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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dungeon_669158
    작성자 : 마마잃은빌런
    추천 : 4
    조회수 : 646
    IP : 1.243.***.22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12/12 22:55:18
    http://todayhumor.com/?dungeon_669158 모바일
    ??? : 저도 압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걸요. 하지만,
    제 얘기를 끝까지 듣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겁니다.

    오래전 일입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날 밤의 일이죠.

    유독 더운 날씨였습니다. 

    밤 하늘엔 별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창문을 열어뒀습니다.

    더위도 해소할겸, 그리고 더위가 가실동안 밤하늘을 구경할겸 말이죠.

    그러다 소변이 마려워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죠.

    계속 더웠으면 땀구멍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했을테니까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갑자기 아랫층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당탕 쾅쾅.

    가구가 무너지는 소리도 들렸구요.

    겁에 질린 저는 오줌을 싸던 것도 잊은채 몸을 움츠렸습니다.

    그때 속옷에 오줌이 튀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 납니다. 하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었죠.

    축축함을 느끼며 조심히 아랫층을 향했습니다.

    "엄마?"

    소란은 가라앉았고 집 안은 조용해졌습니다. 

    풀벌레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아빠?"

    슬리퍼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와 나무 계단이 삐그덕거리는 소리와 쿵쾅대는 심장소리가 귓가에 가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안방으로 향했습니다.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저는 빼꼼히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깜깜한 방 안에, 그의 두 눈동자는 별빛처럼 빛났습니다. 

    그리고 빛을 잃어가는 두 사람의 생명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가 제 부모님을 죽인 살인마입니다.

    그는 제 할일을 마쳤다는 듯, 거침없이 제게 다가와 문을 벌컥 열었고 그대로 저를 지나쳐 나갔습니다.

    저는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뒤 돌아 볼 수 없었습니다.

    뒤통수 너머로 계단 오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내려왔던 그 계단으로요.

    그리고 다시 집 안은 조용해졌습니다.

    날이 밝을때까지 말이에요.

    뒤늦게 경찰이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도 그 놈이야?"

    "제기랄! 도저히 동선을 예측할 수가 없어."

    유명한 연쇄살인마인 것 같았습니다.

    동기도 목적도 규칙성도 찾을 수 없어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후 저는 근처 친척집에 맡겨졌습니다.

    오랜 시간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었고, 기억하기 싫어도 기억해 내는, 슬픈 밤의 추억입니다.

    벗어나고자 공부에 몰두하고 일에 몰두해가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죠.

    나름 자부심을 갖고 제 일을 하고 있구요.

    그러던 어느날 기획팀에서 에픽 아이템 기획안을 보내왔습니다.

    제 업무는 기획된대로 아이템을 개발, 개편, 수정하는 일입니다.

    전 기획안을 읽다 말고 떨어트렸습니다.

    기획안에는 제 트라우마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날, 제가 열어둔 창문을 통해 들어온 연쇄 살인마.

    규칙성 없이, 오로지 밤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빛을 등대 삼아 타겟을 고르는 싸이코패스.

    그 당시 경찰들은 지명수배자의 별명을 이렇게 지었죠. "하늘의 여행자."




    네, 알고 있습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걸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양보 할 수가 없군요.




    [던전앤 파이터 갤러리에서, "던파 개발자네 부모님은 하늘풀셋한테 살해당한게 틀림없다." 라는 댓글을 보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마마잃은빌런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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