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반찬에 고기가 없었으므로 음슴체.
내 롤 친창에는 랭크를 하다가 듀오를 해달라며 친추를 한 중딩이 한 명 있었음.
중딩은 신경도 안쓰고 살던 평화로운 어느날, 중딩으로부터 롤 메신저가 옴.
[중딩] 형형혀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저 좀 도와주세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나] y
[중딩] 문상 사기당하ㄴ것같아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도와주세요ㅜㅜㅜㅜㅜㅜㅜ
이야기를 대충 듣자하니 뭐 어디 인터넷에서 챔피언십 리븐 스킨코드를 만원에 판다고 했나봄. 거기에 낚인거임.
문상 보내자마자 연락두절이 됐다고 함. 지딴에는 큰 돈이고 주변에 지 또래밖에 없으니까 어른인 나한테 도와달라고 연락을 했나봄.
아.. 그냥 그거 못찾아~ 하고 무시할수도 있었지만 사실 나도 저런 사기 중딩때 엄청 당함.(메이플,크아 캐쉬거래..)
분하고 서러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닭똥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던 내가 생각나 도움을 주기로 함.
[나] 그 사람 전화번호랑 니 이름 알려줘.
그 사람은 중딩의 전화번호도 차단한 상태였기에 내 번호로 문자를 보냄. (빨간걸로 블라인드 처리한건 사기당한 중딩의 이름입니다.)
개구라를 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기꾼이 몇살인진 모르겠지만 고작 사기의 키워드가 '챔피언십 리븐 코드'였기에 별로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한껏 어른인 척을 함. 네이버를 뒤져서 관련 법 조항을 찾아낸뒤 열심히 옮김. (복붙도 안되서 하나하나 다 침..) 네이버 '문상 사기' 검색하면 맨 위에 나오는 지식인 답변이라 사기꾼이 눈치를 깔까봐 불안했지만 뒤에 핵폭탄을 날렸기 때문에 일단 보냄.
연락두절이 되었던 사기꾼이 3분도 안지나서 답장이 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역시 미성년자였음.. 따끔하게 나가려고했고 전화통화까지 각오했지만 바로 잘못했다고 하길래 하루준다고 함.
얼마요는 왜 물어보는거? 순간 요기요 드립치고 싶었지만 쟤는 지금 눈물 고여서 발동동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장난 안치기로함..
사기친게 괘씸해서 2,3배 부르려고했지만 얘도 학생인 것 같아서 봐줌..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지말라고 고소드립이랑 돈 몇백배 드립한번 침 나는야 밀당의 신)
잠깐 씻는다고 답장 못한 사이에 3분동안 지혼자 10통 넘게 보냄;;
나는 즐거운 응아타임과 상쾌한 치카치카 타임 3분이었지만 얘한테는 그 3분이 3시간같았을 것 같아 괜히 미안해짐.
부드럽고 아량넓은 사람이 되기로 함.
부모님한테 말할리가 없지만 그래도 이번일을 계기로 쫄아서 사기는 못칠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기친 중딩한테 사과카톡까지함.. 저 시간 이후로 중딩이 '형 대체 뭐라했길래 다 차단하고 씹던애가 이렇게 잘못했다고 빌면서 말해요?'라고 물어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음날에 누가봐도 급하게 사서 급하게 동전으로 긁긁한 티가나는 문상을 찍어서 보냄..
문상을 받고 롤 드가서 중딩한테 카톡 아이디 달라하고 카톡으로 문상 사진 보내줌.
그 중딩은 아직까지 나한테 가끔 고맙단 얘기를 함. 여자친구 대한것도 물어봄;; (왜 연애상담을 나한테..? 나이가 많다고 다 아는게 아닌데.. 크면 오유 알려줘야지..) 코묻은 돈으로 수수께끼도 하나 받음 ㅜㅜ
어.. 끝인데.. 어떻게 끝내지 ..
사기치지맙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