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통령 보고로 드러난 4대강 정비사업은 누가 보아도 한반도대운하의 전단계임을 예측할 수 있다. 보고서를 읽기 전까지만해도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운하본색을 드러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운하와 닮아도 너무나 많이 닮아서 운하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공무원들의 얼굴이 무색해 보인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운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4대강정비란 이름으로 본격 운하를 밀어붙일 심산인 것 같다.
어제 발표된 4대강정비사업의 핵심은 4대강에 16개 보를 설치해 물을 가두고 강바닥을 준설해 5.4억m3의 골재를 채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에서 보를 막겠다는 위치를 보면 공교롭게도 그 중 11개가 한반도대운하를 만들 때 갑문을 설치하겠다는 곳과 거의 같은 곳이다. 한강의 경우 이포, 여주, 강천 세곳에 보가 설치되는데 그 위치는 정확히 갑문 예정지와 동일하다. 다시말해 보를 갑문으로 설계변경하면 4대강은 곧바로 운하의 기능을 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정부는 국민들을 기만하면서까지 한반도 대운하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4대강에서 무려 5.4억m3의 골재를 파낸다고 한다. 이 규모는 한반도운하를 만들 때 골재를 팔아 건설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규모와 맞먹으며 한강과 낙동강에 있는 전체 골재량을 파내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배가 지나다닐 수 있는 물길을 만들겠다는 계산인 것 같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대통령 보고 동영상에는 기자브리핑에 없었던 4대강 준설을 통해 '만년 골재난 해결'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는 후문이다. 강을 파헤쳐 골재장사를 하겠다는 정권의 후안무치가 드러난 셈이다.
정부는 어제 브리핑을 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여전히 운하가 아니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4대강기획단의 심명필 본부장은 보를 갑문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제 임명된지 채 열흘정도밖에 안된 심 본부장의 생각으로는 이것이 운하가 아니라고 믿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는 4대강정비에 숨겨진 내막을 다 이해하고 업무를 파악하기엔 시간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알고 있듯 보는 언제든지 갑문으로 둔갑할 수 있다. 결국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운하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4대강의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이다. 어제 발표에서 정부는 4대강의 수질을 2012년까지 90% 이상을 2급수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환경부 공무원들조차 이에 대해선 고개를 젖고 있다. 4대강 예산 어디에도 수질개선 비용이 책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를 막아 물을 가두면 4대강의 수질이 엄청나게 오염될 것이라는 것은 정부의 용역을 받아 시행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 결과에서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다 강바닥의 골재를 모두 걷어내면 하천의 살아있는 생태계는 모두 사라질 것이고 이는 곧바로 식수원의 오염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4대강정비, 아니 운하를 만들고 나면 전국민의 대다수가 마시는 식수는 치명적인 오염을 맞게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반대가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고, 그래도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작년 6월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이다. 한반도와 역사를 같이해 온 4대강이 한 시대를 잘 못 만나 생명의 강으로서의 운명을 다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이제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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