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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699
    작성자 : 망했엌
    추천 : 11
    조회수 : 1411
    IP : 123.212.***.216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5/08/19 18:36:55
    http://todayhumor.com/?soda_699 모바일
    눈내리는 군대의 아침 (그림판 퀼리티 주의)
    군대 있을 때 저는 간부는 중위 이상으로 수십여명, 병사는 20여명 남짓인 부서에 있었습니다.
    부서 업무 특성상 부사관이 아예 없고, 병사들도 적어서 위관이나 소령급 간부들이 복사도 하고 커피도 타는 뭐 그런 곳이었습니다.
    아무튼 겨울이 되고... 밤새 하늘에서 떨어진 악마의 똥가루 덕분에 본청 주변은 온통 하얗게 되었습니다.
     
    1.png
    이렇게 말이죠.
    하여 당시 분대장이었던 저는 분대원들을 이끌고 제설작업을 하러 올라갔습니다.
     
     
     
    2.jpg
    (다룰 수 있는게 그림판 뿐이라... 눈썩는 퀄리티 죄송합니다. ㅠㅠ)
     
    아무튼 우리(검은색 점)가 본청에 올라가니 이미 간부들(파란색 점)이 너까래나 눈삽 등을 가지고 제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저 위의 빨간색 점... 외국어 관련 업무를 하는 과 간부들로 부서내에서도 일종의 독립된 것과 같은 과였습니다.
    간부인데 아저씨. 이렇게 설명하면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기들 사무실 앞에만 치우려고 나와있던데, 딱히 관리하는 간부도 없으니 지들끼리 눈삽으로 눈싸움 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놀 땐 놀아도 어쨌든 지들 앞은 지들이 치우니까 병사들 입장에선 딱히 짜증날건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래 보이는 간부들과 같이 눈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현역/예비역 오유분들은 아래부턴 그림만 보셔도 100% 상황 이해 가능하십니다.
    A3.png
    (검은색 스프레이는 눈을 치운 구역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어느정도 눈을 치워가면서 반바퀴쯤 돌고 있는데, 왼쪽에서 왠 군무원 같은 분이 눈삽을 들고 오시더군요.
    눈 치우러 한 명 오는구나 생각하고 눈을 치우고 있는데...
    히히덕거리며 슬슬 눈을 치우던 간부들에게서 갑자기
     
    "충성!"
    "충성!!"
    "충성!!!"
     
    이러는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A4.png
     
    그 분은 부서내 유일한 장성인 부장님이었습니다.(준장). 사복으로 나오시니 몰라보겠더라구요... ㅠㅠ
    그렇게 부장님이 나오신걸 보자마자 간부들은 위와 같이 부장님을 에워싸고 아~~~~~주 깨끗하게 눈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보니 위 그림보다 파란점이 많아졌다구요? 네, 맞습니다. 과장님들이(대령) 휴대폰을 들고 1분도 안되어 본청에서 뛰어나온
    소령과 중령들입니다. 그리고 저기 좀 큰 빨간점... 눈싸움 하고있는 간부들의 과장님입니다. 
     
     
     
    A5.png
     
    왜 저렇게 시커먼지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간부들이 작심하고 일을 하니 눈이 그냥 녹아버린 것처럼 치우더군요. ㄷㄷㄷ
    그렇게 마지막 모퉁이가 남았는데, 제가 애들한테 위와 같이 모서리 바깥부터 눈을 치우라고 했습니다.
    안쪽은 간부들이 하면서 들어올 수 있게 남겨놓구요. 그래서 저렇게 눈을 치웠습니다.
    그리고 빨간점의 간부들... 뭔가 하면서 여전히 노작노작거리고 있던데, 우리들은 아무런 제스처도 취해주지 않았습니다.
     
    허허허허 하시며 눈을 치우던 부장님은 그렇게 코너를 돌고...
     
     
    A6.png
     
    그리고 부장님과 빨간점 과장님은 보고야 말았습니다... 자기들이 건물 반을 넘게 하는 사이 한 구획도 제대로 하지 않은 빨간점 간부들을 말이죠.
     
    거기에 그새 눈사람까지 만들어 놨더군요. ㅡ_ㅡ;;;;
    그제야 눈치를 채고 허겁지겁 달려왔지만... 이미 상황은 끝났습니다.
     
    부장님은 그냥 허허하시면서 그만 놀고 눈 치우라고 말씀하셨지만...
    빨간점 과장님의 그 시뻘게진 얼굴........... 순간 저기에 계란을 탁 깨트리면 바로 익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ㅋㅋ
     
    잠시후 부장님과 다른 간부들이 본청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빨간점 간부들 엎드려 뻗쳐 시키고는 노발대발 뿜어지는 과장님의 샤우팅과
    엎드린채 "아닙니다~~!" 악악거리는 빨간점 간부들의 외침을 뒤로 하고
    우리 병사들 또한 본청으로 들어왔습니다.
     
     
     
    P.S.
     
    애들 데리고 점심 먹으러 내려가다보니 그 간부들... 여전히 눈을 치우고 있더군요.
     
    근무복 하의에 런닝만 입고요...
     
     
    병사들이 직접 간부들을 어쩌지 않았지만, 옆에서 보며 사이다 마시던 생각이 떠올라 써봤습니다.
    다시 한 번 저렴한 그림 퀄리티 죄송합니다. ㅠㅠ
    망했엌의 꼬릿말입니다
    1379849582twTFZHW5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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