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요즘 연말인지 한창 분위기가 들떠올라 모임을 이곳저곳 잡는다. <div>이상한건 마누라가 그렇게 나대는 성격도 아니고, 휘어잡는 스타일도 아닌데..</div> <div>이상하게 어느 모임에서든 보스격으로 취급받는다..</div> <div>모든 사람이 결재를 맡으러 오고, 연락도 다 마누라를 통해서 이루어지곤 한다..</div> <div>흥미롭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나한테만 완장질하지 않으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div> <div><br></div> <div>어제도 늦게 퇴근하고 오니 동네 아줌마들과의 모임으로 집안은 술판이 되있었고..</div> <div>그 술판에 쭈볏쭈볏한 동양인 남자인 나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방구석으로 도망치고 있었다..</div> <div>마누라가 급히 들어오며 '미안, 갑자기 이렇게 되서 말을 못했어' 하며 식은 파이를 던져주고..</div> <div>찡긋 윙크를 해준다..저 망할 윙크때문에 내가 너무 물러터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며..</div> <div>어쨌든 이게 결혼생활이지 하며 식은 파이를 입에 물고 딸래미와 아웅다웅하며..</div> <div>저 시끄러운 인간들은 이제가나 저제가나 방구석에서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div> <div><br></div> <div>11시에 시끄러운 동네 백인아줌마들이 슬슬 나가는 소리가 들리길래..</div> <div>황급히 나서서 그래도 이쁜 남편 노릇해보겠다고 다음에 또 오세요..</div> <div>아줌마 정말 이쁘세요 라며 속에도 없는 빈말을 해댔고..</div> <div>동네 아줌마들은 마누라를 참 잘 만났다며 이건 당췌 이해도 할수 없는 말을 했다..</div> <div><br></div> <div>하여간 그리 탐탁치 않은 마음으로 이미 등에서 잠든 딸래미를 곱게 뉘이고..</div> <div>방으로 돌아오니 마누라가 특유의 나 잘못했어요 하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div> <div><br></div> <div>머리를 쓰담쓰담해주며, 됐어 열두시안에 끝났으니 됐지..잠이나 자자 피곤하다 했더니..</div> <div>초특급 마사지를 해준다며 누워보라고 한다..</div> <div>그래서 죄책감 없이 발을 내맡기며 뭔가 석연찮게 에로틱한 감정이 올라오는걸 애써 무시하며..</div> <div>스르륵 잠이 들어버렸다..정말 마사지가 좋아서 잠들었나보다..</div> <div><br></div> <div>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미 마누라는 출근준비를 끝내고 딸래미 맡길 준비에 한창이였다..</div> <div>'마누라, 어제 마사지 정말 최고였음!'하고 엄지척해주니..</div> <div><br></div> <div>날아오는 시선이 싸늘하다..차라리 말을 걸지 말것을..</div> <div>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었으나 고양이 앞에 쥐마냥 옴짝달싹할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아 오늘은 봉사해야겠구나..</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