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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50717
    작성자 : 신린
    추천 : 13
    조회수 : 2187
    IP : 121.166.***.221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7/07/26 20:37:32
    http://todayhumor.com/?menbung_50717 모바일
    베오베 10년 전 진상녀 글 보고.. 8년 전 썸녀 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정신이 없음으로 음슴체.


    베오베 글 보고 써 보는 8년 전 썸녀 썰을 써보겠음.

    진상녀 글은 돈을 너무 안쓰는 여성이었다면 내 경우엔 돈을 너무 잘 쓰는 여성이었음.

    나는 흙수저였는데;; 


    때는 8년 전, 나는 군대 전역 후에 복학생이었음.

    남쪽 어느 도시에 살았음.

    지금은 시궁창이지만 그 때는 매일 술을 달고 살며 밤거리를 누볐더랬음.

    진정 아름다웠던 시절임.

    어느 날 술 먹다가 어떤 여성을 만났는데, 그 친구는 대학 졸업 후 취직 준비를 하고 있던 백조였음.

    취준 백조들은 물이 아니라 술에서 헤엄을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친구를 통해서 그걸 증명할 수 있었음.

    다들 알바 다 뭐다 바빠서 술 마실 친구가 별로 없었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셔댔으니;;;)

    이 친구는 술 먹자고 전화만 하면 나왔음.

    보통 둘이서 새벽까지 달렸음.



    에피소드 1.

    새벽까지 술을 퍼먹어대도 같이 모텔에 가거나 그러진 않았음.

    약간 쌈마이웨이에 나오는 남사친, 여사친 같은 느낌이었음.

    뭐 정 궁하면 나중에 애인으로 전직할 수도 있으니 그냥 저냥 괜찮은 관계 였음.

    문제는 이 친구가 내 기준에서 돈을 너무 많이 쓴다는거임;;

    이 친구가 좋아하던 술집이 있었음.

    요즘으로 치면 라운지 바 같은 곳이었는데

    그 당시로 드물게 부가세 10%를 추가로 받는 곳이었음. 

    술 한 잔에 팔천원에서 만삼천원까지 하는 곳이었음.

    보통 2차로 가던 곳이었는데 둘이서 마시면 대충 15만원 정도 나왔음.

    그 당시 흙수저로 학식 퍼먹던 나에겐 좀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음;;;

    물론 나도 짬짬이 일도 하고 그래서 한달에 두세번 그 정도 술값 내는 건 그다지 어렵진 않았음.

    근데 문제는 일주일 4일 정도 같이 술을 마셔 댔으니 도저히 감당이 안댐.


    계산을 해보자면. 

    보통 3차까지 술을 마셨는데 1차에서 4만원 정도 나오면 2차에서 10~15만원, 3차에서 3~5만원

    하루 술먹는데 드는 술값 : 대충 20만원. 

    한달에 절반정도 술 먹으면 : 20만원 곱하기 15 

    한 달에 300만원;;;; ㅎㄷㄷㄷ


    대학생한테 그런 돈이 어딧음?

    그 때 내가 돈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아서 얘가 많이 계산을 했음

    집에 잘 살아서 그런지 그냥 막 계산 함;;;;

    물론 이 친구가 두번 사면 나도 한번 정도는 살 수 있음.

    근데 그렇다고 해도 부담되던 금액이었음.


    그 때 썸이 좀 올라오던 시기 였는데,

    남자의 자존심도 있지 않음?

    나는 그런 티를 잘 안내려고 했는데 이 친구가 눈치가 빨라서 그걸 캐치했나 봄

    그 담에는 이 친구가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몰래 계산 하기 시작함.

    근데 내가 한번 사려고 했는데 먼저 계산을 해놓은 경우가 있어서 좀 당황스러웠음

    그러자 이 친구가 계산할 때가 되면 자기 카드를 나한테 슬쩍 찔러줬음;;;


    ㅅㅂ 그래도 남잔데 가오가 있지 

    나 맹세코 그 친구한테 먼저 계산을 해달라거나 나 돈 없으니 계산 좀 해달라고 한 적 없음


    사실 밑으로 카드를 슬쩍 찔러 주는거 되게 고마운 일임

    술집에 둘이서 간거지만 그래도 나 가오 상하지 말라고 밑으로 카드 슥 쇽 샥 찔어주는거

    지금도 되게 배려심 깊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함


    하지만 그 때 나는 하찮은 가오가이거 였기 때문에 
      
    그게 너무너무너무너무 부담스럽고 꺼끄러웠음.

    사귀는 관계도 아니었는데;


    그 후로 그냥 내가 계산할 수 있는 작은 동네횟집이나 투다리 같은데 가자고 함

    요새 이런 곳이 땡기더라 이런 되도 않는 헛소리 침.



    에피소드 2.

    술 친구라서 하늘에 해가 떠있는 시간에 안만났음.

    근데 어느 날, 이 친구가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자는 거임.

    나는 거렁뱅이라서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본적이 한번도 없었음.

    끝나고 술 먹자길래 그냥 쭐래 쭐래 따라감.

    구찌 였나 뭐 였드라 기억이 잘 안나는데 어느 샵에 들어감.

    그런 가게에 태어나서 첨 가봤음.

    뭐가 뭔지 몰라서 그냥 이런 곳에 많이 와본 사람처럼 

    익숙하고 시크하게 주위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은 채로 서있었음.

    가격표를 슬쩍 보니 백만원 넘어가는게 너무 많이 보였음;

    난 그냥 구경하러 들어온 줄 알았음.

    근데 이 친구가 이거 좋아보이는데? 이러면서 지갑을 하나 삼.

    계산할 때, 익숙하고 시크한 척 하며 가격을 슬쩍 보니까 75만원임;

    ㅎㄷㄷㄷ

    개 놀랐지만 이런 경험이 많은 사람처럼 익숙하고 시크하게 서있었음.

    지갑을 사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듀링킹 했음.

    술 먹으러 가자고 해서 술집에 감.

    술을 시키는데 이 친구가 헉켁훅햣힉히햐! 이런 소리를 냄.

    뭐 그러냐고 물어보니 아까 샀던 지갑을 카페에 두고 왔다고 함;;

    75만원짜리를 샀는데 산지 2시간만에 잃어버림;;;

    보통 이 경우엔 허겁지겁 카페에 올라가서 쇼핑백 못 봤냐고 

    못봤다고 하면 수소문을 한다던가 씨씨티비를 돌려본다던가 그러지 않음?

    근데 이 친구는 그러지 않았음.

    한숨을 푹 쉬더니 

    "... 다시 사야겠네"


    다...시..... 산다고오..?

    진짜 다시 백화점 그 가게가서 다시 삼;;; 75만원;;;

    그 때 진심 느낌. 

    아... 이 친구는 나와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이구나..



    에피소드 3.

    이상한 게 있었는데

    항상 술을 먹을 때 십몇만원이나 되는 술값은 자기가 내고 

    자기 택시비 만원이나 이만원은 나한테 받아갔음

    술값 십몇만원 굳고 이만원? 개이익!!!!

    이럴 수도 있는데

    나는 그 이유가 아마도 아빠 카드를 받아서 쓰기 때문에 현금은 없어서 그럴꺼다 라는 

    아주 단순하고 서민적인 생각만 하고 있었음

    소주를 게토레이처럼 먹던 친구였는데 어느 날 이 친구 답지 않게 만취를 함.

    그래서 내가 집에 데려다줌.

    우리 도시에서 당시 가장 부자 동네였음.

    처음 가봤음.

    너무 인사불성 헤렐레 길래 이 틈에 빤쓰를 보기는 개뿔.

    어떻게 하면 얘 아부지한테 안걸리고 집에 던져 두고 나올까 하는 생각과

    집에 가기엔 택시비가 부족한데 중간에 내려서 걸어갈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음.

    근데 이 친구가 차에 가서 좀 누워 있어야 되겠다고 함.

    응? 너 차 있는 여자임?

    말 없이 키를 꺼내서 누르는데 거기 멀리있는 에스유뷔가 삐삑 함.

    뒷자리에 눕혀놓고 그냥 갈까 좀만 같이 있다 갈까 하다가

    뭐 쌔벼갈거 없나 기는 개뿔 

    빨리 신분증 찾아서 주소에 있는 층에 델구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뒤져봄

    다찌방을 열었는데 

    시발 만원짜리 한 다발이 있음;;;; 실물로 첨 봤음;;; 

    며칠 후 다시 만나서 다찌방 현금다발을 물어보니,

    급한 일 있을 때 쓰려고 항상 넣어둔다고....

    다시 진심 느낌..

    나랑 완전 다른 세계 구나;;;




    에피소드 4. 

    이런 저런 일 들 땜에 이 친구랑 괴리감을 느낀 경우가 너무 많아서 스슬 좀 멀어지려는 단계 였음.

    나도 졸업 할 때가 다 되가서 뭐 해야 될까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음.

    그래서 도서관에 합격부적을 붙이고 매일 밤 새워 자격증 공부를 하기 는 개뿔. 술을 더 처먹고 다녔음.

    하루는 이 친구랑 만나서 뭐 해먹고 살까 이런 딥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하는데

    취진백조였던 이 친구.

    '나는 취직도 안될 것 같고 ㅅㅂ 영어학원이나 할까'

    나 왈.

    '요새는 학원도 돈 많이 든다던데; 나도 돈 있으면 술집이나 하면서 술이나 처먹고 싶다 켈켈켈켈'

    이 친구 왈.

    '니 술집 할래? 내 아빠가 정 안되면 영어학원 차려준다던데 좀 띵가서 작은거 하나 하면 안되나? 내가 6, 니가 4'

    나 왈.

    '야 ㅅㅂ 서울보다는 싸지만 요기도 비싸다 사람 부리고 이랄라면 가게 두개 해서 3억은 있어야 된다 장난하나'

    이 친구 왈.

    'ㅇㅇ 그 정도 생각하고 있음. 니 1층에 술집 해라 내 아빠한테 영어학원 한다고 말할께'


    ......

    멘붕 옴.

    어떻게 26살 취준 백조가 억 단위 돈을 이야기 할수 있음?

    그런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그 당시 나 경우엔 첨 경험해보는 일이었음;

    그 때 대학 친구끼리 저거 하려면 몇 억 요거 하려면 몇억 이런 이야기해도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들인데....

    얘는 그런 게 바로 실현 가능한 친구였음;;;

    멘붕와서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멍 때리는 내 앞에서

    그라면 이제 그 술집에서 내가 술 먹으면 술값 꽁짜네 아싸바리 

    이러고 있는 그 친구를 보면서 느낌.

    진짜 나랑 다른 세계구나...




    그 후, 내가 취직해서 서울에서 지내면서 몇 년 연락이 끈어졌다가

    지금은 가끔 연락하고 일년에 두어번 술 먹는 사이로 지냄.

    지금 생각하면 좋은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는데

    경제적인 게 너무 동떨어져 있다 보니

    어느 정도 거리에서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었던 것 같음.
    출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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