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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스카이 바, 고층 건물의 꼭대기 층에서 도시는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바의 내부는 세련된 디자인과 부드러운 조명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은은 혼자 바에 앉아 칵테일을 홀짝이며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지은의 시선은 한 남자의 실루엣에 멈췄다. 그는 바에 홀로 앉아 있었고, 고개를 숙인 채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익숙한 광경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남자가 저런 팔찌라니. 그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가 지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건 한 때 매일을 하고 다녔기에, 너무도 친숙한, 헤어지던 날 자신이 돌려 줬던 바로 그 팔찌였다.
지은의 마음이 순간 흔들렸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실루엣이 점점 또렷해지며,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현수의 형체와 닮아갔다. 남자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은은 그의 옆에 다가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현수야?"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어둡게 그늘진 얼굴이 점점 색채를 찾아가며, 지은의 기억 속에 있는 현수와 일치 해 갔다.
"지은아?" 남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녀를 알아봤다. 그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너... 왜 여기 있어?" 현수는 겨우 입을 떼어 물었다.
지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 너를 보고 싶은 날이었어."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팔찌” 지은은 그 팔찌를 자세히 보았다. 자신이 돌려 줬던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팔찌는 헤어지던 날의 붉은 단풍 빛을 여전히 반사 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지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아, 이거? 이상하지… 이걸 놓지 않으면 너도 떠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라…“ 희미하게 미소 짓는 현수의 말에서 처음엔 그 시간 동안의 고통이 생생하게 전달되고, 지금은 어렵게 닿은 안도감이 지은에게 오롯히 전해 져 와서, 아픔으로 굳어있던 얼굴에 현수를 따라 미소가 피어났다. 현수가 한 순간도 잊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나누며, 서로의 감정을 다시 확인했다. 그 날 이후, 겨우내 멈춰있던 시계가 봄을 맞아 다시 새싹을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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