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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53590
    작성자 : wprlfkf
    추천 : 18
    조회수 : 3033
    IP : 220.76.***.13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07/25 21:10:28
    http://todayhumor.com/?panic_53590 모바일
    이웃집여자
     
     
     
     
    내가 갓 도쿄에 상경했을때 일이다. 당시 나는 살던 지방의 평범한 대학에서 졸업하고, 도쿄의 직장때문에 도쿄로 홀로 이사왔다.
    부모님곁을 떠나 스스로 집계약을 하고 독립생활을 하게 된 것이었다.
     
    도쿄의 집값도 비싸고 혹여나 바가지씌워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참에, 직장근처에 무척 싼 아파트가 있었다.
    오래되고 허름한데다가, 구석져서 치안도 안좋아 보이지만...여자도 아닌데 뭐 어떨까 싶었다. 어쨋거나 혼자산다는건 처음이었기때문에 나는 무척 들떴었다. 비록 평수도 좁은 지저분한 집에 월세지만, 첫 집을 얻은 나는 어린애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삼일에 걸려 지저분한 집을 대청소하고 막 내 모든 짐을 다 옮긴 날이었다. 대충 정리하고 집을 나오는데, 바로 옆집의 현관문에서 거의 동시에 여자가 나왔다. 순간 눈이 마주쳐 어색해서 외면할까 했는데. 여자는 먼저 선뜻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냈다.
     
     
    전체적으로 딱히 미인은 아닌, 수수한 인상이지만 단정하게 차려입은 흰 블라우스나 다정한 미소가 평범하게 좋은 느낌의 여자였다.
     얼떨결에 나도 인사를 하였다.
     
     
    그후로 앞에서 마주치면 종종 인사하게 되어서 나는,  옆집사람을 좋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면서 기뻐했다.
     
    이사온지 한 일주일 되었을까, 그날도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 여자와 마주쳤다.
     
     
     
     
    이웃집여자는 평소처럼 화사하게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먼저 말을 걸었다.
    은근히 날 좋아하는거 아닌가, 착각할정도로 붙임성있는 태도에 나도 활짝 웃으면서 답했다.
     
     
    "안녕하세요."
    "아, 네...자주 마주치게 되네요."
    "그렇네요. 새로 이사온 집은 맘에 드나요?"
    "꿈꾸던 드림홈은 아니지만, 혼자 사는건 처음이라 내심 들뜨네요."
     
     
    이런식으로 담소를 나누면서 대충 좋은 분위기였다. 내가 다니던 직장은 순 남자뿐으로, 간만에 여자와 대화하면서 왠지 잘되가는거 아닌가싶을정도였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자, 여자는 자기 집에서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는게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물론 나는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그러겠다고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를 따라 들어설때까지만 해도, 이상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현관문을 열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집은 불도 켜있지 않아 어둑어둑했고, 쾌쾌한 냄새까지 났다. 그리고 현관부터 거실까지 쭉 보이는 집의 모습은 몹시 더러웠다. 마치 한달은 청소하지 않은듯한..... 오래된 잡화가 엉망으로 쌓여있고, 시커먼 구석은 보고싶지도 않았다.
    나는 기대외의 모습에 얼이 빠졌다.
     
    "뭐하세요?얼른 들어오세요."
     
    여자는 상냥한 표정으로 권하였지만 그것마저 갑자기 기이해보였다.
    하지만 나는 애써, 치우지 않는 성격인가보다, 좀 깨지만 위험한건 아니잖아...라고 생각하며 안이하게 따라들어갔던 것이다.
     
     
    먼지가 쌓인 물건들이 가득찬 거실에서 간신히 남은 공간에 여자는 차를 타왔지만 전혀 마실 마음이 나지않았다. 왠만한 남자방보다 더러운 환경에서 도무지 차를 마시고 싶지 않았다. 나의 언잖은 표정이 얼굴에 다 드러났을텐데도, 여자는 아무렇지 않다는듯이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나는 건성으로 맞장구 치며 어서 나가고싶다는 생각만 했다.
     
     
    "아, 하나시마상. 류스케군을 아직 안봤지요?"
    "네? 그게 누구인가요?"
    "제 귀여운 아들이랍니다. 올해로 세살이 됬어요."
     
    여자는 기쁜듯이 활짝 웃었다. 쳇...유부녀..아니 남편이 안보이는걸 보니 미혼모였던가. 이제와서 핑크빛 환상은 다 깨져버렸지만 꼴에 나도 남자라고 조금 실망했다. 이런 환경에서 애가 잘도 자라겠다, 라는 못된생각을 숨기고 대답했다.
     
    "아 그래요? 하나코상을 닮았다면 아주 귀엽겠어요."
    "맞아요..저랑 꼭 닮았답니다. 류스케군!손님에게 인사해야지."
     
    갑작스레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여자는 방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던게 이상했지만, 잠이라도 잤나보다...라고 생각하며 한모금도 마시지않은 찻잔을 만지작 거렸다.
     
    여자는 작은 형체를 안고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류스케군, 어서 하나시마상에게 인사해야지."
     
    나는 별생각없이 내 앞에 서있는 여자를 올려본 순간 얼어버렸다.
     
     
     
     
    여자가 살갑게 웃으면서 안고있는것은 아이가 아니라, 아주 낡고 더러운 아기인형이었다. 한쪽 눈알이 빠지고 너저분하게 때를 타서 소름끼치는 인형을 들고 여자는 어서 인사하라는 둥, 만져보라는등 알수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인형의 외눈알이 반동으로 꿈뻑꿈뻑대는것이 기괴하기까지 했다. 여자는 아예 내 옆에 바짝 앉아 인형을 나에게 들이대었다.
     
    "우리 류스케군, 아주 귀엽지요? 울지도 않고 착하답니다.."
    여자는 인형의 팔을 붙잡고 내 어깨를 애교스럽게 툭툭 건드렸다. 이런 기이한 상황에서 홀로 정상의 표정을 한 여자는, 완전히 비정상이었다.
    짖궂은 장난인가싶었지만 그렇다기엔 여자의 얼굴엔 웃음기하나 없이 진지했다.
    미친여자가 분명했다.
    미친년을 자극하면 혹시나 위험해질까봐 나는 애써 침착해지려 노력했다.
     
     
    "하하...네..아주 귀엽네요.."
    어서 여길 빠져나가야돼! 경보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꾸며내며 나갈 핑계를 막 둘러댔다.
     
    "음...차..잘마셨습니다. 저는 내일도 출근해야되서 이만 가볼게요."
    "네?하지만 차는 한모금도 드시지 않았는걸요...하나시마상."
     
    여자가 귀엽게 갸우뚱했지만, 징그러운 인형을 들고 그런행동해봤자 더욱 무서울 뿐이었다.
     
    "아..이전에 커피를 마셔서...전 그럼 가봐도 될까요?"
    "어째서요?"
    "네?"
     
    진짜 왜 가냐는듯한 표정에 말문이 막혔다.
     
    "그건..."
    "이전에 오실땐, 차만 먹고 가지 않았잖아요."
     
    이전이라니. 난 여기 오기는 커녕 문지방도 밟아본적 없었다. 미친 여자가 누구랑 착각하고 있는거야! 라며 초조해졌다.
     
    "이전이라뇨....전 진짜 바빠서..."
     
     
    아무렇게나 둘러대고 일어서려는 나를 여자는 꽉 붙잡았다. 연약한 여자에서 나오는 손아귀힘은 믿을수없게 쌨다. 여자는 여전히 소중하게 인형을 끌어안고 한팔로는 나를 옮아맸다.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여자의 행동에 소름이 다 끼쳤다. 팔에 와닿는 가슴의 물컹한 감촉조차 전혀 반갑지 않았다.
     
    여자는 어딘가 넋을 잃은듯한 눈동자로 날 응시하며 말했다.
     
    "왜요? 이전엔...저한테 아주 못된짓을 하셨잖아요.."
    "네..? 전 당신과 인사밖에 한적이 없..."
    "괜찮아요...전 다 용서해요...덕분에 류스케군이 생겼으니까요.
    류스케군, 그런데 동생이 없어서 쓸쓸하데요....류스케군..동생도 만들어줘야되요."
     
    여자는 알수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나는 나보다 한참이나 작은여자에게 진심으로 공포에 질렸다. 여자는 확실히 미쳐있었다.
     
     
    "이제..내가 매력이 없어요?그땐 거부해도 달가들더니.."
    여자는 이상한 웃음을 지으며, 붙잡고 있던 내손을 상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다른 상황이라면 분명 기뻤을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이 바퀴벌레를 만지는 마냥 징그럽고 소름끼쳤다.
     
    내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굴러떨어진 호박이 아니냐고 했지만 나는 미친여자가 무서울뿐이었다. 나는 순간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면서 여자에게서 도망쳤다. 여자는 무섭게 나를 쫒아왔지만 나는 매몰차게 뿌려치고 그대로 아파트밖으로 도망쳤다. 쓰러진 여자가 바닥에 굴러떨어진 인형을 부여잡으며 류스케!라고 히스테릭하게 질러대는 소리에 온몸에 다닥다닥 닭살이 돋았다.
     
     
    나는 아파트로 돌아가지 않고 그나마 친한 회사동기의 집에서 신세를 졌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때마다, 그 여자의 소름끼치던 웃음과 피부감촉이 떠올라 도저히 돌아가고싶지 않았다. 처음에 비웃던 동기는 나의 진지한 대꾸에 더이상 놀리지 않았다.
     
    더이상 친구에게 폐를끼칠수 없어 며칠후, 마지못해 집으로 들어갔다. 그 후 나는 새벽에 몰래 나오고, 밤늦게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딱 한번 너무 피곤해 일찍 돌아간 날, 내 집 문앞에 딱 붙어서 렌즈에 눈을 붙이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헐레벌떡 도망쳤다. 혹시 그 미친 여자를 만날까 노심초사하느라고 스트레스에 탈모까지 올 지경이었다.
     
     
    결국 나는 계약금을 덤태기쓰는 한이 있더라도 이 아파트를 빠져나오겠노라 결심했다. 주인아주머니와 언쟁이있었지만 내가 손해보는 방향으로 결국 타협을 봤다. 계약금 문제를 다 처리하고, 옆집의 미친여자때문에 내 돈이 나가는거에 속상해하고 있는 나에게 아주머니가 한숨을 푹 쉬었다.
     
     
     
    "..쯧...그여자 옆집으로 들어간다는게 좀 불안하긴 했지만."
     
    아주머니의 혼잣말에 나는 아주머니가 알고서도 그 옆집을 주었다는게 화가 나서 재차 다그쳐 물었다. 처음엔 말하려지 않던 아주머니는 사실은 아주 입이 싼듯, 전말을 털어놓았다.
     
     
    주인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여자는 전에 옆집에 살던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여자의 신고로 남자는 잡혀들어가게 되었지만 하필이면 불운하게 여자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자는 차마 지우지 못해 아이를 키우게 됬고. 그 아이의 이름이 류스케였다고 한다. 비록 원치 않은 아이였지만 이외로 여자는 진정으로 아들을 아꼈다고 했다. 여자는 돈만 모이면 이 아파트를 떠날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엎친데 엎친격으로, 작년에 아이가 병으로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여자는 그후 정신을 놓은듯 했다고 한다. 직장도 그만두고, 어딘가 넋을 잃은듯한 모습이었다고. 겉으로 보기엔 정상인거같은데, 즐겁게 죽은 아들이 살아있다는듯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던가 한 모습이 이상했다고 한다.
     
     
     
     
     
    지금와서 추측하건데, 이웃집여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간당간당하게 유지되던 정신의 줄을 놓은게 아닐까 싶다. 모든 피해자들에게 그런 극단적인 태도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그후로 나는 동떨어진 지역으로 가버려서 그 여자가 어떻게 됬는지 모른다. 지금생각해보면, 애처로운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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