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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40560
    작성자 : 익명ZmZob
    추천 : 272
    조회수 : 11712
    IP : ZmZob (변조아이피)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3/05 01:27:03
    원글작성시간 : 2013/03/05 01:22:14
    http://todayhumor.com/?humorbest_640560 모바일
    갇혀있던 엄마를 몰랐던 딸을 용서해..

    엄마 마흔 다섯번째 생일을 너무 축하해

    엄마 너무 예쁜 서른 여덟에

    아빠 열정이 가득했던 마흔 다섯에

    내 꿈같던 나이 열 여덟에

    둘째 아무것도 모르던 열셋에..

    8년 전 엄마가 갑작스럽게 쓰러져버린 그 맑은 날에

    우리 가족의 마음은 흐리다 못해 비가 오다 못해 천둥 번개가 쳤어

    뇌출혈로 바로 수술에 들어갔고

    가망이 없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후에 들은 얘기지만 아빠는 엄마 묘자리 보러 다녔었데

    중환자실로 간 엄마를 몇 날 며칠을 못봤어

    그러다 면회가 가능했던 그 날

    엄마는 내가 알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어

    한 쪽 뇌를 들어내서 머리가 반 쪽 뿐이었고

    눈은 떳지만 움직이지 않았어

    목에는 난생 처음보는 구멍이 뚫려있고

    엄마의 손은 너무 말라서 뼈 모양이 그대로 보였어

    너무 낯선 엄마의 모습이 오늘까지도 아니 앞으로 평생 잊혀지지 않을거야

    엄마.. 그때 내가 중환자실에서 엄마 보자마자 엄청 많이 울었잖아

    엄마 나왔어 엄마 나 보여? 엄마 대답 좀 해봐 엄마 엄마 엄마

    내가 계속 엄마 부르고 엄마랑 눈 마주치려고 내 얼굴을 엄마 앞에 두고

    엄마를 불렀을 때.. 엄마 눈에서 눈물 흘렸을 때

    나 진짜 너무 마음 아팠는데 지금 내가 아는 그 어떤 단어로도

    그때의 슬픔과 아픔을 표현할 수가 없어

    며칠 뒤에 엄마가 깼어

    의사선생님이 기적이라고 말하셨어

    중환자실에 있던 엄마가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목에 뚫린 구멍때문에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의사소통이 되고 준중환자실로 옮겨졌을 때

    사실 나 많이 힘들었어

    엄마의 기억이 뒤죽 박죽이 되서 이상한 소리를하고

    내가 엄마 눈 앞에 잠깐이라도 안보이면, 화장실이라도 갔다 치면

    많이 불안해하고 발작 비슷하게 아파하고

    난 학교도 못갔고 중환자실에서 부터 누워만 있던 엄마에게 생긴 욕창을 치료했고

    우리 사정에 간병인을 둘 수도 없었잖아

    병원비만 해도 엄청났으니까..

    사실 원망도 했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건지

    왜 나한테 왜 나한테 왜 나한테 왜 하필 나지 왜

    너무 힘이 들 때 항상 이런 못된 생각을 했던거 같아

    근데 지금 생각하니까 엄마는..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여유있던 집이 아빠 사업실패로 어릴 때 부터 국악을 해오던 엄마는

    꿈을 포기해야했고 아빠는 막노동, 엄마는 식당일을 하면서

    동생과 날 아무 탈 없이 키워놨는데

    나쁜 병이 찾아와서 엄마 인생을 송두리째 가져갔는데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어..?

    엄마가 이상한 소리하고 애처럼 떼쓰고 그랬을 때

    참다 못한 내가 엄마한테 소리쳤을 때 내가 많이 미웠지..?

    엄마 나는 있지,

    엄마가 병원에서 잘 때 나보고 자장가 불러달라고 해서

    내가 매일 밤 불러줬잖아 그때 준중환자실에 계시던

    환자분들, 간병인분들 다 내가 부른 자장가 들으면서 주무시고

    ㅎㅎ그래도 엄마 닮아서 내 목소리가 나쁘진 않나봐

    그때 엄마 잠들 줄 알고 엄마 손 놓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내 손 꼭 잡더니

    딸 엄마는 바보 아니지 라고 했잖아

    근데 나 엄마한테 화냈지

    무슨 그런 소릴하냐고 그런 말 하지말고 자라고

    그 뒤에 내가 밑에 간이침대에 누워서 이불 뒤집어쓰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엄마는 모르지..

    지금은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

    엄마는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이제 조금은 엄마 같고

    왼쪽 팔과 다리는 쓰지못하지만 그래도 감각은 느끼고

    재활치료 계속하면 더 좋아질 수도 있다고 하셨잖아

    우리가 좋아하는 센스 넘치는 장원장님이!ㅎㅎ

    병원에서 하는 노래자랑 나가서 판소리나 민요 불러서

    맨날 1등해가지고 상타고

    장원장님이 엄마는 우리 병원 스타라고 인기만점이라고

    내가 갈때마다 칭찬하셔ㅎㅎㅎ

    근데 엄마는 8년을 병원에 갇혀서 답답하게 지내고 있는데..

    긴 병원 생활 탓에 좋은 외출복 하나 없는데..

    남들 다 있는 운동화 하나 없는데..

    이 나쁜 딸은 왜 8년간 그거 하나 신경쓰지 못했을까

    엄마 나는 왜 8년 동안 나쁠까

    그래서 일요일 오후에 엄마 입을 옷 몇벌, 운동화 한켤레 사놓고

    오늘 아침에 엄마한테 이제 출발한다고 전화했더니

    딸 엄마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나서 간병인 언니가 목욕도 시켜줘서 기다리고 있어 빨리와 몇시에와?

    또 울컥해서 목이 탁 메이길래 지금 간다고 대충 말하고 끊었어

    그래서 아빠랑 둘이 버스타고 엄마한테 가서 사온 것들 보여주고 입혀주는데

    병원 사람들이 우리 막 구경하니까 엄마가

    우리 딸이 이거 다 사왔어 언니 나 어때? 이뻐? 내가 원래 한 인물 했어

    이러면서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자랑하고..

    사람들이 이쁘게 입고 어디가냐 물으면 바다바람 쐬러 간다고 또 자랑하고..

    엄마.. 나는 수 없이 엄마 병원에 가도 적응이 안되는 병원냄새인데

    엄마는 병원을 엄마 집처럼 생각하게 되버리고

    외출하고 돌아와서 병원복으로 갈아 입혀주는데

    역시 병원복이 제일 편하다 라며 웃는 엄마를 보고 또 울컥하고..

    미안해 엄마

    나쁜 딸을 용서해..

    잘할게 엄마

    이제 조금만 더 치료받고 집에서 집밥 먹으면서 날씨 좋은 저녁엔 산책도하면서

    행복하게 살자 힘 닿는데까지 효도할게

    나는 엄마 끼 물려 받은 덕에 어딜가도 환영받고 살아

    엄마 똑부러짐 닮은 덕에 어디에서도 무시받지 않고 살아

    낳아줘서 고마워

    건강해줘 엄마

    오래오래 내 옆에 있어줘 엄마

    사랑해 진짜 너무 많이 사랑해 사랑해

     

     

    생각이 많은데 터놓을 곳이 없어서 오유에 이렇게 터놓고 가요..

    많이들 읽어주시지는 않아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두번 감사해요

    항상 행복만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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