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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46064
    작성자 : Caltrask
    추천 : 13
    조회수 : 781
    IP : 112.170.***.125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17/04/25 14:21:57
    http://todayhumor.com/?menbung_46064 모바일
    베스트 글 보고 갑자기 생각난 대학시절 발표 멘붕썰.
    껄껄 학부시절 저의 발암썰 No1. 을 풀어보자면..

    어쩌다 교수님들에게 발표 잘한다. 수업 니가 해도 되겠다. 라는 평을 듣게 되었음 (자랑임)

    교수님들의 연달은 호평에 그 후로 발표를 거의 전담하게 되었는데..(이 부분은 눙물)

    한번은 너무나 당당하게 어떤 후배놈이 

    "형이 발표 잘하니까 형이 하면 되고, 제가 ppt 만들테니까 잘해줘요. 잘한다고 칭찬많이하던데 얼마나 잘하나 구경 좀 하게" 

    라고 바로 역할분담을 걸어버림..(정말 딱 저런식으로 말함 ㅎㄷㄷ..그 때 눈치채지 못한게 재앙의 시작이었음.)

    '이 미친 새끼는 뭐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라 하고 지나감.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나는 졸업때까지 발표를 할 운명이라는걸 받아들인 시기였기 때문에..


    그런데 발표 전날 아직 만들고 있다는 소리만 나올 뿐 초본조차 안나옴.

    나는 분명 준비해야 되니까 발표 전날 오전까지는 ppt 가 나와야 한다고 미리 말해둠. 

    발표자로써의 책임감 이랄까...그런게 있어서 본인은 ppt 잘 보지 않고 발표하는편이었고, (멋있자나! 청중만 보고 말하는 발표자라니!)

    그래서 ppt 의 텍스트와 내용은 물론이고 거기에 실리지 않은 배경지식이나 정보까지 다 숙지해두는 사람이었음.

    하지만...........


    결국 발표 당일, 발표 '진행하면서' ppt 처음 보게됨 ㄲㄲㄲㄲ 심지어 발표하기 직전도 아니고,

    내가 강단에 올라갔을 때 (심지어 강의실이 엄청 큰 곳이었고, 듣는 사람 엄청 많은 수업이었음..ㅠㅠ)

    usb를 꽂은 뒤에 내가 발표해야 할 ppt 라는 것을 '처음' 보게됨^^

    보자마자 대략 멘탈에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

    내가 알기로 분명 30분 정도 발표해야 하고, 이후 20분간 질의 응답하고 교수님 질문에 대답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 교수님이 설명해주고..뭐 그런식이었는데

    슬라이드가 딱 '한장'임

    정말로 딱 '한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물론, 전체 내용은 더 많았음. 다만 그 뒤에 있는건 참고문헌이고 30분간 내가 슬라이드 한장으로 떠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지)

    뭔가 있어보이는 배경? 하나에 원판 모양으로 연구주제 하나 써있고 그 주위에 카테고리 별로 키워드 써있는게 다임 ㅋㅋㅋㅋㅋㅋ

    설명, 사진, 뭐 이런거 하나도 없음. 그냥 


    머리가 새하얘지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들앞에서 식은 땀이라는걸 흘려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무대체질(?) 이라, (무대에 서는건 좋아하지 않지만 선다고 딱히 긴장하지는 않는 타입)

    사람들 앞에서 당황해본적이 없는 나에게는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음

    불과 1,2초 사이에

    "이 새끼가 파일을 잘못 들고온건가?"

    "이거 뭐 내가 모르는 엄청난 기능이 숨어있어서 텍스트 하나 누를 때 마다 막 촤르르르르르르륵 하고

    관련된 사진과 텍스트가 주룩주룩 엄청난 이펙트와 함께 나오는건가?"

    "아니면 이게 무슨 마법의 원판같은거고, 이게 룬 문자라서 내가 이걸 읽으면 3d 영상이라도 나오나?"

    등등 온갖 상상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영상자료는 링크조차 걸려있지 않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같은거였는데 - (영화 'xxx'의 xxx 캐릭터) 라고 써있는게 다임 오호호호호호.......


    결국 나는 그날 멘탈이 탈탈 털려가며 30분간 중요한 키워드를 다 설명해주고, 

    새하얘진 머리로 생각안나면 농담 섞어가며 시간도 벌고,

    별별 개소리를 다하며 30분을 넘기게 됨 (내 인생에서 가장 긴 30분이었음..ㅠ)


    결국 그렇게 폭풍같은 30분이 지나고.........

    교수님의 표정은 이미 개똥씹은 표정 ㅋㅋㅋ(평소 깐깐하기로 유명한 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질의응답 시간까지 다 마치고 맨탈이 터져 그 자리에서 바로 쌍욕을 하고 싶었으나

    이미 탈진 상태라 머리가 하얘진 본인은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감 ㅋㅋㅋ


    같은조의 선배, 동기들이 나를 달래서 담배를 피러가는길 그 후배가 막타를 꽂아줌.

    "발표 엄청 잘한다고 교수님들이고 선배들이 아주 추켜세워주더니 왜 발표를 그렇게밖에 못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후 그 후배놈은 같은 조의 조원들에게 무차별 폭격을 당하고...(Feat. 프로페서 킴)

    한학기인가 두학기인가 더 지나고 안보이길래 왜 안보이나..하고 그냥 무심하게 지나가게 되었는데.

    결국 휴학했다가 전과였나 편입이었나 뭐 다른곳으로 가게되었다는 이야기만 들리더라.

    하는 썰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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