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고민 하다가 글을 씁니다.
<스압주의>
개인적인 의견이니 여성분들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 어떤 사이트와도 관련이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최근에 오유에서 눈팅만 하던 제가 부끄럽게도 이제서야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강남역 사건에 대해 제가 좋아하는 오유에서 많은 분들이 강남역 사건과 여성혐오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이 사건을 단순히 정신병 환자의 질환적 행동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는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여성혐오에 대해 많은 이야기와 개선 방향 등이 나올 줄 기대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여성혐오의 분위기 속에 그 사건이 경종을 울리고, 그로 인해 많은 개선책들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그것은 단순한 정신병 환자의 행동이니 정신병 환자에 대해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혐오에 대해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되면서 강남역 사건은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물론 정신적 질환을 가진 환자에 대해 사회적 체재와 치료. 제재가 개선 되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놀랐던 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에 대한 문화가 바뀌어서는 안되는 것입니까?
왜 그 문화에 대한 재조명에 불편해하는 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 환자의 살인은 정신병이 원인이지만 그 환자가 그렇게 여성을 혐오하게 된 계기가 이 사회에
특히 인터넷 상에 널리 퍼진 여성혐오 문화 때문임을 부인하진 못할것입니다.
여성혐오의 문화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성의 성에 대한 상품화 (지금 오유에서도 여자 아이돌의 노출수위가 심한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고 패드립이 난무하죠,여성의 살에 대한 미디어의 폄하), 성의 사회적 능력에 대한 근거없는 저평가 (김여사),
일상 속에서의 성차별 (맞벌이임에도 가사분담 역할의 문제, 임금의 차이 등) 기타 등등 너무나 많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 오랫동안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처하던 여성에 대해 '평등함' 인식이 변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메갈 쪽에서는 이에 대응해서 여성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는 지 알려주려는 취지하에
'미러링'이라는 걸 시작한 것 같습니다. 상대편이 느껴봐야 알겠다는 생각에서요. 하지만, 저는 이것 역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때, 여자들에게만 높은 도덕적 기준 (여자는 처녀를 '잃는다' 표현하고 남자는 동정을 '뗀다'고 표현하죠?)을 요구했고
이에 반발해 여자들 역시 남자들처럼 도덕적 기준을 낮췄지만, 그 결과는 현재 수많은 낙태, 사회적 보호가 미흡한 미혼모 미혼부 였을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남자들에 대해 역 성차별을 하기보단, 여성 혐오에 대한 '인식'과 평등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환자 분의 정신적질환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나오고 일반 남성들은 여성혐오와 관련이 없으므로 더이상 논란을 만들지
말자라는 식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실 예전 모 배우가 연예인들의 성상납 요구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을 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데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들었던 심정과 비슷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이든 아니든, 그게 논점이 아니라
성상납 요구에 대해 법적인 제재와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니 그런시선으로 모두를 보지 말라는,
자신이 피해 입기를 바라지 않는 어쩌면 이기적인 태도와 논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태도에 비난 여론이 있었습니다.
사건이 비슷해 보이지만, 어쩌만 달랐던 것은, 그 배우는 혼자였고, 이번에는 네티즌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남성들이여서였을까요?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려다가도 너무 민감한 거야, 모두 그런 건 아니야라며 치부되는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