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수도권 중심의, 진보성향, 문재인 지지 성향 유권자들은 (이하 '민주당 계') 정의당과의 통합이 피할 수 없는 역사의 경로라고 분석한다. 야권이 하나로 뭉쳐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대선까지 생각을 한다면, 통합은 당연하다고 논한다. 정의당은 당원 조직이 강하니 합당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지분을 챙길 수 있다고 민주당 쪽에서 주장한다. 어차피 선거연대는 구태의 모습이 되었고, 지지에 악영향 밖에 못 준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개인적 결론을 먼저 내리고 싶다. 민주당 계 정당과 정의당의 통합은 '불가능'하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정의당 내부에서 극렬 반대할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정의당 차원에서 새정연에서 은수미, 박원순, 장하나, 이재명 정도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가치와 부합하지만 나머지 정치인들은 그저 온건보수 정당의 정치인들일 뿐이다. 한 마디로 민주당 계 정치인들 역시 교체의 대상이다.

   그럼 여기서 민주당 계에서 반발이 나온다. "그러면 새누리가 200석 먹는다" "새누리 장기집권 시대 열린다" 다시 한번 단언하건데, 정의당 차원에서는 민주당 정도는 대화의 대상이고, 새누리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정당이다. 자신들과 통합할 수 있는 정당은 없다. 굳이 이야기 한다면, 녹색당 정도는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답답하고, 멍청한 소리 한다고 많은 이들이 비판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작금의 정치상황이 88년에 실시된 13대 국회의원 총선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으며, 정의당 기준에서 모두 교체의 대상임을 다시 한번 이야기 하고 싶다.

   역대 한국 국회의원 선거 중 가장 많은 정당이 '실질적'으로 존재했던 시기이다. 여기에 조순형, 예춘호, 제정구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한겨레민주당까지 친다면, 한국 정당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법안 처리나, 정치적 역동성은 당시 형식적 민주주의라는 환경을 사려한다고 하더라도 그 역동성은 굉장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 한계와 파장 역시 엄청났다. 각 정당은 각기 충청, 경남, 경북, 호남이라는 지역정서에 기대어 만들어진 정당이었다. 결국 3당 합당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정당사는 한번에 재편되었으며, DJ계는 꼬마 민주당과 합당하여 악전고투를 펼친다. 이 시점부터 한국 정당은 그저 '이합집산' 즉, 통합과 분열이라는 주제만 남았다 뿐이지 그 어떤 가치나 비젼도 없는 파국으로 만들어진다.

   이 시점에서 꾸준히 자리를 만들어온 세력이 바로 지금의 진보정당들이다. 물론 이합집산 논의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진보정당, 그 중에서도 정의당이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지금까지의 진보정당은 모두 각자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해당 가치를 기준으로 정치, 정책 행보를 걸었다는 것이다. 인물이 어떤 사람이 들어온다고 할지라도, 당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틀 안에서 움직였다.

   반면 민주당 계 정당은 철저한 '인물' 중심 정당이다. 문재인 대표 측은 온건 진보 성향이다. 그 중 은수미 의원 같은 경우에는 진보 색체가 더 강한 정치인이다. 정세균 계가 중도이며, 손학규 계는 온건 보수다. 나머지는 전원이 그저 정치 자영업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역주의에 기생하는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일 뿐이다. 차라리 새누리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의 가치와 이념에 적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정당다운 정당인 것이다. 반면 새정연은 정당이 아니다. 이름 그대로 '연합'이다.

   정의당이 위 연합 체제에 들어간다면 호남 새누리들과 정말 신물나는 정쟁만 계속 해야 한다. 당선만을 목적으로 하는 그들과 공청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현재 새정연 내분의 또다른 버젼이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정의당 차원에서는 그 일을 절대반대하는 것이다. 단순히 계파 하나 만들어서 조금 편하게 정치하는 것은 블랙홀에 뛰어 들어 자아 정체성을 파괴하러 가는 것 밖에 안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새정연 내 진보진영이 분당하여 정의당과 합류한다? 이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게에서 민주당 계 정당이 당선되기 위해서는 수도권-호남, 즉 문재인과 호남 새누리가 연합해야만 한다. 여기에 충청을 가미하고 경남에서 많은 표를 득표해야 한다. '연합' 체제가 불가피한 것이다.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 누가 되었든 간에 이 길을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정의당은 그 블랙홀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가치에 기반한 진보적 정책으로 구성된 정의당 차원에서는 단순 당선이 아니다. 여기서부터 또 갈등이 발생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의당은 '확실한' 정치를 선호한다. 당선 되면 어떤 정책을,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를 추구한다. 민주당 계는 '인물'에게 희망을 담는다. 반대로 정의당은 '정당'에 희망을 담는다.민주당 계에서는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어 사회를 바꿀 것이라고 '소망'한다. 그러나 정의당에서는 정의당의 이름을 걸고 정치인이 되었다면 누가 되었든 정의당의 가치에 부합하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는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통합, 지역주의 기반 정치인과 함께 해야 하는 미지의, 정확히 이야기 하면 실패 확률이 농후한 정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다. 그나마 가능한 통합은 위의 정치인들이 정당을 만들어서 통합을 하고, 추가적 통합은 거부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주의를 동원하지 않으면 당선될 수 없는 대권 체제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정의당과는 근간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 경쟁을 통해서 새누리 어부지리는 두 세력 모두의 극도로 반대한다. 그 결론이 '연정'이다. 총선에는 느슨한 수준의 후보자 연대를, 대권에서는 강력한 연합 체제를 통해서 몇몇 장관직을 얻는 것이 정의당의 전략이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적인 연대 체제이다.

   결론이 조금 허무하기는 하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안정적인 대권 추구 체제라면 통합은 불가하다. 지역주의 세력과 연합할 수 밖에 없지만, 정의당은 그것을 구태 그 자체로 보기 때문이다. 아마도 문재인 지지 세력, 호남 세력, 정의당 세력 모두가 여기서부터 격론이 펼쳐질 것이다. 일차원적으로 분석하자면, 지금 이 격론이 절대로 한 당을 할 수 없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정치를 보는 눈이 다르며, 희망을 담는 개체가 다르다.

   그래서 다당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적당한 시기가 오면 가족도 떨어져 살아야 화목하듯이, 정치 역시 비슷하다. 정국에 따라 정책적 합의를 해야지, 무조건적인 세력 통합은 내분만을 만들뿐이다. 정의당도 통합진보당 때 이를 느꼈고, 민주당 계는 일평생을 이 싸움을 보았다.

                          정의당와 민주당 계의 통합? 그것은 또다른 내분의 시작일뿐이다.

꼭 참조해보실만한 도서. 위기에 따른 정당의 통합과 분열을 보여준 저서.

아무리 좋은 통합이라고 할지라도 화학적 통합이 없다면 결국 분열할 수 밖에 없는

정당사를 보여준 저서

http://blog.naver.com/eunpyeong026 -서울정치사회학 연구소-

정치, 사회에 관한 이런 저런 글을 올리고는 합니다. 방문을...부..부...젤랴는 냠야공의 위대한 토속악기이다. 조금 시끄러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