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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52025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30
    조회수 : 3750
    IP : 112.144.***.208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3/07/06 00:01:32
    http://todayhumor.com/?panic_52025 모바일
    [2CH 괴담] 맨발 <BGM>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s75Ri</a>







    그 사건은 금요일에 일어났다.

    나는 예약해 둔 펜션으로 가기 위해 한밤 중에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조수석에는 여자친구인 요코가 앉아 있다.



    [비가 그쳐서 다행이다. 역시 우리가 평소에 착한 일을 많이 해서 하늘도 도와주나 봐.]

    나는 장난스럽게 요코에게 말을 건넨다.

    요코는 [응.] 인지 [흐음.] 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게 대답한다.



    원래 계획은 더 일찍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내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렇게 한밤 중에 가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요코에게는 그것이 불만인 것 같았다.



    출발하고 나서 계속 창 밖만 보고 있고, 내가 말을 걸어도 기운 빠지는 대답만 한다.

    나는 요코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산길을 달려 고개로 향한다.



    펜션은 그 고개를 넘어 바로 있다.

    나의 노력으로 요코는 기분이 조금 좋아진 듯, 평소처럼 신나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살짝 안심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 했던가.

    조금 전부터 슬슬 배가 아파온다.

    사실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화장실 좀 찾으러 가도 될까?] 라고 하면 겨우 맞춰준 요코의 기분을 해칠 것 같아 나는 필사적으로 참았다.

    이따금씩 공중 화장실이나 편의점을 지나친다.

    그 때마다 온 몸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 같다.



    요코와 대화하고 있긴 하지만, 점점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 간다.

    하지만 요코를 위해서라고 꾹꾹 눌러 참아, 마치 치킨 레이스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고개의 정상에 도착할 무렵, 나의 인내심도 한계에 부딪혔다.



    그렇지만 여기는 완전히 고개의 한가운데다.

    편의점은 커녕 민가조차 보이지 않는다.

    최악의 사태가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식은 땀이 줄줄 흐른다.

    그 때,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길 저편에서 마치 떠오르듯 작은 주차장과 공중 화장실이 보였다.

    나는 지체 없이 그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왜 그래? 화장실 가려고?]

    요코의 말에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응... 버티기 힘들어서...]



    [바로 화장실이 있어서 다행이네.]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기 때문에, 나는 마음을 놓고 차를 멈췄다.

    그 곳에는 자동차 4대 정도가 설 수 있는 공간과 공중 화장실이 있었다.



    가로등은 하나만 켜져 있어 주변은 어슴푸레했고, 다른 차는 한 대도 없었다.

    나는 요코를 차에 남겨두고 차에서 내렸다.

    화장실은 좌우에 입구가 있고, 왼쪽에 남자 마크가 붙어 있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낡고 더럽다.

    평소라면 기분 나빠서 결코 들어가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 선택할 여유 같은 건 없다.

    종종걸음으로 왼쪽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고 깨달았지만, 화장실 안은 절전을 위해서인지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가까스로 천장 가까의 창에서 달빛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안은 깜깜해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나는 라이터에 불을 붙이고, 화장실 안을 들여다 본다.



    오른쪽 벽에 스윗치를 찾아내서 누른다.

    지지직거리는 작은 소리와 함께, 형광등의 창백한 빛이 화장실을 채웠다.

    형광등이 낡은 것인지 불규칙하게 깜빡이고는 있지만 일을 보기에는 충분하다.



    화장실은 오른쪽 벽 옆에 소변기가 4개 있고, 그 왼쪽으로 칸들이 서 있었다.

    모두 3칸이 있었지만, 맨 마지막 것은 용구함인지 작은 자물쇠로 잠겨 있다.

    첫번째 칸부터 열었지만 너무 더러웠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두번째 칸의 문을 열었다.

    여기는 그나마 좀 깨끗한 편이다.

    나는 칸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일을 보았다.



    가벼운 쾌감을 느끼며, 칸막이 안의 모습을 살펴 보았다.

    오른쪽 아래의 틈새로는 작은 나방이 죽어있다.

    왼쪽 틈새에는 걸레 같은 게 보인다.



    다행히 더러운 화장실이라도 화장지는 제대로 있어서 나는 안심하고 있었다.

    일을 다 보고, 바지를 올리려고 하는데 문득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따로 소리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기색이 느껴졌던 것이다.

    저벅... 저벅... 하고 천천히 걷는 발소리가 작게 울려 퍼진다.

    나 말고도 아슬아슬하게 화장실에 온 사람이 있는걸까?



    하지만 어쩐지 발소리에 위화감이 느껴진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맨발인가?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는 칸막이 앞에서 멈춘다.

    그 고요함에 긴장해서, 나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



    그 소리가 온 화장실에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끼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오른편에서 들렸다.

    나는 조금 마음이 놓여서 바지를 올리고 벨트를 맸다.



    그리고 나가기 위해 문에 손을 대는 순간 문득 깨달았다.

    오른쪽에서 문을 닫는 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의문 때문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래 쪽을 내려다 보았다.
    틈새로 이 쪽을 향한 맨발의 다리 2개가 보인다.

    더러운 맨발의 다리가 이 쪽을 향하고 있다.

    그것을 보자 온 몸에 한기가 서렸다.



    무심코 뒷걸음치다 등이 벽에 부딪힌다.

    그리고 넋을 잃은 것처럼 넘어졌다.

    그 순간, 치직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 안의 불이 꺼졌다.



    내 입에서 작게 비명이 나왔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릿 속이 공포로 패닉이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공포감이 밀려든다.

    암흑 속에서, 또 저벅저벅하고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 칸 안을 돌아다니는 소리였다.



    저벅저벅저벅저벅저벅저벅저벅......

    나는 반사적으로 문을 필사적으로 잡았다.

    정체를 모르는 것으로부터의 공포.



    무엇일까.

    하지만 여기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막고 싶었다.



    그렇지만 잡고 있는 손이 떨려서 힘이 들어가지를 않았다.

    공포와 무력감 때문에 나는 울 것만 같았다.

    갑자기 발소리가 사라진다.



    정적만이 남을 뿐이다.

    발소리가 사라지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둠 속에서 문을 잡은 채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심장은 마치 튀어나올 듯 미친 듯이 뛰고 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발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조금 침착을 되찾은 나는 문을 잡은 손을 떼어 놓았다.

    하지만 몸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나는 나가기 위해 겨우 일어섰다.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비틀거린다.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는다.

    하지만 문을 열 수가 없다.



    저쪽 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는 문고리를 잡은 채 떨고 있었다.

    그것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아직 화장실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내가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나가 밖으로 간 걸까.



    나는 두고 온 요코가 생각났다.

    요코는 괜찮을까?

    나는 과감히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약간 안심했다.

    그리고 요코에게 서둘러 돌아가기 위해 입구를 나섰을 때, 나는 가위에 눌린 것마냥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입구 너머 사람의 그림자가 있다.

    팔을 축 늘어트린 여자가 있다.

    요코였다.



    나에게 등을 돌린 채 서 있다.

    맨발이다.

    나는 그것을 보고 혼란에 빠졌다.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사이, 요코는 밖을 향해 그대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나는 이해하기 못하고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요코가 무엇인가에 홀린 것이라고 생각해 화장실에서 뛰쳐 나왔다.

    요코가 향한 곳은 화장실 뒤 쪽의 숲이었다.



    숲을 자세히 보자 요코의 뒷모습이 10미터 정도 앞에 보인다.

    나는 요코를 쫓아 숲으로 들어갔다.

    요코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리기 시작한 순간, 요코도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요코의 뒤를 쫓았다.

    숲 속은 비가 내린 탓인지 질퍽거렸다.

    그리고 여기저기 나무 뿌리가 튀어나와 있어 달리기도 힘들었다.



    달빛마저 비치지 않는 숲 속에서, 몇번이나 넘어지면서 필사적으로 달린다.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요코와의 거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마치 두 사람이 완전히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달리면서 계속 요코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요코는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달릴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요코는 무엇인가가 데리고 사라져 버린다.



    그 생각이 공포 이상으로 강해져서, 몸은 더 이상 떨리고 있지 않았다.

    몇 번이고 넘어지면서 온 몸은 상처 투성이다.

    그렇지만 나는 요코를 반드시 되찾기 위해, 요코만을 바라보며 달렸다.



    요코를 반드시 지킨다.

    어디까지고 따라가서, 정체 모를 그것으로부터 요코를 되찾는다.

    마음 속에서 강한 의지가 넘쳐나는 것이 느껴졌다.



    얼마나 달린 것일까.

    요코가 나무의 좁은 틈새를 달려나가더니,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다.

    나는 당황했다.



    갑자기 벌어진 사건에 무심코 멈춰 서 주위를 둘러본다.

    요코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어쨌거나 나는 요코가 사라진 좁은 나무 틈 사이로 다가간다.



    겨우 통과할 정도의 크기다.

    그 사이로 지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허리 근처에서 굉장한 충격이 느껴졌다.

    다리가 지면에서 붕 떠서 날아간다.



    땅에 부딪힌 둔한 아픔 너머, 나는 넘어진 내 몸 외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요코였다.

    [어째서... 왜 이런 일을...]

    요코는 내 허리에 매달려서 울면서 말헀다.

    나는 이해를 할 수 없어서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내가 가려던 곳에 매달린 로프 고리가 흔들리고 있다.



    나는 매달려 흐느껴 우는 요코의 머리를 살그머니 어루만졌다.

    나를 올려본 요코의 얼굴은 진흙 투성이였다.

    평소와 마찬가지인 내 모습을 보고 안심했는지 요코가 살짝 웃었다.



    평소의 요코였다.

    그럼 도대체 나는 무엇을 쫓고 있던 것인가.

    차로 돌아오면서 나는 요코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내가 화장실에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길래 걱정이 되서 보러 갔더니, 내가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황해서 뒤쫓았다는 것이었다.

    뒤에서 계속 나를 불렀지만, 나는 계속 달리기만 했었다고 한다.



    겨우 따라잡을만큼 왔더니, 내 얼굴 앞에 교수형에 쓰는 로프가 보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본 순간 넋을 잃고 그대로 몸을 던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듣고 있었다.



    요코는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미안. 이젠 괜찮아.]

    나는 요코의 머리를 쓱쓱 어루만졌다.



    요코 같은 것을 보고 숲에 들어간 것을 나는 말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처음부터 홀려 있던 것은 나였을 것이다.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나는 펜션에 곧 도착할 것이라고 연락을 했다.

    자동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는다.

    마음이 놓여서 그런지 피로가 밀려 든다.



    펜션에 도착하면 목욕하고 죽은 듯이 자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요코가 조수석에 앉은 것을 확인하고 시동을 건다.

    시야의 끄트머리에 요코의 입가가 보인다.



    그 입술이 한쪽으로 올라간다.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에 묻혀, 요코가 작게 중얼거린다.

    [조금만 더 갔으면 됐을텐데.]



    등골이 오싹해진다.

    핸들을 잡은 손이 떨린다.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른다.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요코 쪽을 본다.

    [괜찮아?]

    요코가 나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거기에는 비뚤어진 미소는 없고, 환하게 웃는 얼굴의 요코가 있을 뿐이다.

    그런 일을 겪은 탓에 환청이라도 들은 것일까?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액셀을 밟았다.

    도로를 달리면서, 나는 어떤 무서운 것 한가지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나를 도우러 왔을 때, 요코는 구두를 신고 있었나?

    도저히 그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요코를 보니 진흙과 눈물 자국을 열심히 닦고 있다.



    시선이 마주치자 평소처럼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똑같이 웃어주며 살며시 요코의 발 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붉은 하이힐이 빛나고 있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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