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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overwatch_57861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16
    조회수 : 1698
    IP : 58.77.***.217
    댓글 : 23개
    등록시간 : 2017/10/22 16:25:36
    http://todayhumor.com/?overwatch_57861 모바일
    병신과 머저리의 경쟁전 썰.txt
     
     
    회사 동생이 참 좋은 놈이다.
    품절남에서 독거노인 으로 전직한 작금의 현실에도 말없이 이틀동안 이사한 집에서 먹고자고싸며 내 옆을 지켜준
    (이러니까 되게 한거 없어보인다. 실제로 한것도 없지만.) 그놈에게 나는 이틀동안 칙사대접을 하며 놀아주었다.
    가령, "포테토스틱좀 내오소" 하면 군말없이 사다주고 면상에 과자를 집어던지는 뭐 그런사이다.
     
    내가 호랑이새끼를 키웠어.
     
     
    아무튼 이놈과 나는 회사에서 덤앤더머, 병신과 머저리, 악어와 악어새 등 수많은 별명으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에 뒤지게 싸우고 공병을 집어던지다가도, 퇴근시간 맞으면 근처 술집에서 술을 빨아제끼기 때문이다.
    그놈이나 나나 이 저주받은 오버워치를 하는데,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어느 푸른날 벌어졌던 경쟁전에 관한 이야기다.
     
     
     
    그날도 주말인데, 우린 만나고 있었다. 피씨방에 앉아 크린베리 음료수 두개를 놓고 우리는 남들이 픽을 할 때까지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66번 국도네. 맥크리할거?"
     
     
    "ㅇㅇ... 행님은 뭐하실낀데요"
     
     
    "메르시 아니면 아돈빠가돈 하려고"
     
     
    "보막걸다가 뒤지실라 그랍니까"
     
     
    "조용히 해 미1친놈아 어린이들이 듣는다."
     
     
    나는 별로 고딩들이나 중딩들이 우리 뒤에 와서 구경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난 세자리수 심해빨판상어급 점수대고,
    그놈도 네자리긴 하지만 나와 매칭이 되는 수준의 브실레기이기 때문이다. 마리아나 해구에 있느냐 동해 독도 밑 매탄가스 층에 있느냐
    그정도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번도 게임을 던진 적이 없다. 항상 최선을 다 했고 그 결과 이런 점수대에서 머물 수 있었다.
    잘하는것과 노력하는건 그 궤가 분명히 다르다는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아무튼 픽은 이러했다. 나는 자리야, 녀석은 맥크리. 그러자 팀원 중 하나가 말한다.
     
     
    "님 맥크리좀. 저 맥크리 캐리함. 프로필 보시면 암"
     
     
    그놈이 그래? 하는 표정으로 놈의 프로필을 본다. 그리고 광분한 듯 채팅에 써내려갔다.
     
     
    "목처 1.3 맥크리로 뭘 캐리하냐. 니가 힐해라."
     
     
    "심해 수준보소. 나 이거 친구꺼임 몰라 던진다 ㅅㄱ"
     
     
    66번 국도 공격인데 그놈이 쏘옴브라를 픽하자 전체 채팅창에서 탄식과 아픔섞인 채팅내용들이 올라온다.
     
     
    "님 그냥 줘여"
     
    "뭘해도 솜브라보단 나아여"
     
    "그래도 쟤는 목처 2는 넘네"
     
    "아몰라던짐 ㅅㄱ 솜브라 개꿀잼"
     
     
    아주 자유분방학 픽에 대해 다시 한번 절감한 그날의 픽은, 자리야(나) 맥크리(그놈) 리퍼 메르시 쏘옴브라 토르비욘 이였다.
     
     
    "얘네 진짜 막사네"
     
     
    우리가 자주 출몰하는 그 피씨방엔 역시 자주 출몰하는 중딩들도 있었는데, 마침 그놈들이 지나가다 우리 픽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와 저게 심해야"
     
     
    팍씨 저리 안가? 라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중딩애들이 움찔하더니 갈 길을 간다.
    아무튼 이혼크리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한다면 한다. 얘네가 공토르의 대가일수도 있고 리퍼로 파라를 잡는 개고수일수도 있다.
    (사실은...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 나선탄환을 박정희한테 발사했다는게 현실적이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5 4 3 2 1 공격을 시작합니다. 오케이 우선 리퍼 짜르고.... 아니 짤리고...
     
     
    정크 덫폭탄 크리에 리퍼가 짤리고 이따온다는 말을 하고 떠난 쏘옴브라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일단 만들고 부수라는 토르비욘은 만들기도 전에 부서지고 앞구르기로 컨테이너까지 진출한 맥크리 뒤에 겨우 살아남은 나와 메르시는
    포화가 빗발치는 노르망디의 군인들이 이런 기분이였나 싶을 정도로 잠깐 서 있었다.
     
     
    "야. 저새끼들 올때까지...아니다. 가자! 메르시님 공버프요!"
     
     
    채팅창에 쓰며 동시에 외친 내가 두 대를 쳐맞자마자 동시에 방벽을 쓰고 앞구르기로 피스키퍼를 쏴대는 맥크리에게 방벽을 씌워주자
    고맙게도 픽을 바꾼 토르비욘이 플라잉 원숭이가 되어 오리사에게 날아갔다.
     
     
    "저럴거면 방벽 저새끼한테 씌웠지"
     
     
    근데 날아가자마자 공중에서 죽는다. 파라가 다이어트에 실패했나 싶었지 난.
     
     
    "ㅡㅡ덩치년아 방벽 안씌우고 뭐함"
     
     
    "니가 말도 안하고 픽 바꿨잖아요."
     
     
    그리고 이쪽도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 앞구르기에 와리가리를 하며 총을 쏴대던 맥크리는 겐지에게 기스하나 못내고 죽었고,
    방벽 쿨 돌아온김에 고에너지 스택쌓던 내가 에너지탄을 뿡뿡 쏴댔지만 하여튼 일본놈이 문제라. 쓸 쓸 하면서 날파리처럼 날아다니는
    겐지때문에 빡친 상황에서 쏘옴브라가 한마디 한다.
     
     
    "하. 좆노잼이네. 이제부터 내가 캐리한다."
     
     
    그리고 나가버렸다.
     
     
    야 이...!
     
     
     
    그래 니가 없는게 캐리라면 캐리겠지.
    팀원들은 별로 빡치지도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메르시가 한마디 한다.
     
     
    "어? 쏨브라 나감?"
     
     
    ... 이제알았냐.
     
     
    메르시는 매우 빡이 쳐 있었다. 힐할 상황도 안돼고, 하려고 하면 케어도 안되고, 그래서 그는 바람... 아니 바람같은 트레이서가 되었다.
    하지만 해결사는 우리의 빡침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그는 시간역행을 써서 경쟁전을 하기 전 상태로 돌아가버렸다. 물론, 점수는
    시간역행의 대상이 아니겠지만.
     
     
    이제 남은 사람은 네명이다.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최초로 우리는 합의하에 게임을 던지기로 했다.
     
    "얘들아 잘들어"
     
     
    시작지점에서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채팅을 써내려갔다.
     
     
    "난 던진다."
     
     
    그리고는 한조를 픽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그 말과 동시에 맥크리놈은 어 그래? 하고 위도우를 픽했다. 그러자 남은 두 사람이 주저하더니 하나는 겐지, 하나는 솔져를 픽했다.
    이 상황에서는 솔져가 그나마 제일 정상적인 놈이였다. 겐지를 픽한 놈이 전챗창에 올렸다.
     
     
    "적군은 들어라. 우리는 이제 항복을 한다. 백기를 올리고 나갈테니 제네바 협정에 의거 포로대우를 해주기를 바란다."
     
     
    뭐 미1친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웃고있는데 의외로 상대방에서 응답이 왔다.
     
     
    "좋다. 무기를 버리고 나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미친듯이 웃어대고,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나갔다.
    상대놈들은 사격도 하지 않고 구르지도 않고 뛰지도 않은 채 우리를 맞이해줬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방 파라가 우리에게 난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 공격 안한다매"
     
     
    "너네무기들고있음 무기 버린다매"
     
     
    "이걸어떻게버려"
     
     
    "동정따위는 없다"
     
     
    "아니 무기를 어떻게 버리냐ㄱ"
     
     
    일렬로 서서 예쁘게 죽은 우리들이 재차 항복을 요청했지만 항복요구는 들어지지 않았다.
    슬슬 빡친 우리는 하나 둘 씩 게임에서 나갔고, 나는 컴퓨터를 끈 채 놈에게 말했다.
     
     
    "망했어. 술이나 빨러가자."
     
    "...ㅇㅇ.."
     
     
    최초로 인생에서 게임을 던졌다는 배덕감과 묘한 흥분에 그날도 술을 진창 마셔댔고, 당연히 다음날 방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게 되었다. 망할놈의 오버워치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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