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눈팅만 하다가 첨 글 오려봅니다. 전에 어떤 게시판에 제가 올린 것인데요.
제가 알고 지내는 누나 아버님이 어렸을 적에 그 분 아버님과, 즉 그 누나의 할아버지와 산에 나무
를 하러 가셨을 적이라고 합니다. 경남 산청 부근이셨다고요.
한참 일하시다가 낮잠을 잔다고 누워 계셨는데, 옆에서 누군가 살살 흔들어 깨우시더랍니다.
눈 떠 보니 아버님, 당연히 현재 이 누나 할아버지셨다죠.
조용히 말씀 하시길, "가만히 내 말 듣거라. 지금 옆쪽에서 우리 보고 있는 여시가 있다. 천천히 고개 돌리고 눈 깜빡이지 말고 바로 쏘아 봐라. 겁내지
말고, 아무 일 없을 거다. 그동안 내가 일을 처리하마."고 하셨다 합니다.
얼떨결에 천천히 시키는대로 시선을 돌렸더니, 온통 하얀 머리에 얼굴에 몸까지 여자가 실오라기 하나 없이 머리카락 같은 것에 둘러 쌓인채(공포감 그
자체밖에 느낌이 들지 않았고, 그 밖의 다른 생각은? 일체 들지 않았다 합니다.)
하여간 계속 쏘아 보고 있었고, 그 형체도 이쪽으로 쏘아보고 서로 팽팽히 눈싸움 하고 있는 그 사이에 그 아버님 즉 아는 누님 할아버지 되시는 분은 도
끼를 들고 슬금 슬금 다가갔는데, 자꾸 쳐다보기가 무섭고 눈도 아프고 그만 눈감고 손으로 눈을 비벼버렸더니 그 사이에 그 여자가 획 빛처럼 빠른 속
도로 사라졌다 하더군요.
그 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그 여자는 여우가 둔갑한 여시인데 아무래도 동물이다 보니 사람
이 쏘아 보자 기에 눌러 꼼짝 못하다가, 기회를 보아 도망가 버린 것이라 합니다. 아마 두
분 다 계속 낮잠 주무시고 계셨더라면 목숨 장담 못했겠죠.
이 누나는 진짜라고 그러는데 진짜겠죠. 뭐. 좀 제가 듣기에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기도 한데....
하지만요, 저희 고인이 되신 외할머님도 젊은 시절 마당에서 다듬이질 하고 계셨는데 갑자기 주위에
서 같은 다듬이 소리가 들렸다 하셨죠. 첨에는 다른 곳에서 누군가 하고 있나 생각했는데,
외할머니가 멈추면 따라 멈추고 시작하면 같이 소리 들리고 가만히 생각하니 이상해서 아~
이건 여우가 흉내 내는 거구나!하며 무서우셔서 그만 중단하고 방으로 들어 가셨다 합니
다.
보통 여우가 둔갑하는 경험담 얘기 가끔 듣곤 하는데, 사람 흉내에다 온 몸이 새하얗다는 거 장산범과 뭔가 관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