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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9102
    작성자 : 추월색
    추천 : 28
    조회수 : 9660
    IP : 218.153.***.107
    댓글 : 40개
    등록시간 : 2014/06/20 18:00:06
    http://todayhumor.com/?panic_69102 모바일
    날 성폭행범으로 몰아가던 미친년을 죽였다.
    왜 나지? 내가 돈이 많아 보였을까?

    미친년. 어쩌다 이런 미친년에게 물리게 되었을까.

    그 년은 폭탄이었다. 내 삶은 통채로 터트릴 수 있는 폭탄.

    폭탄 심지에 불이 붙기 시작한 건 앞집에 살던 그년이 날 성폭행범으로 몰아가고 부터였다.


    그년이 정말 무서웠던 것은 원하는 것이 없었다는 점과 잃을 것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년의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남자에게 버림받고 위자료로 근근히 살아가는 쓰레기 인생.

    얼굴은 좀 반반한데 반해 당최 동네 주민들에게 얼굴한번 비치긴 커녕 한가구에 한명씩은 꼭 참여하라는

    반상회조차 안나오는 그년은 아줌마들 사이에선 이젠 위자료마저 떨어져 몸이나 팔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시팔년. 그년이 날 협박하기 시작한건 한달 전부터였다.

    어디서 그럴듯한 증거들을 가져와선 어느날부터 내가 자신을 강간했다고 우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원래 미친년이라고 소문도 나있을 뿐더러 그냥 우길 뿐 그외에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문제는 그년의 무언의 협박과 소름끼치는 행동들이었다.

    어느날은 보란듯이 그 증거를 현관 앞에 갔다놓기도 했으며, 어느날은 개처럼 짖어보라던가 하는 굴욕스런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름끼쳤던 것은 새벽에 그년이 우리집 문을 몰래 따고 들어왔었던 일이다.

    그년은 자고있던 날 깨웠고, 비명을 지르러던 날 막았다.

    그년은 한손에 칼을 들고 웃고 있었다.

    마치 그건 '난 언제든 널 죽일 각오가 되어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섬뜩한 웃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년에게 저항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내 삶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년이 날 신고하고 소송하고 재판이 벌어지는 과정동안 생길 나에 대한 불신과 망가질 나의 삶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날 믿어줄까? 회사는? 동네에 소문이라도 나면? 아내와 아끼고 아껴가며 십년만에 겨우 장만한 우리집이다.

    그리고 엄마의 뱃속에 자리잡은지 갓 한달된 우리 아기는?

    차라리 신고당하고 재판받을 바에는 이렇게 괴롭힘 받는게 나았다.

    똑똑한 년. 그년은 괴롭힘외엔 아무짓도 하지 않음으로써 날 반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년은 원하는 것이 없었다. 돈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년이 내게 시키는 일에 일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 한가지 느낄 수 있는 것은 원초적인 악의였다. 난 잃을 것도 없고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으니 네가 불행해졌으면 좋겠다는

    악의였다.

    이게 그년이 바라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최근 며칠동안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미 내 삶은 망가져 가고 있었다.


    결심했다. 어차피 잃을게 없는 년이다. 근본없는 년이야.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려도 누구하나 신경쓰지 않을 년이다.

    여느때처럼 집에 혼자 있을 때 그년이 찾아왔다. 빠르고 신속하게, 저항할 틈도 남겨두지 않았다.

    문을 열자마자 복부에 한번 가슴에 한번, 목을 긋고 화장실로.

    토막내야 하나 걱정했는데 체구가 작은 탓에 그럴 필요도 없었다.

    방수처리한 여행용 가방에 대충 쑤셔 넣고 현관과 바닥에 튄 핏자국을 지웠다.


    시체처리는 조급해 할 필요 없다. 드라이아이스도 같이 넣어뒀으니.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면 된다.

    굳이 그년이 사라진 시점에서 조급하게 움직여 의심살 필요 없다. 어차피 1년에 한번 갈까말까한 여행에나 쓰는 가방이니 당분간

    누가 열어볼 일도 없다.


    내 삶은 그렇게 다시 평화로워졌다. 정당방위다. 내 삶은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이었다.

    나는 그렇다 쳐도 아내와 우리 아기는? 밑도 끝도 없이 협박하고 괴롭힌 그년 잘못이야....



    라는 내용의 꿈을 꿨다.

    수많은 공포스럽고 끔찍했던 악몽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꿈을 최악의 악몽으로 꼽는 이유는,


    꿈에서 깨기 직전 내가 정말 그녀를 강간했단 사실을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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