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도 이제 너랑 더이상 말 섞고 싶지 않아서
이런식으로 니가 자주 들어오는 유머싸이트에 글을 쓰고 있어.
방금 엄마에게 전화를 받았어.
고함지르고 눈뒤집혀서는 막말들을 하는데, 너무 답답하고 무섭고 짜증나고 그렇데.
물건을 집어 던지고, 칼을 들고 가족을 노리고,
남이 말을 하든말든 넋빠진 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보고.. 반응 없이
너랑 관련 없는 말을 하는데도 니 얘기를 빗대서 하는거라 생각하고.. 화를내고
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충고를 하기만 하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느니 어쩌느니...
쓰려니까 너무 많구나.
너의 행동들로 엄마랑 나는 지쳐가고 있어.
엄마가 문득 그런 얘길 하더라,
애가 정말로 이상한건지
취업도 하기싫고 공부도 하기 싫으니까 쇼를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차라리 전자였으면 좋겠구나.
니가 그렇게 나쁜 마음을 가진 애일꺼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왜 엄마에게 고함을 지르고 물건을 던지니,
다 너 잘되라고 걱정되서 하는 말인데,
제대로 듣지도 않고, 엄마는 뭘 모른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말이야.
너도 니 사정이 있을 테니, 엄마가 그 상황을 잘 모를 수도 있는건 이해해.
근데 그렇다고 무조껀 말 다 짜르고 고함만 지르는건 좀 아니라고 봐
엄마는 니가 남에게도 그럴까봐 걱정된다고 했는데-
내가 봤을때엔, 니가 밖에서 그런 식으로 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화가 나.
남들만 소중하고 가족은 하나도 안소중하니?
너한테, 우리는 뭐니?
아빠가 없고, 누나는 집에 잘 없으니까 -
집에서 니가 제일 어른인 것 같니?
그래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거야?
아니 어른이라고 해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건 아니지.
오늘에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너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춘기 소년이 가질만한 시각이, 계속해서 유지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너 군대 다녀왔을때가 갑자기 생각 나.
집안 사정 진짜 힘든데, 넌 집에서 하루종일 게임만 하더라구.
그래서 참다참다 내가 한마디 했지, 게임 좀 그만하고 영어공부를 하든 알바를 하든 뭐 좀 생산적인걸 하라고
그러니까 니가 막 고함지르면서 그랬잖아.
"엄마가 군대 다녀와서 몇달간은 놀아도 아무말 안한댔는데 내가 게임을 하던말던 니가 무슨 상관이냐"
"ㅈ같은 년이 어디서 잔소리냐 너나해라"
그때 당장 집에 일하는 사람이 엄마밖에 없었는데도,
엄마가 정말로 쥐꼬리만한 월급 받아와서 근근히 먹고 사는데도,
그딴 말이 입 밖으로 나오디?
그래서 하루종일 집에서 게임만 하니까... 좋았어?
그때 니 학비를, 사실 내가 댔어.
근데 그거 다 너에게 돌려받을꺼라는 말. 진심이야.
이제 좀 절실함이 생기니? 그래도 아직까지는 학생이니까.. 게임하고 놀아도 되겠다 싶은거니?
아빠도 없고, 이제는.. 엄마도 일 하던거 짤리셨는데, 아직도 절실하지 않아..?
이래도 엄마한테 영어학원 간다고 돈받았다가- 바로 환불하고 그 돈으로 옷이나 사오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
그나저나 요즘 니 행동을 보면,
군대 막 다녀왔을때의 니 모습이랑 별로 다른 게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래서 4학년이나 된 놈이 영어공부도 인턴도 아무것도 안하고
방학이라고 집에서 하루종일 또 게임만 하고 앉아 있니?
엄마가 보다보다 못해서, 게임 좀 그만해야 되지 않겠니? 라고 하면
그때부터 말은 듣지도 않고 고함만 빽빽 지르고 나가거나 니 방에 들어가고..
그래놓고 대기업 들어갈꺼니까.
XX지역으로 가게 되면 집을 해달라는 식의 말들.
집해달란 얘기도 참 어이 없지만,
당연히 대기업 갈꺼라는 그 얘기도 참으로 어이없었단다.
대기업 하니까 생각 나는 구나.
니가 매일 대기업 갈꺼라고 갈수있다고 얘길 하길래
우린 니가 공부를 좀 하는 줄 알았어.
근데 엄마 말을 들어 보니.. 토익 500이하 대에..
성적표 보면 C+ ~ D- 사이 정도 라는것 같던데..
엄마가 저 얘기를 하면서
밝은 목소리로, 저정도면 너 다니는 회사 갈 수 있냐고 묻던데
가슴이 먹먹 하더라.
난 정말 니가 집에서 쓰레기같이 굴어도, 공부는 좀 하는 줄 알았어.
쓰다보니까 짜증이 나서 더이상 못쓰겠구나.
사실.
난, 니가 공부를 못하든, 백수로 살든,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단다.
다만,
누나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하나밖에 없는 나의 엄마를
아프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니가 졸업하고 나면,
엄마는 내가 모시고 살 생각이란다. 물론 너는 없는 곳에서 말야.
그때까지 착실히 공부하며,
집을 더이상 시끄럽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술한잔 하고 들어온- 일요일 밤 10시에, 한때 너를 정말로 사랑했었던 누나가.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