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다른 글이나 덧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ㅇㅂ충도, 분탕종자도 아닙니다.
어쨌든 이 글이 반대를 먹고 보류로 갈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어제 베오베 간 글을 보고 잠도 못 잤습니다.
잘난 진보좌파..... ㅋㅋㅋㅋ 뭐 잘난 줄은 모르겠지만 제가 아마도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 난생처음 정치후원금도 내고 주위 사람들에게 강요하다시피 선거운동도 했습니다.
드디어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하고 기대가 컸죠. '드디어!!!!' 그런데 이라크 파병 문제가 터졌습니다.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통과되었고.. 그때 제가 지지하던 노무현을 버렸습니다.
내가 노무현을 지지했던 것은 노무현이 가지고 있었던 신념과 가치, 이상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래도 탄핵 되었을 땐, 촛불 들고 길바닥에 나앉아 우리 대통령 내놓으라고 시위했습니다.
FTA...참담하더군요.
그런데 노무현에게 총질한게 진보좌파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중동이 이 문제로 총질했나요?
검찰이 이라크파병이랑 FTA로 기소했습니까?
박원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분 민주당 경선을 처음 나가셨을 때, 전 민주당 좋아하지 않아도 시민참여경선 투표인단 등록 했습니다.
장충체육관까지 가서 경선투표했지요.
인권변호사 박원순을 좋아했으니까요, 그리고 동성애자 인권지지 발언도 하셨으니까요.
먼저 이걸 보시죠.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의 박원순 변호사님은 성소수자 인권지지 프로젝트에서 지지 인터뷰를 하셨습니다.
이 단체에서 발간한 '게이컬처홀릭'이라는 책의 추천사를 써주시기도 했죠.
하지만 어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하셨죠.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발언자체가 얼마나 웃긴지 아십니까? '이성애를 지지한다'가 안 이상하세요? 박원순 변호사가 이걸 모를 리가 없는 분인데..)
'얼마 되지 않는 한 줌의 세력'
뭘 했냐구요? 그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저처럼 시민경선부터 참여해서 이 분 당선을 위해 뛰었습니다.
선거기간 중에도 선거법 안에서 선거운동 열심히 했구요.
왜? 그래도 이 사람이라면 우릴 못 본 척하거나, 반대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런데 못 본 척 하는 일이 좀 많아졌습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도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이 들어갔을 때 그냥 딱히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으셨습니다.
12월 겨울에 서울시청별관 1층로비를 점거하고 원안대로 통과시켜 달라고 시위할 때도 시장님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워낙 민감한 이슈니까요. 서운한 마음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이지만 충분히 감안했습니다.
이제 서울시민인권헌장 얘기로 들어가보죠.
서울시민인권헌장에 전문위원으로 참석한 숙명여대 법대 홍성수 교수님 글입니다.
시민위원으로 신청한 1570명 중 선발된 시민 150명,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 30명, 다 해서 180명이 시작했습니다.
이 분은은 4개월간 총 6회의 회의를 거쳤습니다. 권역별 토론회2회, 인권분야별 토론회 9회, 청문회도 1회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위원회는 45개 조문에 완전히 합의했고, 5개 조문에 이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표결로 처리하기로 합의하고 60대 17로 차별금지의 사유를 적시하는 쪽으로 투표결과가 나왔습니다.
초반 150명의 시민위원 중 40명이 중도에 하차하고 110명 중 77명이 참석한 표결에서 60명이 찬성한 겁니다.
정족수 미달? 아니구요. 그 중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 사안인데 이때 갑자기 서울시는 '전원 합의하지 않으면 폐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 헌장에는 '동성애자의 인권을 지지한다' 혹은 '동성혼을 허가한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 고 되어있는 겁니다.
학생인권조례에도, 성북구조례에도 있는 겁니다. 인권위 법에도, 헌법에도 있는 차별금지일 뿐입니다.
아. 뭐. 세상에 제일 만만한게 동성애자 인권이고 정치적 득실에 따라 폐기처분 당하는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니까..
정말 이 악물고 피흘리며 엉엉 울면서 이 동성애 관련 이슈는 뒤로 빼봅시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이 이대로 폐기될 떄의 문제를 홍성수 교수의 트윗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 폐기가 '나쁜 선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1: 이제 반대자들은 모든 시민참여기구에 한 사람이라도 들어가 반대를 굽히지 않거나, 서울시 앞에서 시위만 좀 하면, 모든 일을 막을 수 있다. 왜냐, "서울시민 인권헌장 때" 그랬으니까.
2. 몇몇 지자체가 인권도시를 만든다고 고생하고 있는데, 서울인권헌장 사태는 이 모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 한국 지자체 중 "박원순의 서울시가 못한 일"을 자신있게 추진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
3. 정치인이 지지세력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때는, 이해를 구하는 정성과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는 없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생각 좀 해보자.
이게 이번에 동성애자인권단체 뿐만 아니라, 공익변호사단체를 비롯해 여성민우회, 희망제작소 등등 많은 인권단체가 미친듯이 반대하는 가장 큰 쟁점입니다.
네. 시민참여정치를 가치로 앞세운 시장이라면 '전원합의'가 안 됐다며 시민참여 결과물을 이렇게 뒤엎는게 아니라는 거죠.
사전에 '전원합의 아니면 통과 못함'이라고 전제한 것도 아니고, 토론회라면 그럴 수가 없다는 걸 아실겁니다.
이런데도 '한줌도 안 되는 세력' 때문에 박원순 깔 거냐고 하십니까?
'그래~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말 많은 세력은 남산으로 데려가서 조지거나 삼청교육대에 보내서 조용하게 하면 돼'하던 시절과
'우리나라에도 민주주의가 자리 잡으려면 조그맣고 말 많은 세력은 다음에 봐' 가 뭐가 다릅니까?
그게 민주주의인가요?
제가 박원순이 우리 아빠도 아닌데, 아니 우리 아빠도 세운 원칙이 무너지거나 안 맞는 행동하면 싸우는데
왜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야하나요? 저는 박원순이 인권을 중시하고, 시민의 참여를 중시하는 시장이라 지지한 겁니다.
그런데 지지 안하면 나쁜 년 되는 건가요? 그나마 이정도 해주는 사람 없으니까 닥치고 있으라구요?
퀴어퍼레이드 이명박때도 했어요. 이명박이 서울 시장일때도 피터지게 싸웠고, 박원순 시장일 때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으라구요?
지금 잘못하면 지금까지 해온게 다 사라지는데 닥치라구요?
제가 인권과 참여 때문에 지지했는데, 그걸 무시하겠다는데도 지지하라구요?
원래 이 인권헌장은 조례보다도 하위개념입니다. 그래도 12월 10일 UN인권선언일에 맞춰 선포하려고 했던 겁니다.
늦지 않았어요. 5일이나 남았습니다.
시민이 만든, 시민의 헌장. 모두를 차별하지 말자는 그 말이 담긴 헌장. 그대로 선포하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