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끝마치고 와서 그런지 피곤이 돋돋돋돋네요.
헤롱헤롱한 정신을 부여잡고 네번째 이야기를 시작해보렵니다. 이번 이야기는 긴 한 편의 이야기가 아니라 짧딱한 괴담이야기에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괴담에 대한 이야기죠,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괴담이 아니라 조금 독특들해서 데려와봤어요.
그나저나 재채기가 자꾸 나는데 여름 알레르기인가......
잡소린 치워두고 네번째 이야기 시작할게요.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잠깐 설명이 되었었지만, 저희 학교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꽤나 공부를 한다고 알려진 학교였어요.
옆 쪽엔 산을 끼고 있어 유난히 벌레도 많았죠. 한 번은 곱등이 소동도 난 적이 있었고, 돈벌레는 한 교실 당 하나가 있을 정도로 흔했어요.
종종 커다란 나방이나 새 따위가 창문으로 들어와서 수업이 중단된 적도 있었구요.
세워진 지 20년 쯤 된 학교였구요, 이젠 20년을 넘었겠네요.
오래 되었다고 하면 오래되었지만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면 또 그런 애매한 햇수네요.
건물만은 세월의 풍파를 그대로 맞았는지 무척 낡았었죠.
그래도 여기저기 보수공사는 해서, 그렇게 쓰러져가는 건물은 아니었지만서두.
그치만 장마철에 물이 새더래요, 중간에 물 받는 통 놓고 수업하더만. 스펙타클하기도 하지.
아무튼 그런 학교였어요.
이 괴담들은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가 나온 괴담들입니다.
각자가 겪고, 동아리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실화' 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우선 역시 톱 괴담은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리나였구요.
저 뿐만 아니라 종종 다른 친구들도 리나의 블루투스를 목격했던 모양인지라 괴담이야기를 하다 무척 무서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다음 한 친구가 이야기해준 것이 1층 여자화장실의 누군가, 였어요.
야자시간에 친구가 볼일이 급해서 화장실에 갔다고 해요.
그런데 혹시 다른 학교도 형광등 시스템이 이런 시스템인가요?
반자동 이라고 하나?
똑딱 하는 스위치로 켜 두면 자동조명처럼 사람이 움직이면 켜지고 안 움직이면 꺼지는 시스템이요.
그 스위치로 꺼 두면 아예 불이 안 들어오구요.
저희 학교는 화장실 불이 그런 시스템이었어요.
친구가 들어갔을 땐 불이 꺼져 있었고, 화장실에 들어서자 불이 깜빡깜빡 켜지시 시작했대요.
그 다음 날에 수행평가가 있어서, 그것을 풀고 있었던지라 친구는 잽싸게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나왔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친구가 집에서 화장실 드나들던 버릇 때문인지, 무척 자연스럽게 나가면서 화장실 똑딱이 스위치를 껐대요.
그런데 안에서 "꺅!!!" 하는 비명소리가 난 거죠.
얼라리, 사람이 안에 있었구나. 해서
"미안." 하고 스위치를 다시 똑딱, 키고 돌아왔다고 하네요.
그런데 교실에 들어와 한참 생각하니 뭔가 이상한 거에요.
분명 내가 들어갔을 땐 불이 꺼져 있었는데? 자동불이니 사람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꺼져 있었던 것일 텐데?
그리고 친구는 볼일을 보고 할 동안 다른 누군가 들어온 기척은 느끼지 못했었대요.
그런데 나가며 불을 끄니,
누군가 안에서 놀란 비명을 질렀다.
소름이 오소소 돋더랍니다.
네가 그저 사람이 들어오는 기척을 못 느꼈던 거야, 라고 하고 싶지만.... 1층 여자화장실은 정말 좁아서.... 글쎄요,
저는 이 다음에 같은 동아리 후배가 1층 화장실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야기를 듣고 꽤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어요.
1층 화장실에 사는 누구씨, 첫번째 괴담이겠네요.
두번째 괴담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도서부 아이들에게 특히 유명한 복도바닥의 신음소리, 정도?
무슨 네이밍 센스가 그리 그지같냐고 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이건 경험한 당사자들이 붙여버린 이름이니까.
저희 학교에는 구관과 신관이 있어요.
구관은 그 비 새는 건물이고 신관은 곱등이가 나오는 건물입니다. 이게 우리학교에요, 네.
암튼 2층에 구관과 신관을 잇는 복도가 있구요, 그 복도 입구 쪽에 도서실이 있어요.
그리고 그 도서실에서 일하는 도서부 아이가, 도서부 내에서 유명한 괴담이라며 이야기해준 것입니다.
야자시간, 특히 야자 2교시 시간에 그 구관과 신관을 잇는 복도를 걸어가다보면,
"끄으으으윽...." 하는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들릴 때가 있대요.
창문이 열려있나 싶지만, 왜인지 복도에 울리는 생생한 소리구요, 어디 근처 교실에서인가 싶지만 또 그런 거리감이 아니랍니다.
이게 한 도서부 선배가 야자시간에 책 나르다가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말하자
도서부 애들 중 몇몇이 그 시각, 자신도 그 소리를 들었다며 속속들이 이야기를 해서 도서부 전체가 덜덜 떨었던 이야기라네요.
그 끄으윽, 하는 소리가 꼭 목 졸린 소리같아 기분나쁘다는 사람부터, 그냥 환청이 아니냐며 고개젓는 아이들까지 반응도 다양했다는데요,
가장 무서웠던 말은
1학년 후배가 툭 던지듯이 내뱉은 말이었대요.
"바닥에서 밟혀서 그런 소릴 쥐어짜내는 거 아냐?"
그래서 복도바닥의 신음소리 입니다.
세번째 괴담이라고 한다면, 이건 학생들 사이서 퍼진 이야기가 아니라 2학년 때 저희 담임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에요.
저희 담임선생님은 세계지리 담당 선생님이셨구요.
중간고사 때 일어났던 이상한 기계오류라네요.
중간고사 때 다른 반의 한 학생이 집안의 조사로 인해서 결석했대요.
그날이 영어랑 수학을 시험보는 날이었는데, 그 날 결석을 한 거죠.
그런데 저희가 OMR카드로 시험을 보잖아요, 그러니까 객관식 점수는 굉장히 빨리 나오게 되는 거 아시죠?
애들 카드들을 기계에 넣고 쭈욱 돌리는데, 결석한 학생은 아예 점수가 뜨지 않는 것이 정상이래요.
그런데 딱 94.6 이라는 영어점수가 뜬 거에요.
그 결석한 학생의 점수 란에.
그래서 혹시 다른 아이가 마킹을 잘못해서 저렇게 잘못 뜨는 건가? 다시 한번 카드들을 검토했는데 그 아이의 카드는 없고.
뭔가 오류가 났구나, 싶은데,
수학점수도 떴대요. 88.4.
차라리 0점이나 100점이면 오류가 났구나, 점수를 지우자 싶은데 너무 점수가 구체적으로 뜨니까, 선생님들도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해요.
아무리 카드들을 뒤져봐도 그 아이의 카드는 없고.
점수 란에는 마치 누군가 대신 시험이라도 본 것처럼 점수는 떠 있고.
그냥 무효처리를 했다고 들은 듯도 한데, 이런 기기오류는 처음 본다며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더랬죠.
이렇게 적다보니 우리학교엔 참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곤 했네요.
다닐 때는 굳이 알아채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고작 개교 20년밖에 안 된 학교에서 자살한 학생이 네명인가 다섯명인가에 이른대요.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들어가기 3년 전에도 자살사건이 있었다고 크게 술렁거리곤 했었어요.
마냥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어쩌면 학교가 너무 공부공부하며, 성적이 모든 것이라는 분위기라서 그런 거였는지도 몰라요.
제가 다닐 때에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 적은 없지만, 그 학교를 다니면서 자칫 그런 길로 빠질 수도 있었던 친구들을 많이 봐왔거든요.
조금 낮아진 시험성적을 받고 죽고싶다며 엉엉 울던 친구도,
공부를 하지 못하면 살아갈 가치가 없는 거라며 우울증에 시달리던 친구도,
외고에서 떨어지고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 보았던 친구도,
인서울 대학에 가지 못하느니 죽는 것이 나을 것이라던 친구도,
글쎄요, 다들 무척 반짝거리던 친구였는데.
어쩌면 학교의 그런 괴담보다
그렇게 반짝이던 친구들이 문득문득 보이는 생기잃은 눈동자가 더 무서운 거였을지도 몰라요.
이야기가 어째 딴 길로 샜네요.
저희학교 괴담이야기는 이 정도에요.
친구들끼리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저 시험성적은 꿈을 못다 이룬 일찍 죽은 이 학교의 선배가 대신 시험을 치뤄준거라느니,
신관과 구관복도에 시체가 묻혀있어 그 영혼이 내지르는 신음소리라느니
리나는 교장이 연쇄살인마라서 죽인 아이인데 그 아이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라느니
1층 화장실 거울 뒤에 여자아이의 시체가 묻혀있는데 그 아이가 어두운 것을 무서워하는 것이라느니.....
이야기는 엄청나게 지어내고 놀았더랬죠.
재미있으셨기를 바랄게요. 그냥 평이한 내용이었을까나.... 아무튼 이제 열신데, 공부 좀 하다가 자야겠어요.
다음 이야기는 뭐가 좋을까요? '파란 두루마기 할아버지' '목소리를 흉내내는 무언가'?? 고민해봐야 겠네요.
전 정말 네이밍센스가 없나봐요.
그럼 여러분 좋은 밤 되세요.
저는 이만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