 해."

    아버지는 너클을 풀고 손의 피를 손수건으로 닦았다. 아 풀렀다. 
    이제야 그만 맞는 것 같다.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아버지는 방긋 웃었다. 

    "쇼타로군, 너는 함무라비 법전이라는 건 들어 본 적이 있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그거 말이야. 
    나는 말이지, 죄와 벌과는 분명 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죄를 범한 자는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다시 하지 못하게 하려면 보복은 무겁게 하는 게 좋아.
    4배, 혹은 수십배로 되돌려주는 게 좋아."

    나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계속해서 흐른다. 손발이 움직이지 않은 채로,
    나는 애벌레처럼 굴렀다.

    "나는 말야, 모든지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는 편이야."

    아버지는 말했다.

    아, 역시 살해당한다. 나는 죽을 거야. 아버지의 손이 다가와 내 목을 만졌다.
    순간 교살당할 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날카로운 통증이 목젖에 스며 들어왔다.
    호흡, 하지만. 비명을 지르려하면 공기새는 소리가 났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만약을 위해서 기관지를 절개해뒀어.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질러서 사람이 오는 건 
    곤란하니까. 방해받지 않고 제대로 하고싶은거야, 난."

    아버지는 피묻은 커터칼을 들고 있었다. 그래서 내 목을 자른 것이다.
    숨이 자른 곳에서 새어나온다. 소리가..

    아버지가 거실에서 나갔다. 설마 그대로 떠나진 않겠지만, 난 좀 그런 걸 기대했다.

    나는 혀로 입안을 확인했다. 위의 앞니가 4개, 아래도 세개 부러져 
    들쭉날쭉해져있다. 오른쪽 어금니도 두개나 부러져 있다. 그밖에서도 혀로 누른 것만으로도 
    흔들거리는 것이 몇개 있다. 철맛이 입안에서 계속해서 느껴진다.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다. 이대로라면 반드시 살해당한다. 팔다리도 관절이 나갔고,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이제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역시나 아버지는 돌아왔다. 골판지 상자를 품에 안고 있다.

    상자에서 피투성이의 금속부품이 튀어 나와있었다. 뭐야 그거
    저걸로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들고있는 골판지상자와 나를 번갈아 보며 아버지는 중얼거렸다.

    "상황은 순서라는 게 있어. 작은 것부터 시작해, 중요한 건 마지막으로 해야 한다.
    제대로 해야 한다면 갑자기 심장을 도려내는 건 틀리다. 그렇게 생각한다."

    역시 이 아버지는 나를 죽일 작정이다. 그 전에 고물하려는 생각이다. 
    아까 사이에 도망쳐야 했다. 벌레처럼 몸통을 흔들어서 기어서 갔어야 했다.
    그것이 무리였다고는 알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했다.

    "모처럼 가져온 거니까, 일단 사용해볼까. 우선 이 걸로."

    아버지가 상자에서 꺼낸 건 얼음 송곳이었다. 어디를 찌르는 지는 모르지만,
    나른 찌르는 건틀림이 없었다. 

    "쇼타로군. 자네는 미라이의 손바닥이나 엉덩이에 압정을 꽂으면서 놀았었지.
    맨발로 일부로 밟기도 했다면서."

    "하지 않았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나는 울며 그냥 고개를 저었다. 만약 목소리가 나왔다면 또 맞았을지도 몰랐다.
    사실은 했었기 때문이다.

    얼음 송곳의 끝이 내 얼굴로 다가왔다. 눈을 노리는 것인가. 내 눈을 꿰는 것인가.

    "걱정마. 눈은 중요한 거 니까. 이렇게 빨리 도려내거나 하진 않아.
    앞으로 할일을 제대로 느껴주고 싶으니까 말이야."

    얼음 송곳이 떨어져서, 나는 안심했다. 단순히 뒤로 미뤄졌을 뿐이라는 걸 알고있어도.
    이 녀석은 반드시 할 것이다.

    아버지는 몸을 숙여 나의 왼손을 들었다. 저항하고 싶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갑자기 찌긱, 왔다. 손등, 아니 손바닥이다.  
    아니, 얼음 송곳이 손등에서 손바닥까지 들어왓다. 얼굴도 치아도 계속 쑤셔왔기 때문에 
    찔린 통증은 의외로 견딜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더욱 심한 짓을 당할 것 같아서 
    나는 신음을 했다. 

    하지만 다음은 검지손가락이 잡히더니 강렬한 것이 찾아왔다.
    손가락이 두동강 부서진 것 같은 굉장한 통증이 정수리까지 찾아왔다.
    잠시 숨을 멈추고 잠시 후 난 비명을 질렀다.
    "뷰아아"라는 피섞인 숨소리밖에 되지 않았다. 

    찔렸다. 손톱 아랫살에 얼음송곳이 찔린 거야. 고문으로 이런 게 가장 아프다고 들었지만,
    듣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이렇게 아픈 것이 세상에 있었다니. 머리가 폭발할 것 같다.

    "미래라는 이름은 내가 지은 거야."

    아버지는 담담하게 떠들면서 내 가운데 손가락을 움켜 잡았다. 싫어.
    필사적으로 주먹을 쥐어 저항했지만 아버지의 힘은 무서웠다.
    또 손톱 밑 살을 찔렸다. 으, 아, 아, 아, 앗, 무슩ㅅㅅ하는거야,이 잣ㅅ기

    "훌륭한 미래를 향해 걸으라는, 희망을 담아서 말이야. 아내는 "미라이"라고, 
    여자같은 이름이라 했지만 결국은 납득해줬어."

    이번에는 손가락 으, 악,학,악, 각, 악 젠장ㅈㄵㅈ덴장 ㅈ{ㄴ아

    "그것게 이렇게 될줄은 몰랐다. 미래라는 이름이 너희들에게 괴롭힘당하는 원인이 된 걸까.
    너희같은 쓰레기에겐 계기는 어떤 것이든 좋겠지만."

    새끼 손가락. 아아아아아아아젠잔젠젱젠장젠장젱잔ㅇ그만둬이빌이먹은시발새기그만ㄷ
    저주할ㄹ거야저주할거야젉대로ㄷ쥬긴닺절대쥭인다쥭읹가죽여버맂ㄴ다죽ㅇ니다

    검지에서 새끼 손가락까지 갔기 때문에 이것이 끝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아버지는 내 엄지를 잡았다. 아아아아ㅏ아아아아으에ㅔ헥히기기기익
    심하게 아파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프븃, 프븃, 하고 목구멍에서 공기가 새어나온다.

    "그럼 다음 갈까."

    아버지는 여전히 차분한 어조로 골판지 상자를 뒤적거렸다. 

    꺼낸 건 네모난 받침대 한 쪽에 긴 칼날이 장착된 도구였다.
    교무실에서 본적이 있었다. 프린트 뭉치같은 걸 묶어 싹둑 자르는 녀석이다.
    약간 구부러져있는 칼날이 주춧대와 합쳐져 가위처럼 종이를 자른다.

    그 칼날은 흠뻑 피가 달라 붙어 있었다. 

    "재단기다. 종이 절단기라고 하지. 수십년전에 구입한 독일제다.
    종이외에도 다양하게 잘라왔지만,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지.
    나는 이런 깔끔한 도구를 좋아한다."

    이걸로 엄마의 몸을 자른 것이다. 종이를 자른 도구를 사람의 목을 
    베어 자른 것인가.
    이 아버지라면 오기로라도 해낼 것이다. 그래서 나의 어디를 자르는 거야

    그아 아아아아ㅏ죄송해요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이제괴롭히지않아요
    그럴생각이아니엇어요 애들고 ㅏ부담없이논것뿐ㅇ이에요 모두잘하고잇는거잖아요
    왜저만이런ㄲ골을당하는ㄴ거에요 불공평하잖아요 더이상은 하지않을테닉ㄷㅇㄱ이제
    용서해주세요 무엇이든ㄴ하니까하지말아요 이빨까지부러졋는ㄴ뎆제발나는왜더이상 나만
    이런일이 일어나면싫ㅇㅈㄷ 그만으아아용서해주세요 ㄱ제발ㄷ그만둬주세요 그만ㄴ그만그만

    아버지는 내 오른손을 잡아 받침대에 올렸다.  

    "손목이 괜찮을까. 하지만 그러면 수술로 이어질 전망은 매우 희박하겠네. 
    하지만 손가락이라면, 좋은 의사에게 진찰되어진다면 회복될지도 몰라."

    물론 네가 살아있으면 말이지. 아버지는 그런 걸 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가락도 손목도 싫다. 자르지 말아줘.

    역시 아버지는 가차없이 내 손가락을 강제로 뻗게 했다. 
    손가락 관절이 받침대 끝에 있어서 손가락을 구부리고 싶어도 
    손등이 눌러져서 움직이지가 않는다.

    다른 손으로 날의 손잡이를 잡고, 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며 생긋 웃었다. 

    그리고 힘차게 손잡이를 내렸다. 난 내 손가락을 보지 않았다. 
    우두둑, 이란 딱딱한 소리와 함께 충격이 찾아왔다. 
    주먹으로 철판을 후려치는 것 같은 느낌으로, 혹시 뼈로 멈출지도 모른다 생각해서 보니까 
    역시, 칼날이 완전히 박혀 있었다. 

    내 손가락이, 통증이 점점 커져왔다. 손가락 관절부터 끝까지 열탕에 빠진것처럼 뜨겁다.
    하지만 이미 잘려 있어.  
    내 손가락이. 네 손가락만 그렇다 생각했지만, 엄지 앞도 칼날에 박혀 있었다. 
    아, 싫다고. 설마 엄지도. 나는 조심스럽게 움직여보았다. 
    엄지 앞 관절부분이 싹 끊어져 있었다. 

    내 손가락이. 오른손의 손가락이 잘라져 있다. 오른손 잡인데. 
    이제 글씨도 쓸 수 없다.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수술해서 확실히 고칠 수 있을까.

     "괜찮아. 확실히 연결 할 수 있다고. 확실히 보존해두면 말이지. 코도 귀도 확실히 고쳐질 거야."

    우아아아 그만둬, 하는 건가. 내 코와 귀도- 그만해, 내 얼굴이...

    아버지가 내 코를 꼬집었다. 티긱, 틱, 틱, 커터날의 칼날이 나오는 소리가 났다.
    그만둿. 나는 고개를 흔들며 피하려 했지만 역시나 허사였다. 
    칼날이 코밑에 맞부딪혔다. 

    징, 징,, 징, 톱을 쓴 것처럼 칼날을 앞뒤로 움직이면서 내 코를 잘라갔다.
    뜨거움과 동시에 와사비를 먹은 것처럼 찡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젠 몸이 아프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아픈지 헷갈리게 되었다. 

    아버지는 왜인지 콧 노래를 부르면서 내 코를 잘라 내게 부여주었다.
    피가 드러난 살과 연골덩어리였다. 내 것이라 생각하고 싶진 않았지만 내코가 틀림없다.
    내 얼굴이. 아버지는 얼른 내 귀를 잘라 버렸다. 코보다 쉽게 끊어졌다.

    내 얼굴은 어떻게 돼버린 걸까. 거울을 무섭다. 생각하니 아버지는 상자에서 
    손거울을 꺼내 일부로 내게 보여주었다. 

    "음. 좋은 얼굴이 되었구나. 쇼타로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엉망진창으로 부풀어 보라색이 되어 있었다. 
    코가 있던 곳에는 돼지처럼 두개의 세로 구멍이 남아, 죽어가는 돼지처럼 되어 있었다.
    귀도 없다. 눈은 충혈되어 새빨개졌고, 눈가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눈물이 정말로 있었다.
    죽어가는 돼지처럼 두려워하는 한심한 눈을 하고 있었다. 

    이건 내 얼굴이 아니다. 이건 꿈이다. 언젠간 깨어난다. 반드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냥 꿈이야. 아아, 하지만, 누군가 빨리 도와주러 와줘. 
    이대로라면 난...

    "참, 그래. 하는 김에 이것도 봐 볼까."

    아버지는 또 상자에서 새로운 도구를 꺼냈다.

    그건 믹서기였다.

    잠깐, 그걸 어떻게 할 생각이야. 농담이겠지. 왜냐면 제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잖아. 
    하는 거야? 설마겠지. 그렇게 까지 하는 거냐. 왜냐면 수술하면 제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아버지는 믹서기의 전원 코드를 방의 콘센트에 꽂았다. 
    뚜껑을 열고 내게 보란듯이 하면서 내 다섯손가락과 코, 두 귀를 용기속으로 떨구었다.

    "이야, 유감이네."

    아버지는 믹서기의 스위치를 눌렀다.

    아아아아아아아 이 자식, 이새끼가 내....

    지이이이이이잉, 소리를 내며 내 손가락과 코, 귀가 믹서기 안에서 회전해 다진고기처럼 되어간다.
    내 손가락이. 코가. 귀가. 이제 절대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평생 이대로다. 죽을 때까지, 오른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실리콘이나, 가짜같은 뭔가, 누구의 시신으로부터 이식해와서 코와 귀를 사용하게 될 거야.
    그리고 쭉 마스크다. 내 원래 얼굴은 없어졌어 다른 여자와 사귀거나, 결혼하거나, 할 수 없어.
    씨발, 난 아직 열일곱살인데, 왜 이런 일이.... 


    눈물이 점점 넘쳐 흘렀다. 이제 어떻게든 해줘. 내 인생은 이제 끝이야. 
    빨리 죽여서 편하게 해줘. 나는 될대로 되라는 기분이 되어있었다.

    "그럼 다음으로 갈까."

    아버지는 믹서기를 멈추고 또 상자로 손을 넣었다. 이젠 틀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만 믹서기 안을 보고 말았다. 회전이 멈춘 안은 역시 빨간색의 걸쭉한 고기죽이 되어있엇다.

    "너희들은, 미라이한테 담배빵을 했다고 했지. 
    바지를 벗겨 엉덩이만 그런던 게 아니라 
    아들의 페니스까지 담배로 지졌다고 했잖아."

    미쿠미쿠 그 새끼, 그런 것까지 적어 버린 건가. 싫은 예감이 들었다. 
    이제 죽어도 좋다 생각했었는데.

    "미라이의 몸은 부검중이라 내가 직접 화상 자국을 확인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제대로 보답은 해둬야겠지. 너희 집에도 있는 거지만, 찾는 수고도 줄이고,
    제대로 된 물건을 사용하고 싶어서 말야. 최근 일본 메이커중에서도 중국산이 많지만,
    이건 엄연히 일제거다."

    다리미였다. 아버지는 콘센트에서 믹서의 플러그를 뽑고 다리미의 플러그를 꽂았다.
    눈금을 만지고 있다. 

    담배빵 보답인 건가. 하지만, 어디를 하는거야, 설마....

    아버지는 내 벨트를 풀어 바지를 벗겨 내렸다. 그리고 팬티도. 싫어, 그것만은 그만둬
    그것만은...

    "굉장히 괴로운것같은 표정을 하고 있구나."

    아버지는 다리미 밑을 부드럽게 손끝으로 만져서 뜨거운 정도를 확인하면서 말했다.  

    "사타구니가 구워지는 게 무서운 거니? 하지만 넌 똑같은 일을 미래에게 했어. 나는 말이야, 
    그걸 열배로 되돌려주는 것 뿐이야."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 가벼운 장난입니다 나만 그런게 아니야 타카시도 다른자식들도
    같은 마음으로 즐겼다고 나는 어느쪽이냐면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타카시새끼가
    가장 나빠요 저는 나쁘지 않습ㄴㄷ니다 ㄱ원래 따를 시키는ㄴ놈이나쁩니다
    어쨋ㅅ든ㄴ그것만ㅇ은그만둬주세요부탁ㄱ부탁합니다부탁 우아아아아아

    아버지가 다리미를 내 사타구니에 들어갔다. 지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고기가 타는 역겨운 냄새가 
    풍겨왔다. 코는 없지만 냄새는 났다. 

    뜨거, 뜨것, 뜨거웟ㅅ 빨리 그만 떨어뜨려주세ㅅ뜨것, ㄲㄷ뜨ㄱ것 뜨것 ㅂ제발부탁합니닥ㅆㄲ뜨거엇 내소중한....

    나는 몸부림치면서 다림질로부터 벗어나려 했지만 아버지는 내 몸짓을 쫓아 쓱쓱 움직였다. 
    삼십초정도 충분히 구워진 후, 아버지는 겨우 다리미를 떼었다. 찌직, 싫은 소리가 들렸다. 

    다리미 밑엔 검붉은 것이 달라 붙어 있었다. 내 피부의 일부. 
    여전히 연기를 내고 있었다. 

    나는 이제 내 사타구니를 볼 용기가 없었다. 이제 끝이다. 내 인생은 완전히 끝났다. 

    하지만 아버지가 상자에서 손을 넣었을 때, 나는 최악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쇼타코군. 쇼타로군은 미라이의 항문에 대걸레 손잡이를 억지로 밀어넣었지, 그렇게 자... "

    악마는 말했다. 

    "그리고 대변이 묻은 봉으로 미라이에게 핥게 했다며."

    역시 그런 것도 적어버린 거야. 달라, 달라요. 내 잘못이 아닙니다. 그만둬, 이제, 더이상은 이제....


    아버지가 손에 넣은 건 한 개의 대걸레였다. 손잡이 길이는 오십센티미터정도로,
    우리들의 미쿠미쿠의 엉덩이에 넣은 걸레보다는 짧았다. 아니, 그렇게 깊숙히 박지는 않았지만.

    그 대걸레에는 수십개의 목이 박혀 있었다. 못배트가 아니라 못대걸레다. 
    그렇지 그런 못대걸레는 엉덩이에 들어가지 않아 아니 일반대걸레도 들어가지않 그만둬
    아버지가 직접 만든 건가 각각의 못이 손잡이에 박혀서 두센치정도가 끝이 튀어 나와 있었다.
    그런 걸 넣으면 내장이 엉망...

    그만둬, 용서해주세요 도와주세요 제발 그ㄱ서만은 ㄱ부탁입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했지만 역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 다리를 억지로 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 부러진 사타구니 관절이 스쳤다. 

    "미라이는, 이런 쓰레기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자살까지 하고, 괴로웠지."

    쭉 엷은 웃음이었다. 아버지의 얼굴이 움찔움찔 경련하며 일그러져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

    "죽기전에 말해줬다면 좋았을텐데, 미라이. 
    이런 쓰레기들, 아버지가 순식간에 몰살해줬을텐데,미라이. 
    이런쓰레기들때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아버지의 얼굴이 무너지고 변했다. 숨겨두었던 걸쭉한 속내가 나와 귀신의 얼굴이 되었다.
    악마의 목소리가 되었다. 순간 나는 아버지에게 물어 죽인다고 생각했다. 
    내탓이 아냐 ㄷ내잘못ㅇ이ㅣ나아니야 왜내가이런ㅇㄹ내가이런ㄴㄴ일을ㄴ왠ㄴㄴ애가

    아버지가 대걸레를 당겨서 잡았다. 그만둿 도와주세요 나는 몸을 뒤로 젖혀 엉덩이를 지키려 했다
    내 사타구니가 조금 보였다. 붉게 탄 상처가 어디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게 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악마의 얼굴로 내 배를 때렸다 아파아아아아ㅏ 몸이 구부려졌다

    "확실히 할 거야 확실히-----"

    아버지는 무서운 힘으로 못 대걸레를 찔러넣었다. 부지직, 고기 터지는 소리가 났다.

    내 엉덩이가 폭발했다. 배가 폭발했다. 우주가 폭발했다. 하얗게 되었다. 
    새하얗다. 세계가 날아갔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그래 제대로 할 거야 배로 되돌려준다 사배로 열배로 백배로 되돌려준다----"

    아버지가 대걸레를 여러번 왕복시켰다. 뿌지직 뿌직 뱃속에서 소리가 났다. 날았다. 모든 게 날아갔다.
    헤헤헤헤헤헤헤 우헤헤헤헤헤헤

    아버지는 대걸레를 꺼냈다. 심호흡하고 숨을 정돈하곤, 미소지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그럼, 이걸 핥아 볼까."

    아버지는 빗자루를 보여줬다.

    빗자루는 새빨갛게 되어, 못에 피같은 것이든지, 고기같은것이 휘감겨져 있었다.
    에헤헤헤헤헤. 우헤헤헤헤헤. 이히히히. 아히히히히히.

    "핥아라, 자, 제대로 말이야."

    아버지는 빗자루를 거꾸로 쥐어 올렸다. 내입에 넣을 생각이다. 반드시 뚫어진다.
    그래서 모든 게 끝나는 거야. 하헤헤헤헤헤헤헤헤.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둬, 뭘하고 있는 거냐"라는 고함. 
    남자의 목소리. 현관문 커튼 사이로 사람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경찰이다. 권총.

    "그만둬. 쏜다."

    아버지는 그걸 보고 다시 내게로 향했다. 대걸레를 크게 휘둘렀다.

    빗자루가 온다. 나는 피하려고 한다. 총성. 통증. 탁.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아버지의 웃음. 그리고 총성. 발소리.

    내 얼굴에 빗자루가 박혀 있었다. 왼쪽뺨과 턱에. 나는 살아 있는 걸까.
    우헤헤헤헤헤헤헤.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 


    3.

    나는 괴물이 되었다. 

    수십번을 수술했다. 실리콘 코도 귀도 달렸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 역시 괴물이 있었다.
    왼쪽 턱은 비틀러지고 입이 구부러져 뺨에 큰 상처가 남아 있다. 
    이는 열두개나 부러져 있고, 의치와 틀니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오른 쪽의 손가락은 짧아진 엄지 뿐이다.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타버린 사타구니는 피부이식도 했지만, 성기는 절반 크기로 되어버렸다.
    오른쪽 고환이 터졌으므로 수술을 통해 만들었다. 
    방광도 전립선도 파열돼서 튜브를 통해 봉투에 직접 오줌이 모이게되어 있다.
    항문도 직장도 망가져서 인공 항문이다.

    그 때 경찰이 나타난 건 이웃에 사는 타부치 할아버지가 신고한 것이다. 
    비명을 듣고 현관문이 몇개의 벽돌로 막아있는 걸 보고 이변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더 신고가 빨랐다면, 경찰이 달려오는 게 빨랐다면, 나는 좀더 나았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질퍽한 원한이 솟아 올라오는 것이다.

    미쿠 미쿠의 아버지....키쿠라 세도는 경찰차 수십대와 차량 추격전을 벌여, 
    마지막은 차로 절벽을 튀어나와 바다에 빠진 것 같다.
    차는 인양했지만 놈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신문에 많은 내용이 실렸다. 세도는 대기업 광고 대리점의 부장이었던 것 같다.
    어떤 말썽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구렁이라 했던가. 제대로 하는 걸 좋아했지.
    미쿠미쿠의 어머니는 십년 전에 병으로 죽고, 미쿠미쿠는 외아들이었다던가.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살해된 내 엄마 이름은 실렸지만, 내 이름은 실리지 않았다. 피해자지만, 
    왕따를 한 가해자인 면도 있으니 미성년자란 걸 배려한 거라고, 내 아버지는 말했다.
    우리들이 했던 왕따에 대해서 많이 보도했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내 일을 
    자업자득이라 했던 놈들도 많았다. 씨발. 타인이 지멋대로 지껄이는 거냐.
    이정도의 괴롭힘은 니들도 하는 거잖아.

    밤마다 꿈을 꾼다. 미쿠 미쿠의 아버지가 내 손가락을 자르거나 사타구니를 다리미로 굽거나
    못투성이의 대걸레를 내 엉덩이에 집어넣어 빙글빙글 도려내는 꿈이다. 
    꿈인데도 굉장이 아파서, 그 때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병원의 어둑한 방안에서 잠을 깬다.
    혹시 정말로 그 아버지가 오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 숨을 죽이며 실내를 둘러 본다.
    이런 게 끝없이 반복이다. 
    놈의 시체가 발견되거나 체포될 때까지는 나는 안심할 수 없다. 하지만 체포되어도, 탈옥해 나를 덮칠 수 있으니 
    시체인 게 좋다. 어쨌든 녀석은 제대로 하는 걸 좋아하고, 나에대한 복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까.
    주치의에게 수면제와 신경제를 많이 받고 있는데도, 계속 꿈을 꾼다.

    없는 오른손의 손가락이 쑤신다. 몸을 옮길 때마다 엉덩이 관절이 아프다. 온몸이 삐걱거리고 죽어버리고 싶다.
    이제 내 삶에 희망은 없다. 고통과 불안과 원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내가 가장 실망한 건, 미쿠미쿠를 괴롭혔던 다른 새끼들이 무사하다는 것이다.
    우리집이 아버지의 첫번째 방문으로, 다른 논들은 내가 습격당한 걸 신문이나 텔레비전으로 알아버린 것이다.
    무사한데도, 내게 병문안도 하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도 답장은 오지 않고 전화도 연결되지 않는다. 
    내가 그 새끼들의 죄를 모두 혼자 뒤집어 썼는데. 

    왜 나만 이런 일을 당한 거냐. 그 새끼들도 함께 미쿠미쿠를 괴롭혔으니까 같은 죄다. 
    타카시도 요코도 이타가키도 톳쵸도 같은 죄다. 나만큼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왜 미쿠미쿠의 아버지는 맨 처음에 내게 한거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한다, 라고 했잖아.
    그렇다면 그 새끼들이 먼저, 내가 마지막이잖아.

    내가 어떤 말이건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병문안을 온 내 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너도 부모라면, 같은 일을 해줘. 나와 함께 미쿠미쿠를 이지메했던 놈들에게 같은 걸 당하게 해줘.
    그리고 미쿠미쿠 아버지의 친척을 찾아서 고민시켜줘. 엄마도 죽였으니까 
    이쪽도 저쪽의 가족을 죽이는 게 뭐가 나쁜 거야.

    내 아버지는 곤란한 듯한 얼굴로 입을 다물 뿐이었다. 그 눈은 나를 경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씨발 그래서 부모냐? 미쿠미쿠의 아버지는 제대로 아들을 위해서 노력했다고.

    왜 나만 이런일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왜 나만 이런 괴물이 돼서 인생이 파멸돼고 
    다른 새끼들은 행복하게 살아야 되는 거냐 불공평해 그 녀석들도 같은 꼴이 되지 않으면 내 마음이 풀리지 않아

    입원 내내 나는 그런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4

    나는 석달만에 퇴원했다. 아직 재활도 계속 하지 않으면 안 됐고, 이후 두변의 대형수술이 
    필요하다 했지만, 나는 최대한으로 빨리 퇴원하고 싶었다. 놈들이 퇴학하거나 전학하거나 해서 사라져 버리기 전에.

    예전 동료들에게 연락을 했다. 나의 퇴원 파티에 부르기 위해서다. 
    첫 문자에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 키쿠라 미라이를 죽인 범인으로 우리들의 집한 사진을 인터넷에 뿌리겠다고 위협하자
    즉시 참여하겠단 문자가 왔다. 어차피 마지못해 한 거지만.
    사진은 내 얼굴도 들어가 있지만 이제와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타카시도 요코도 이타가키도 톳쵸도 아카이도 모두 있다. 완벽하다. 이것으로 즉시 할 수 있다.

    병원에서 나를 태워 집에 갈동안 아버지는 계속 말없이 운전하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희미하게 짐작이 가는 건지 가끔 무언가 말하려는 듯 내 쪽을 뒤돌아 보았다.
    그러나 나와 마주치는 즉시 외면했다. 핫. 이 겁쟁이 새끼가.

    나는 즉시 준비에 들어갔다. 창고에서 전기톱과 전기드릴과 로프를 가져온다.
    칼에 대걸레에 못, 믹서기도 다리미도 제대로 있다. 짧은 오른 손의 엄지 손가락으로 대걸레에 못을 박고
    굉장히 어렵고, 파티시간에 늦을지도 몰라 초조했지만 어떻게든 되었다.
    못의 끝은 박히기 쉽도록 깎아서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대로 좋다. 잘못되면 칼과 전기톱으로 끝내면 좋다.

    준비가 끝나고 거실에 돌아오자 아버지는 없었다. 
    파티전에 쫓아내려했지만 미리 도망친 것 같다. 테이블에는 초밥, 피자, 치킨따위가 주루룩 줄지어 있으므로
    안심했다. 내가 말한대로 주문한 것 같다.

    오후 일곱시에 예전 동료 다섯명이 왔다. 타카시 요코 이타카키 톳쵸 아카이. 
    아무도 입원중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사지가 멀쩡한 놈들이다.

    그들은 내 얼굴을 기분나쁜 것처럼 보며 "힘들었겠구나"라던가 "괜찮냐" 혹은
    "학교는 어떻게 하냐"하고 피상적인 말을 했다.

    "아아, 이단 자딛에 안다서머자 거대다"

    내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는지 원래 친구들은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신경과 근육의 장애로 잘 발음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후유증은 평생 지속 될 거라고 의사는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히죽거리는 걸 참았다.
    자, 건배다.

    준비한 와인은 수면제와 안정제를 많이 녹여 넣은 것이다. 맥주는 속일 수 없기 때문에 안된다.
    혹여 와인이 거부당했을 때를 위해 1리터 팩 주스에도 약을 녹여 넣었다.

    그들은 어색한 미소로 와인잔에 입을 대고 있었다.

    "만댜고시퍼더....아마하기히드두나, 이단, 머거라"

    그들은 잠자코 먹고 포도주를 마셨다. 나도 와인을 마신다. 녹아든 약은 나에게 효과가 없다.
    이 양의 몇배를 매일 마시니까.

    그들은 마치 고문을 받고 있는 것처럼 괴로운 얼굴로 먹고 마시고 있었다.
    하핫, 바보같긴. 진짜 고문은 지금부터 시작될 거야.

    1분도 되지 않아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요코가 휘청 휘청 흔들리고 있었다. 이타카가키도 톳쵸도 졸린눈을 하며 꿈뻑거리고 있었다.

    "너히드, 샤다히 치햐거야디댜"

    나는 농담을 했다. 그 중 아카이가 앞으로 기우뚱 무너져 테이블에 쿠궁 이마를 부딪혔다. 하하. 

    졸린 얼굴을 마주보며 그들은 겁에 질린 눈으로 내 쪽을 보았다.

    "쇼타로, 설마"

    타카시가 일어서려고 했기 대문에 나는 바로 왼쪽의 망치로 머리를 때렸다.
    윽하고 신음하며 타카시가 뒤집혔다. 꼴좋다. 다른 놈들도 도망치려고 했지만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우선 쇠 망치로 머리를 때렸다. 그리고 손발을 묶고 재갈을 끼지 않으면.

    나만 이런 일을 당하는 건 불공평하다. 이 녀석들도 똑같은 일을 당해야 한다. 배, 네배, 아니 열배로 되돌려주는 것도 좋다.
    그후에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냐?

    기어 다니는 톳쵸머리를 망치로 때릴 때, 똑똑하고, 천장에서 소리가 들렸다.

    에. 뭐냐. 쥐인가. 우리집 천장에 쥐가 있었던가. 하지만 노크같은 소리였다.
    창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그 때처럼. 

    똑똑하고, 또 소리가 났다.

    나는 얼어붙었다. 사악하고 기분나쁜 느낌이 종아리를 타고 올라왔다. 엉덩이에서부터
    뱃속까지 맹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쇼타로군."

    천장에서 소리가 났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다 몇 번이나 들었던 목소리였다.
    몇 번이나 꿈에서 들은 목소리였다. 몇번이고 몇번이나....

    갑자기 엔진 소리가 나고, 거실의 천장에 칼날이 빠져 나왔다. 화전하는 칼날이다.
    전기톱이었다. 지기이이이이잉, 나무 파편을 흩뿌리며 전기톱은 서서히 천장을 열어갔다.

    바스슥, 하고 잘라낸 천장이 떨어졌다. 테이블의 치킨이 무너졌다. 그런 다음 즉시 둥근 것이 떨어져 
    내 발밑으로 굴러왔다.

    피투성이, 나의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언제 죽인거야. 전기톱으로 자른 건가.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건가. 종이 절단기로 자른건가.
    저 놈은 독일제를 제일 좋아했다. 하지만 그건 내버려두고 떠나서 경찰이 수거해갔다.

    "쇼타로군, 줄 게. 네 아빠의 목이야."

    전기 톱 엔진 소리가 멈추고, 천장 목소리가 말했다. 나는 두렵고 두려워서 구멍을 올려다 보았다.

    더벅 머리,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져린 얼굴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더러워져 있었지만 그 얼굴이었다.
    미쿠미쿠의 아버지의 얼굴. 역시 살아 있었어. 살아서 기다리고 있었어.

    "쇼타로군, 퇴원 축하해. 기다리고 있던 보람이 있었어. 걱정했어. 
    혹시 너희들이 그대로 이사가버리고, 다시 여기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하지만 네 아빠는 아직 여기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을거라 생각했지만.
    나는 말이야, 계속 천장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음식을 가지고 와서 말이야. 화장실과 물은 네 아빠가 없는 낮에 사용했고, 그렇지만, 응.
    너무 폐가 되는 건 안 되기 때문에 목욕은 삼가하고 있었지. 나는 그 정도는 분별하고 있거든."

    미쿠미쿠의 아버지는 엷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능글능글, 히죽히죽, 매우 즐거운 것처럼 웃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출입구는 원래 옷장 천장에 있으니까, 그곳을 지나 오면 따로 천장을 
    부수지 않고 올 수도 있지만, 지금 일부로 전기톱을 사용했어. 
    솔직히 그렇게 깊은 뜻은 없어. 그냥, 잠시 너를 놀라게 하고 싶었거든."

    나의 몸이 마음대로 떨리고, 힘이 빠져서 망치를 놓쳤다. 왼손의 손가락이 아프다 
    없는 오른손의 손가락이 아프다 턱이 얼굴이 귀가 아아아아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쇼차로군. 그 때 나는 물건을 제대로 가져오지 않았어. 너희들은 미라이의 나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흘렸었지. 나도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안 돼. 그래서 이번에는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왔어."

    또 그런 걸 맛보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내가 뭘 했다는 거야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만 
    그저 그냥 괴롭혔을 뿐이잖아, 누구라도 하잖아, 그런데 왜 나만 이런.....

    "전부 모여있구나. 응. 잘된 일이야. 너희들을 갈라서 내장을 끌어내고 그 사진을 인터넷에 뿌리자.
    그러면 제대로 열배정도 되돌릴 수 있을 거야."

    실내를 천천히 둘러보곤, 미쿠미쿠의 아버지는 상냥하게 말했다. 눈만은 웃고 있지 않고, 
    번뜩 살의에 불타서 미쳐 있다. 구멍에서 짐이 떨어졌다. 쿵, 무거운 소리였다.
    상자였다. 분명 도구가 채워져 있겠지.  틀림없이 우리들에게 여러가지 일을 시도하는 거야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에헤헤헤헤. 우헤헤헤. 헤헤헤.

    "앞으로, 제대로, 정중하게 해나가자."

    미쿠미쿠의 아버지가 주루룩 구멍에서 내려온다. 뱀처럼 거꾸로 내려온다. 
    그 얼굴에 띄어져 있는 엷은 웃음이, 천천히 귀신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
    열심히 하는 아버지는, 자식의 동경입니다.
    조금 잔혹한 묘사가 있습니다.
    -
    △이게 광기타로님의 후기인데 아니 조금 정도가 아니잖아요(...)
    어쨌든 이것으로 아버지는 끝입니다. 

    1차-madtar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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