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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2768
    작성자 : 쿠밍
    추천 : 20
    조회수 : 3042
    IP : 125.146.***.55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4/09/17 21:06:26
    http://todayhumor.com/?panic_72768 모바일
    (몽상소설) 지갑 (19)
    평소 가지고 다니던 카드지갑이 많이 낡아서
    실밥이 터져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침 휴일이고 인터넷에서 가죽을 리폼하는 블로그를 발견한지라 
    당장이라도 뜯어서 다른 것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게 모양을 내어 자르면 열쇠고리같은 것은 대여섯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이 카드지갑은 꽤 오래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준 것이었다. 그것도 직접 만들어서. 
    그녀와는 1년도 채 사귀지 못했다. 워낙 방어적이며 보수적인 그녀와는 그렇다할 스킨십도 잘 하지 못한 채 아쉽게 헤어졌다.  
    힘들었지만 그녀를 잊는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딱히 추억이 담긴 사진을 불태우거나 선물을 처분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추억은 추억대로 남기고 필요한 물건은 필요에 의해 잘 사용할 뿐이다. 
    물론 지금의 와이프에게는 비밀이지만. 

    옛 추억을 떠올리며 카드지갑의 실을 뜯었다. 처음 받았을 때의 설레던 감정이 살아나는 듯 하다. 바느질을 할 때 유난이 힘들었다며 입술을 삐죽 내밀던 그녀를 귀엽게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카드지갑의 겉면과 안감 사이는 두꺼운 종이와 약간의 솜을 채웠던 듯 폭신했었다. 
    사이를 벌리고 겉의 가죽을 떼어냈다. 

    시커먼 무언가가 방바닥에 떨어져내렸다 .

    지갑을 가득 채웠던 것은 두꺼운 도화지 한장과...
    그리고 그동안 천이나 솜으로 알고있었던 그것은. 

    꼬불거리는 음모였다. 
    기겁하며 손에서 지갑을 떨어뜨렸다. 

    어째서 이런게 들어있는걸까. 

    당장에 그것들을 모아 태워버렸다. 일단 기분이 나쁘고. 아내에게 들킬 경우에는 애초에 변명하기도 힘들 것 같았다. 

    그녀는 어쩌면 특이한 성적 취향이라던가 가학성 같은 것 때문에 나를 멀리한 것이 아닐까. 
    손을 잡을 때도 어깨를 끌어안을 때도 유난히 나를 밀어냈던 것은...

    그것보다 소름끼치는것은 내가 이 지갑을 5년 넘게 목에 걸고 품에 넣고 다녔다는 것이다. 


    fin

    by.쿠밍







    -----------------
    19라기보단 좀 더럽다고 느끼실수도...
    여러분은 이제 목에 걸고계신 목걸이 카드지갑을 한번씩 살펴봅니다. 레드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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