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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463941
    작성자 : 짜악
    추천 : 11
    조회수 : 372
    IP : 61.43.***.103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2/11/04 06:21:49
    http://todayhumor.com/?gomin_463941 모바일
    그냥 흔한 짝사랑이야기에요 듣기만이라도 해주세요

    그냥 흔한 짝사랑이야기에요 듣기만이라도 해주세요


    그녀를 알게 된건 대학 입학과 동시였어요 동갑내기 친구.

    동아리에 들어가서 만나게 되었죠. 사실 첫눈에 반했다거나 그런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뭐 제법 이쁘장한 외모에 그냥 호감만 갖고 있었죠.

    둘다 고향이 먼 까닭에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고 금세 이웃사촌처럼 친해졌어요

    동아리 활동들을 하면서 서로 공감대도 맞았고 성격이나 농담하는 스타일도 비슷해서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 정도로 가까이 지냈었죠.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를 사랑하진 않았어요. 그냥 좋은 친구. 마음맞는 정말 좋은 친구.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다보니 한 학기가 지나고 나서 그녀와 제가 같이 동아리의 회장단의 일원이 되었어요.

    밴드동아리였는데, 그녀가 동아리에서 제일 악기를 잘 다뤘기 때문에 음악부장, 저는 손재주가 좋았기 때문에 홍보부장을 맡았죠.

    생각보다 그 회장단의 일이 많이 힘들었죠. 저희 둘 다 나이가 어렸지만 능력적으로 인정을 받아 회장단에 뽑힌 것이었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만 당하고 책임은 책임대로 지는 그런 힘든 시간들이었어요.


    그래도 그녀와 저는 서로 도와주고 격려해줌으로써 견뎌나갈 수 있었어요. 

    서로의 업무들을 도와주느라고 주말에 아무도 없는 동아리실에서 둘이 거의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몇날밤을 같이 새기도 하고

    누군가 그녀를 윽박지르거나 뒤에서 욕하면 앞장서서 막아주고 편들어줬죠.


    가끔 동아리사람들끼리 좋은 공연이 있으면 같이 보러가곤 했는데, 집이 같은 동네다보니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날 본 공연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어요.

    공연 보러다니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 공연도 그녀와 여러번 했었어요. 음악이란 것이 백마디 말보다 더 많은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느꼈죠.

    이때까지도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좋은 친구. 마음맞는 정말 좋은 친구.


    언젠가 어떤 형이 술자리에서 저에게 물었어요.

    넌 좋아하는 사람 없니? 왠지 동아리에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저는 그 형이 그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죠.

    그래서 전 그때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했어요. 그녀는 제게 이제 가족같은 사람이라고. 좋아하는건 아니고 정말 좋은 친구라고.


    그런데 정말 반한다는 것은 한순간이었지요. 동아리에서 봄마다 축제 때 주점을 열거든요. 주점 마지막날을 정리한 다음 동아리 사람들끼리 거하게 뒷풀이를 하는 자리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음악부장 악기 연주한번 들어보자 하고 부추겼죠.

    어두컴컴한 주점 천막 아래에서 말없이 악기를 잡고 그녀가 연주를 시작했어요.

    그녀가 악기를 잘다룬다는 것은 평소에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악기와 하나되어 주변의 공기를 압도하는 모습은 처음이었어요.

    모두 넋놓고 그녀의 솔로 연주를 들었죠.

    아마 그때 반하게 된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하게도 그녀가 내 마음에 들어온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그녀와 함께했던 경험들 추억들이 머릿속에서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버렸죠.

    1년 하고도 2개월이었죠. 그녀가 내게 준 추억의 시간, 그녀가 내 옆에 있던 시간, 그녀와 내가 함께한 시간.

    내가 그녀에게 반하기까지 걸린 시간.

    순식간에 내가 그녀에게 가진 사랑의 감정이 1년 2개월이라는 시간 고스란히 들어와 꽉채워버린거에요.


    지금와서는 후회되는게 차라리 그때 바로 고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녀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만큼 천천히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해나가야겠다고 그때는 생각했어요.

    좀 더 다정하게, 좀 더 친절하게...그녀가 조금씩 눈치채주기를 바라면서...

    올해 1학기말에 회장단의 임기가 끝나는 공연이 있었어요. 저와 그녀가 그 공연을 마지막으로 회장단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게 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연이기도 했죠.

    공연 무사히 마치고 그날 그녀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서로 힘들었던 일들 서운했던 일들 고마웠던 일들을 나눴어요.

    확신이 섰지요. 정말 이제는 그녀에게 고백할 때다. 

    고백을 조금 특별하게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생각하면 멍청한 짓이었던 것 같기도 하군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써서 그녀의 집 문 앞에 걸어놓는 것이 제 계획이었죠.

    그날은 월요일이었어요.

    아침 일찍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써내려갔죠.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 이유, 그녀가 내 삶에 들어왔으면 하는 이유, 그녀와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 등등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너의 표정이 궁금하다 라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편지를 접어서, 그 주 금요일에 있을 영화표와 함께 봉투에 넣어서 그녀 몰래 집 문앞에 걸어놓았어요.

    그리고 집에 간 뒤에 그녀가 문앞에 걸린 편지를 발견하도록 하려고 '뭐해?'라는 문자를 보냈지요.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그녀가 집이 아니라 집앞에 있는 바에서 동아리사람들과 소소하게 마시고 있다고 너도 오라고 하는 것이었죠.

    이때부터 생각이 점점 꼬이기 시작했어요. 다시 그녀 집앞에 가서 편지를 회수한 다음에 직접 전해줄까 아니면 바에서 마시다가 집에 가는 길에 그녀에게 넌지시 귀띔할까

    결국 후자의 방법을 택하기로 했는데, 다시 한번 예상을 벗어나서 중간에 그녀가 악기 연습을 하겠다고 자리를 떠버렸어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곧바로 그녀를 따라갔지만 그녀는 이미 집에 들어간 상태였어요. 문에 걸려있던 편지도 이미 그녀가 가지고 들어간 뒤였구요. 아뿔싸...

    어쩔줄 몰라서 다시 술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동네를 서성였지요. 그래도 그녀가 편지를 읽었다면 뭐라고 저에게 반응을 해줄테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에게 반응이 오질 않아서 참다못해 그녀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어요. '이렇게 꼬여버릴 줄은 몰랐다고...'

    그런데 그녀는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은 듯한 답장이 왔죠. 물어보니 동아리실에서 악기연습을 하고 있다더군요. 재빨리 동아리실까지 달려갔어요.

    그리고 그녀의 연습이 끝날때까지 동아리실 앞에서 조용히 기다렸죠. 그녀의 감미로운 연주를 아마 두 시간은 넘게 동아리실 문옆에 앉아서 들었지요.

    한참 뒤에 그녀가 연습을 마치고 나와 절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해줬어요. 평소처럼. 그래서 저도 '어, 안녕, 기다리고 있었어.' 하고 인사했죠.

    평소에도 가끔씩 늦은 시간에 그녀랑 같이 귀가하곤 했는데 그날 따라 심장이 떨리고 입이 굳어서 한마디도 못하겠더군요.

    그녀도 그냥 아무말 없이 걷기만 했구요. 한참을 조용히 집까지 걷기만 하다가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겨우 제가 꺼낸 말은, '왜 내가 너 기다렸는지 안 물어볼거야?'라는 말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찌질하네요. 그녀는 그냥 치이 하고 웃기만 했죠.

    집앞에 걸려있는 것 안열어봤냐고 묻자 바로 동아리실로 내려온다고 뭔지는 꺼내보지 않았대요.

    또 한참을 아무말도 못하다가, 서로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그녀에게 말했죠. 집에가면 그거 꼭 열어봐 라고.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저에게 고맙다고 말했어요.

    그녀가 편지를 받게 된 것은 월요일 밤이었고, 제가 편지에 썼던 답장을 기다릴 날짜는 금요일이었죠.

    그 동안에 정말 매일 밤 잠을 설치고 매일 그녀의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평소와 다르게 심심해서 하는 연락도 안하고, 학교에서도 안마주치게 조심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찌질한 짓이었어요.

    어쩌다 학교에서 한번 마주쳤는데 싱긋 눈인사만 나눌 뿐이었지요.


    그렇게 설레고 설렌 4일을 보내고 드디어 그 당일날, 넣어둔 영화티켓은 그날 저녁 8시에 있을 영화였지요. 그런데 오후 1시쯤에 그녀에게 연락이 왔어요.

    동아리실 캐비넷에 답장 넣어놨으니 찾아가라구요. 이때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죠.

    집에서 기다리다가 순식간에 동아리실까지 뛰어가서 캐비넷을 뒤져 답장을 찾아냈어요.

    봉투를 열자 편지와 함께 제가 넣어두었던 영화 티켓을 본 순간 편지는 읽어볼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무너지는 듯 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집으로 왔어요.

    편지를 꺼내 천천히 읽어내려갔지요.


    너가 나를 이렇게 좋게 생각해 주는 것에대해 정말 고마워. 하지만 너는 1년 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해.

    힘들때 옆에서 조언과 힘을 주었던 너에게 정말 고마움을 많이 느끼고 있어.

    이번 일로 인해 너와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너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우리 이대로 친구로 지낼 수는 없을까

    힘들겠지만 전처럼, 어색하지 않게 조금만 힘내자.


    대략 이런 내용의, 제가 썼던 장문의 고백 편지에 비하면 짧은 거절 편지였어요.

    그동안의 긴장이 풀렸던 탓일까요, 그대로 방 침대에 누워 잠들어버렸어요.

    일어나보니 그녀와 영화를 보게 된다면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했었던 여섯시였지요.

    대충 몸 추스르고 일어나 영화 티켓을 들고 영화관에 가서 환불을 했어요. 한참을 동네를 서성이다가 그녀에게 용기를 내 전화를 했어요.

    하지만 받지 않았어요. 페이스북을 보니 그녀와 가장 친한 친구중 한 명과 그녀의 집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고 올라와있었어요.

    그날 밤 열한시 쯤에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견디다 못해 다음날 아침에, 통화하고 싶으니까 가능한 시간에 답장 달라고 카톡을 보냈어요.

    하지만 그날도, 그 다음날도 그녀에게 답장은 안왔어요. 심지어 읽지도 않았죠. 미리 뜬 알림 메시지만 보고 일부러 못 본척 했죠.

    결국 다시 제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죠. 이번에는 금방 받았어요. 그녀에게 전화로 하려고 했던 말들을 미리 생각해 뒀지만

    '여보세요' 하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절반은 순식간에 까먹어 버려 뭐라고 횡설수설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1년반동안 넌 내게 정말 좋은 친구였고 가족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친구보다 남자친구로써 네 옆에서 더 가까워졌으면 하고 이렇게 고백을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돼버렸으니 너도 정말 마음이 많이 불편해졌을 까봐 너무 미안하다.

    아마 이런 말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녀는 시종일관 풀죽은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어요.

    어느정도 후련하다 싶을 정도로 털어놓고 잠시 정적이 흐른동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녀가 먼저 물었어요. 지금은 뭐해? TV보고 있어 그냥..

    이런 시시콜콜한 대화들, 평소에 자주 하던 그런 대화들.

    그녀는 예전에 우리가 친구사이던 때로 필사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에 응수하여 저도 평소처럼 몇마디 주고 받다가, 평소처럼 잘자라는 인사 주고받고 전화를 끊었죠.

    이제 다음에 만날때는 전처럼 친구이던때로 다시 돌아가는 일만 남았죠.

    근데 그게 어떻게 쉬운가요... 인사 주고 받는 것 조차 어색했고

    동아리 공연 연습때도 서로는 말 한마디 안하고 끝나버렸어요.

    페이스북에서는 그래도 평소보단 덜하지만 친한 모습 보여주곤 했어요.

    속으로는 그녀의 거절이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지만 그녀에겐 늘 괜찮은 모습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페이스북에도 항상 즐겁고 활기찬 내용만 올렸지요.

    그렇게 그녀의 부탁대로 서서히 친구사이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속으로 언젠가 기회를 노려 좀더 멋진 모습으로 그녀에게 다시 고백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그녀가 오히려 저를 못본척 하는 등 어색한 행동을 계속하기 시작했어요.

    도대체 왜 갑자기 변한걸까 생각해봐도 이유를 몰랐었는데

    며칠 전 정말 청천벽력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남자친구는 다름아닌 위에서 언급했던,

    옛날에 술자리에서 저에게 그녀랑 사귀고 있는것 아니냐 하고 떠봤던 그 형이었죠.

    그 형이 제가 그녀와 둘이서만 있는 걸 발견할 때마다 항상 얘네 연애하고 있네 하고 놀리곤 했었는데,

    동아리도 비록 저보다 늦게 들어왔지만 저희 회장단 임기 이후 차기 회장단의 회장으로써 선출된 

    리더십도 있고 재미도 있는 심지어 얼굴도 잘생긴 그런 멋진 형이었어요.

    저랑도 술자리도 자주 갖고 학과도 서로 비슷해서 인생얘기도 자주하며 굉장히 친하게 지냈었어요.

    그 형이라면 그녀를 충분히 매일매일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싫지만 인정할수밖에 없었죠.

    다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녀와 그 형은 친한사이가 아니었다는 것.

    마지막 공연날 왔던 관객 중에 한 명이 자기 이상형이었다면서 들떠서 저에게 설명하던 그녀의 모습이 문득 생각나는 것.

    퉁명스럽게 그럼 번호라도 따지 그랬어 하니 그래도 자기도 자존심이 있다고 시치미 떼던 모습이 문득 생각나는 것. 

    누가 먼저 고백한 것인지는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 형이 먼저 고백했을 것 같네요.


    페이스북에 둘이 데이트하는 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상상해본적도 없었거든요.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한 날 부터 항상 그녀 옆에는 제가 있는 상상만 했었기 때문에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녀와 함께 있다는 것을 몸이 납득하지 못합니다.


    너무 후회가 됩니다. 좀 더 남자답게 그녀 손을 확 잡고 좋아한다고 고백했으면 어땠을까,

    그날 술집으로 가지 않고 그녀 집앞에 걸어둔 편지를 다시 회수했으면 어땠을까,

    그보다 훨씬 더 일찍 고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과


    아직 그녀와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

    마지막 공연 뒷풀이 때 그녀가 파우치를 잃어버렸는데 다시 파우치를 찾았는지 물어보지도 못했고

    고백하기 전날 밤, 그녀가 제게 멋진 공연이 있는데 매진돼버려서 암표를 구해서라도 꼭 가자고 졸랐었는데 암표를 구해서 너라도 보고 왔는지 물어보지 못했고

    1년반 내내 쓰던 가방이 낡아서 새 가방을 샀는데 그렇게 예쁜 가방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지 못했고

    악기중에 어떤 악기가 가장 매력적인지 아직 토론의 끝을 보지 못했고

    어떤 보컬이 제일 목소리가 좋은지도 아직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동아리 사람들이 요즘들어 6kg나 빠져서 부쩍 헬쑥해진 저를 보며 의아해 하고, 평소에 저와 가까웠던 몇몇은 그녀때문에 그런줄을 금방 눈치채고 걱정해줍니다.

    그녀와 마지막으로 인사 주고받은지도 이제 한 달이 넘었습니다. 서서히 다시 친구사이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싶었는데 이젠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저는 그녀와 끝이 나는가 싶지만 그녀는 제게 대학교 1학년과 2학년의 절반 시간, 다시말해 지금까지의 대학생활 추억의 모든 곳에 있습니다.

    다들 이별은 시간이 해결해줄거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할 것 같아 너무 고통스럽고 아픕니다.


    그 형은 아마 제가 그녀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 형을 붙잡고 이런 이야기를 하소연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 갓 대학생활 첫 여자친구가 생겨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형에게 왜 그녀를 데려가버렸냐고 울면서 따지는 것은 형에게나 그녀에게나 못할 짓이니까요.



    아직도 이 고통을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사랑은 이렇게 넘치고 넘쳐흐르는데 그 사랑을 받아줄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여기까지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 그래도 기분이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이제 불끄고 누워서 잠을 다시 청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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