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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ju_49912
    작성자 : 심심하늬
    추천 : 3
    조회수 : 359
    IP : 1.235.***.91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8/13 23:11:08
    http://todayhumor.com/?soju_49912 모바일
    술 마셨어요.
    낼 쉬는 날인데, 그냥 혼자 마셨네요. 

    요즘은 잘 모르겠습니다. 외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뭔가 나아질 기미가 없는 삶이 힘드네요.

    일도 예전 같지 않아요. 그냥 대충 하루 보내는 느낌.. 5년 전만해도 일에 목숨 걸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네요. 

    그래서 최근에는 아침 일찍 나가면 회사 청소를 합니다. 부쩍 사라진 애사심도 만드려구요.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아요.

    어느새 친구들도 전부 떠나고, 밑에 부하들은 무시하기 일쑤네요. 여친도 없고, 사업 한다고 모아둔 돈도 다 날렸더니.
    그냥 요모양 입니다. 그나마 낙이 한잔 하는거네요.

    친구들도 없어 혼자 먹는게 어느 새 익숙해져버렸습니다. 그래도 술 맛은 항상 배신을 하지 않더라구요.
    물론 저보다 더 힘들게 사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죠.

    그래서 담주부턴 금주, 식사량 조절, 운동 등으로 다이어트 하려구요. 술 게시판에서 별소릴 다하네요.
    아참.. 15일이 지난해 자살한 친구 기일입니다. 모르겠어요. 친했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많은 걸 같이 한 친구인데.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슬픔 혼자 간직한채..

    첨엔 섭섭해서 눈물도 안나더라구요. 저랑 만나자는 약속 한주 전에 급하게 떠났거든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이 녀석 카톡, 문자 하나 안남겨두고 그냥 가버렸더라구요.
    다음 날 해변가 근처에서 쉬고 있는데 아는 동생한테 연락이 왔더라구요. 

    그 녀석한테 뭔 일 생긴 것 같다고. 울지마라고 말하고 그녀석 폰에 전화를 거니깐 누가 받더라구요.
    근데 목소리가 너무 틀려서.. "누구세요?"라고 하니깐 형사라고.
    자살했다고. 지금 조사 중이니 확실하게 답변 줄 수 없지만 자살 같다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솔직히 안 울었어요. 펑펑 우는 친구들 전화에도 안 울었고. 장례식 장에서 숟가락 입에 물면서 우는 녀석 앞에서도
    안 울었어요. 그녀석 집도 한바퀴 돌고, 살았던 동네도 돌고.. 차를 몰고 버스를 따라가는 내내 안 울었습니다.
    화장터 앞에 도착하고 그녀석이 있는 관이 그곳으로 향하더라구요.  화장 시작한다고. 

    그때 눈물이 나더군요. 그러나 그렇게 울진 않았어요. 훌쩍 하고 끝났습니다. 작은 차에 친구 3명 태워서 동대구역까지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별 감흥도 없더라구요. 전 제가 사이코패스인줄 알았어요.

    어느 새 해가 지고. 심심하기도 해서 소주랑 맥주랑 사서 제 방에 들어왔습니다. 라면 하나 끊여서 앞에 놨네요.
    소맥 먹겠다고 잔에 가득 따라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바닥에 탁 놨습니다. 
    빙글빙글.. 술이 도는 모습을 보면서 욕심보다 한숨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한잔 했습니다. 펑펑 울었죠. 그 친구한테 나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왜 연락 한 번 안했나. 그 녀석의 아픔을 왜 난
    알지 못했나.. 그냥 웃는 얼굴, 내 고민도 다 들어주던 그녀석 고민을 나를 들어주지 않았던거죠. 내 이야기만 하다.
    끝나 버렸습니다. 내 친구와 나의 사이는.

    퉁퉁 불어버린 라면을 앞에 두고.. 반쯤 먹다 삼키지 못한 맥주잔을 보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근데 벌써 1년이네요. 그녀석이 먼 길을 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전 술을 마셨습니다.

    요즘 그래서 그런지 많이 외롭네요. 대구에서 서울로 다시 돌아와 사장이 아닌 남의 밑으로 들어가 일하고 있는 요즘.
    그 친구가 참 보고 싶습니다. 뭐.. 그래봤자 술 한잔 했을때구요.

    내년 기일에는 가지 않으려구요. 어머님 생각에 그러면 안되겠지만.. 왠지 그럴 것 같습니다.
    참 사람이라는게 간사하더라구요. 힘들게 내려갈 생각 때문에, 그 녀석은 지금 떠나버렸잖아요. 뭐가 이쁘다고.. 갑니까.
    나도 살기 힘든데.

    어쩌다보니 그 녀석 탓만 하는 글이 되버렸네요. 사실 미안해서 더 그래요. 그 녀석 동생, 엄마.. 사촌 분들 얼굴 보기가
    죄송하고.. 미안해서 그럽니다.

    그래서 이 글 쓰고 오늘 잠들면.. 내일 모레. 그녀석을 보러 가겠죠. 욕이나 실컷 하고 오려구요. 못된 녀석.

    그리고 담주부턴 이 게시판에 글을 쓸 일이 없겠죠. 정말 금주하고, 운동하고, 일에 매진해서 살아보려구요.
    매일 살이 찌내 건강이 안좋네.. 라는 혹평도 그만 듣고.. 갚을 빚 차곡차곡 덜어내서 사람 답게 살아야죠.

    별 소릴 다하네요. 

    여기가 오유죠? 고맙습니다. 잘 먹고 전 이제 자러 갑니다.
    주말, 연휴 잘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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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13 23:43:20  14.45.***.183  CaiEin  654337
    [2] 2015/08/14 12:04:45  61.75.***.207  mooai1030  395361
    [3] 2015/08/14 20:55:35  49.174.***.77  만년중학생  532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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