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재글은 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실화이지만, 개인신상문제로 인물, 장소는 각색합니다.
나는 학교를 마치고 전철역에서 나와 자취방으로 걷고 있었다. 역에서 나와서 20분거리.. 멋진 날씨, 기분좋은 바람. 모든게 완벽한 하루였다.
그리고 B에게 전화가 왔다.
"M! 잘 지내냐?" 그녀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렸다.
"어, 왠일이야?" 나는 무신경하게 대답했다.
"뭣 좀 물어볼게 있어서.."
"어 뭔데?"
"아.. 말해도 되나... 이거 비밀이다. 친구니까 알려주는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는 듯, 수줍은 듯 알수 없는 미묘한 느낌으로 뒤덮여 있었다.
"응"
"너 혹시.. L오빠 알아?"
"글쎄.. 들어보긴 했는데.." 나는 잘 모르지만, 내 주변에서 항상 언급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너하고 모임 꽤 오래 참석했다고 하던데"
"잘 모르겠어"
"아 왜 있잖아.. 좀 호리호리하고, 키는 한 너만한가.. 그냥 되게 평범하게 생겼는데, 안경쓰고"
정말 흔하게 생긴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딱 대한민국 평균인 내 키 175에 호리호리하고 안경 쓴 사람이라.. 도무지 누구인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녀는 이상하게 나에게 자꾸 누구인지 설명하려고 애썼다. 이번 모임에서 어디에 앉아 있었다느니, 어느 조 였다느니,
머리가 어떻다느니. 목소리가 어떻다느니
온통 내가 모르는 설명 뿐이었다.
"글쎄... 모르겠어.. 근데 그 사람이 왜?"
"아... 너 그사람 잘 알면 뭣 좀 물어보려고 했지.." 내가 그녀를 큰 모임에 데리고 가서 그런지 그녀는 내가 발이 넓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내가 주변에 물어봐서 알려줄게, 뭐 물어보려고?"
"전화번호"
"성이 뭔데?"
"음.. 김씨였나.. 이씨였나.. 잘 모르는데.. 그냥 다 L이라고 부르던데.."
"... 응, 그렇구나.."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니야 내가 알아볼게, 뭐 모임 준비하는데 L오빠가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어서 그랬어" 그녀는 그 어색한 찰나의 침묵을 느낀 것 같았다.
"아니야 내가 도와줘야지 친구 좋다는게 뭐냐,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M! 진짜 고마워~ 문자로 넣어줘!"
"그래"
나는 주변에 문자를 보냈고, 손쉽게 L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었다.
딸각
"0.1.0.-.X.X.X.-.X.X.X.X."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띠링
"고마워 *^0^*"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어느덧 자취방 앞에 다 와 있었다. 20분이나 대화를 한건가...
...
며칠 뒤 그녀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 나는 학교로 걷고 있었다.
"오! M! 잘 지냈어? 그녀는 나를 부를 때 항상 내 성을 붙여서 불렀다. 내 이름이 외자라 더 그러리라.
하긴 그녀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나를 그렇게 불렀다.
"어 왠일?" 언제나 그렇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야 그전에 말했던 L오빠 있잖아"
"어 그형 왜?"
"어디 교회다니는 지 알아?"
"글쎄... 관악쪽이였나... 양서쪽이였나..."
"아 그래? 그럼 됐어."
"아 또 뭔데.."
"아.. 그.. 사실은.. 아니다. 됐어.."
"아 쫌!"
"아 진짜.. 흥..음.. 이거, 아 진짜 아..."
"쫌 말 해라.."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이거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뭔데~~" 답답함...
"아.. 좀 창피한데"
"나 끊는다."
"사실은..."
그녀의 말은 이랬다. 저번에 있었던 그 모임이서, 남들이 모두 잠든 사이, 그녀는 바람이나 쐴 겸 산 속 공기도 마실 겸, 숙소 밖에 나와 있었는데,
마침 그곳에는 L도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말이 제법 잘 통하고, 좋은 느낌은 받았던 것 같았다.
내가 왜 남의 사랑이야기를 들어주어야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찰나, 그녀가 진짜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근데 그 오빠가 군대를 간데.."
"엥? 군대? 근데 어떻게 만나려고?"
"그러니까...나도 모르겠다. 좀 잘해보고 싶은데"
B의 입장에서는 얼마 뒤에 군대를 가는 L과 만날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 조바심이 났던 것 같다.
그러니 나에게도 그렇게 허둥지둥 정보를 알아냈으리라..
이상하게 나도 모르는 꾸리꾸리한 감정이 일어났다.
짜증인가.. 나를 좋아하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 없고, 나도 그녀를 좋아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지만, 뭔가 뒷끝이 씁씁한 느낌.
나의 4월의 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가을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