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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조합원께 올리는 글
글쓴이 : 노종면 작성일 : 15-05-14 19:52 조회 : 20
안녕하시냐는 인사조차 조심스러운 시절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국민TV 조합원 노종면입니다.
국민TV의 방송제작국장 직을 그만둔 지 다섯달,
어찌 하다 보니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를 왔고
이따금 YTN 노조에 나가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고 부족했던 말씀을 드려야겠다 생각해 왔지만
계기를 찾지 못하고 이사다 뭐다 미루고 미루다 시간을 이리 흘려보냈습니다.
지금에 와서 글을 드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이 순간도 주저가 큽니다.
지난 연말 그만 둘 때 가졌던 죄송스러움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습니다.
국민TV와 뉴스K를 지지하고 기대해주신 조합원들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립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제 퇴직의 이유를 궁금해 하셨고
제게 밝힐 것을 요구하시기도 했지만,
제가 왜 힘들었고 왜 떠나기로 결심했는지는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누군가 심각한 왜곡을 하지 않는 한,
공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퇴직 이유의 공개가 누군가를 비판하고 공격하는 취지로 오해될 수도 있고
조합의 분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제가 '실종' 따위의 불쾌한 보도가 나오는데도 침묵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되레 침묵이 오해를 불러올 수 있고
실제로 일부 생각지 못한 설왕설래가 있어
몇가지만 말씀 드리려 합니다.
우선 국민TV 상근조직 내부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옳고 누군가는 틀렸기 때문에 그만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핵심적이라고 여겼던 몇몇 사안에서 가고자 하는 길의 방향이 달랐고,
저는 그 길에 적합치 않을뿐 아니라 장애물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을 뿐입니다.
그리고 내부 인사가 인터뷰에서 제가 특정인과 다퉜다는
불필요한 말씀을 하셨던데,
조직 내부에서 다반사일 수밖에 없는 이견과 다툼은
사퇴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긴 시간 경험에서 축적된 다름이 주는 부담이
개인적으로 안 좋은 시기에 한꺼번에 몰려와
제가 견뎌내지 못했던 것이지,
일회적인 사건이 사퇴의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무슨 사안에서 달랐던 것인지 궁금해하실 수 있겠지만
이 시점 저는 다섯달 전과 마찬가지로
특정 사안들을 거론하는 것이 조합의 분란을 부추길 가능성은 있는 반면
어떤 실익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합니다.
세간에 떠도는 몇가지 오해에 대해서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국민TV를 '허접한 조직'이라고 말했던 것을 멋대로 해석해서
국민TV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쓰는 이들이 있습니다.
국민TV 조합 전체가 아니라 국민TV 상근 조직에 대한 상근 조직 내부자의 자평이었고
상근 조직을 늘 배려하고 응원하는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죄송함에
상근 조직을 상대적으로 낮춘 표현이었습니다.
이런 취지를 무시하고 국민TV를 모욕하거나,
한편으로는 '책임 있는 자가 할 소리가 아니다'라고 비꼬는 것은
오해나 온당치 못한 의도의 소산입니다.
재정 문제를 지적하는 일부 견해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국민TV가 당장 망할 것처럼 과장하고,
제가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는 조합에서 이른바 먹튀를 했다고도 하지요.
이를 강조하기 위해
국민TV의 방송시스템 구축 전체 비용과 뉴스타파의 스튜디오 개보수 비용을 단순 비교하는
몰상식함도 드러내더군요.
이런 인식이 상근 조직 내부에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는 하지만
상황을 호도할 수준으로 우려하지는 않습니다.
재정 문제는 어느 조직이나 중요하고
국민TV의 경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조합원들의 참여와 상근 조직 구성원들의 희생의지로
헤쳐 나가는 과정이라 봅니다.
일각에서 제가 사실상 쫓겨났다거나 이용만 당한 것이라고도 하더군요.
이 역시 무시해도 될 수준의 의견이며
일고의 대응 가치도 없는 지적입니다.
이미 그렇게 여기고 계실 텐데 굳이 제가 말을 붙이는 것은
혹시라도 저의 침묵이 조합에 대한 모욕과 공격에 동조하는 것으로
오해될까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민TV에서 제 의지로 치열하게 일했고
조합원들과 동료들 덕분에 과분하게 행복했습니다.
국민TV는 2만8천여명이 함께 하고 있는
최초이자 최대인 미디어협동조합입니다.
언론 시민운동을 상시화 한 소중한 조직입니다.
언론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회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살아있는 조직입니다.
특정인 몇몇이나 몇가지 사안만 가지고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조직입니다.
물론 큰 조직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조합원들이 현명하게 조합을 지키고 키워나갈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국민TV 조합원으로서 조합에 기여할 길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제게 실망하셨을 조합원들에 대한 죄송스러움,
이해와 격려의 마음 보내주신 조합원들에 대한 고마움이 묵직한 덩어리라면
제 퇴직 이후 일터를 떠난 후배들, 남아서 뉴스K를 힘겹게 지켜내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마음은
들출수록 아려오는 어지러운 유리 파편 같습니다.
조합의 산파요 방송 제작의 기둥이었던 김용민 PD의 퇴직도
조합에 큰 손실이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이들도 어디서든 든든히 제 역할을 다할 것이고
대다수는 언제이든, 어떤 식이든 언론이라는 매개로 인연이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그 인연의 끈이 삭아 없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합원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언론장악 8년 5월 14일, 양평에서 노종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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