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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2579
    작성자 : 아키달
    추천 : 31
    조회수 : 3541
    IP : 117.111.***.140
    댓글 : 24개
    등록시간 : 2014/09/10 00:38:32
    http://todayhumor.com/?panic_72579 모바일
    돌아가신 아빠를 봤어요

    1년전에 돌아가신 울 아빠를 봤어요

    명절이라고 못난 딸이 반 년 만에 납골당에 찾아갔거든요

     신랑이랑  이제 돌쟁이인 아들안고서 항아리 앞에 흰국화 세송이 놓고, 과일이랑 생전에 즐겨마시던 막걸리 부어드리고 절 두번 했어요

    아빠 워낙 생전에  느릿느릿 드셔서 기다려 드릴겸 건물 입구까지 한바퀴 돌자고 신랑이랑 애 댈꼬 나왔어요

    그리곤 5분쯤 있다가 뒷정리 내가 할테니 애 댈꼬 차에 있으라 보내고 다시 아빠쪽으로 갔지요...

    아빠랑 저는 사이가 아주 나쁘면서도 .. 뭐랄까..
     미묘한 사이였어요

    알콜중독이었던 아빠가 짜증나서 욕하며 술병 내다 던져버리고
    웃으면서ㅋㅋㅋㅋ 내 진짜 또 술마시는거 보면 그땐 때리뿐다! 아빠한테 성질냄..

    그런데 다음날 난 안주만들고있음ㅋ  

    뭐 그런 희안한 사이....



    암튼! 오늘 보러갔을때도 그 성질 어디안가서
    아빠 항아리 앞에 과일이랑 술이랑 치우면서 
    "으이구 죽어서도 술 퍼마시제? 거기선 고만좀 처무라 못났어 증말"  이렇게 중얼거렸어요ㅋㅋ

    근데ㅠ 그말 끝나기도 전에 내 앞에 아빠가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나타남ㅠ


    씩 웃으면서 절 쳐다보고 있는데

    무섭지도 않고 그 상황이 너무 황당하기도 어이없기도 해서 저도 웃어버렸네요

    그래서 한마디 더했음..

    "뭐!  더안줘 술끊어! 난 잘 살고있는거 보이제? 이제 동생일이나 잘풀리게 힘좀써봐봐~" 
    이러고 팔 흔들며 다 챙겨서 나옴ㅎㅎ

    헛것을 본건가...정말  아빠인가 싶었는데

    얼굴빛도 좋고 너무 평온해 보여서 안심됐어요

    스스로 목매고 몸숨 버리셔서 위에서도 고통스러울까 괴로울까 걱정했는데 이제 저도 마음 놓으려구요


    자주 가진 못할텐데.. 갈때라도 이것저것 잘 챙겨드리고 나와야겠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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